[그 섬에 가고 싶다] ‘퍼플섬’ 신안 반월·박지도
2020년 08월 04일(화) 00:00
‘올 휴가철 찾아가면 좋은 섬’에 선정

두리마을 선착장에서 박지도까지 이어주는 퍼플교. 자동차는 다닐수 없는 보행교다.

"그대 모습은 보랏빛처럼~ 살며시 다가왔지~"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이 강렬한 보랏빛이다. 지붕과 도로, 자동차, 화장실, 안내표지, 심지어 쓰레기수거함까지 온통 보라색으로 물들었다. 하늘에서 내려다 본 보랏빛 물결은 더욱 장관이다.

해양안전부가 선정한 ‘올 여름 휴가철 찾아가면 좋은 섬’ 33 곳 중 하나로 선정된 신안군 안좌면 반월·박지도를 찾아 떠났다. ‘퍼플섬’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섬을 온통 보랏빛으로 물들일 생각을 했다니… ‘과연 이게 통할까’ 싶었던 기우는 직접 눈으로 확인한 순간 아름답게 깨져버리고 말았다. 지난 2015년 전남도 ‘가고 싶은 섬’으로도 지정됐던 이곳은 ‘퍼플섬’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부여받고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어린왕자와 여우가 반겨주는 반월도 상징 조형물
‘퍼플섬’은 안좌면의 작은 섬 반월도와 박지도를 아우른다. 이곳에 들어가려면 나무로 만들어진 다리를 건너야 한다. 짙은 보라색으로 물들인 ‘퍼플교’다. 두리마을 선착장에서 박지도로 이어지는 547m 길이의 첫 번째 퍼플교와, 다시 박지도에서 반월도까지 연결된 915m 길이의 두 번째 퍼플교가 3개 마을을 이어주고 있다.

선착장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부터 퍼플나라에 들어온 착각에 빠진다. 퍼플교 입구까지 이어지는 보행도로도, 마을을 소개하는 안내판도 모두 보라색이다. 다리 시작점에 퍼플교 탄생 배경이 적혀 있다.

‘신안군 안좌면 박지마을에서 평생 살아온 김매금 할머니의 간절한 소망은 살아생전 박지도 섬에서 목포까지 두발로 걸어서 가는 게 소망이었습니다. 할머니의 간절한 소망은 2007년 신활력 사업으로 목교가 조성되었으며 반월, 박지도가 보라색 꽃과 농작물이 풍성한 사계절 꽃피는 1004섬의 의미로 퍼플교로 불리게 되었습니다.’

2007년 목교가 조성돼 이용돼 오다가 지난해 새 옷을 갈아입고 퍼플교로 탄생됐다는 얘기다. 오색등이 켜지는 퍼플교의 야경도 장관이다.

썰물 때라 그런지 다리 아래 갯벌이 고스란히 드러나 보인다. 곳곳에 바다생물들의 숨구멍이 뚫려 있고 뻘옷을 입은 작은 게들이 한가롭게 거니는 모습도 눈앞에서 관찰할 수 있다. 박지도까지 넘어가는 퍼플교 중간중간에 쉬었다 갈 수 있는 벤치와 사진을 찍기 좋은 포토존도 마련돼 있다.

박지도에 설치된 보라색 대형 바가지 조형물
생각보다 긴 다리를 건너 퍼플섬의 첫 번째 섬인 박지도에 다다랐다. 박지도는 섬의 지형이 박 모양이라 해서 바기섬 또는 배기섬이라고도 한다. 섬 입구에 커다란 박 모양의 조형이 시선을 끈다. 반으로 갈라진 박에서 샘물이 흘러나오는 모양새다. 박지도 상징 조형물이다.

박지도(박지리)는 마을면적 175㎢, 해안선 길이 46㎞, 산 정상 높이는 해발 130m인 작은 섬이다. 구전에 의하면 1700년께 김해김씨 김성택이 이주 정착해 마을이 형성됐다. 마을 뒷산 정상에 당(堂)이 있었는데 매년 정월 대보름날이면 이곳에서 마을의 안녕과 질병퇴치를 위해 흠없는 송아지 각을 떠서 당제를 지냈다. 마을 사람들은 당이 있었다고 해서 이 산을 당산이라 부르고 있다.

마을 왼편으로 가면 ‘900년의 우물’, ‘라벤더 정원’으로 향하는 길이 나 있다.

900년 우물을 보러가는 길은 녹록치 않다. 높은 산은 아니지만 등산로이기 때문에 쉽게 생각했다간 낭패를 볼 수 있다. 당산 정상에서 표지판을 따라 가면 만날 수 있는 ‘900년의 우물’. 김성택에 의해 전해오는 설화에는 오래전부터 이곳 당산에서 마을의 안녕을 위해 정월 대보름날 제를 올렸는데, 제주는 제를 올리기 전 이 우물에서 목욕재계 후 제를 올렸다고 전한다.

‘바람의 언덕’에 위치한 ‘라벤다 정원’은 규모가 상당하다.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정원에 오르니 당장이라도 누군가에게 전화를 해야만 할 것 같은 예쁜 보랏빛의 공중전화 박스가 놓여 있다. 퍼플섬에 어울리는 보랏빛 꽃 라벤더는 아쉽게도 4~6월에만 만날 수 있다. 꽃이 없어도 충분히 아름다운 풍경이지만 박지도에만 너무 오래 머무르기엔 갈 길이 멀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당산을 내려올 수 밖에 없다.

박지도에서 반월도까지 이어지는 퍼플교는 길이가 꽤 길다. 앞서 건너온 다리 길이의 2배 가까이 되는 듯 하다. 일직선으로 이어져 끝이 보이지 않는 탓에 더 길게 느껴진다.

‘눈으로 보는 것에 만족할까’ 잠시 고민을 했지만, 반월도에 있다는 ‘어린왕자와 여우’가 만나고 싶어 걸음을 재촉한다.

썰물에 갯벌이 드러나 있는 덕에 다행히 바다에 빠질 것 같은 두려움은 들지 않았다.

일직선으로 이어진 다리를 한참을 걸어간다. 눈앞에 바라보이는 어깨산의 형태가 멋스러워 걷는 동안에도 지루하지는 않다. 한참을 걸어 도착한 섬 반월도.

섬의 형태가 사방 어느 곳에서 보더라도 반달모양으로 보인다고 해서 ‘반월’이라 했다. 가장 큰 마을이라 해서 큰몰, 대리라고도 부른다. 마을 입구에는 달에 걸터앉아 있는 어린왕자와 여우 조형물이 관광객을 맞이한다.

눈앞에 보이는 산은 반월도 최고봉인 어깨산(210m)이다. 산의 지형이 사람의 어깨처럼 생겼다고 해서 ‘어깨산’이다. 보라색 지붕으로 단장한 ‘반월도 카페’에 들러 바다를 바라보며 차 한 잔의 여유를 갖는 것도 좋겠다. 마을 주민들이 운영하는 카페다.

반월마을은 안동장씨가 모여사는 집성촌이다. 시조 금용 할아버지로부터 시작된 안동 장씨의 반월도 정착은 400여 년 전 경북 안동에서 금용 시조의 23대손으로 태어난 할아버지의 입주로 시작됐다고 전한다.

박지도와 마찬가지로 반월도에도 매년 정월 보름이면 마을의 평안과 풍어를 기원하며 제를 지냈던 당이 있었다. 당주변으로 느릅나무, 팽나무, 후박나무, 동백나무, 송악, 마삭줄 등의 난대수종이 숲을 이루고 있다. 지난 2013년 산림청의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공존상을 수상했던 곳이다.

이곳 반월도와 박지도에는 슬픈 설화가 전해온다. 지금은 희미하게 흔적만 남아있는 노둣길에 얽힌 이야기다. 박지도 산속에 조그마한 암자가 있었고 반월도 뒷산에도 아담한 암자가 하나 있었다(지금도 암자터가 남아있고 우물이나 깨진 기왓장이 보인다).

박지도 암자에는 젊은 비구니 스님 한 분이, 반월도 암자에는 비구 스님 한 분이 살았다. 얼굴을 본적은 없지만 서로를 그리워하던 스님과 비구니는 썰물 때면 돌무더기를 바다에 쌓아 징검다리를 만들면서 두 섬을 이으려 했다. 수년이 지난 후 마침내 두 사람은 바다 한 가운데 돌무더기에서 서로 만나 얼싸 안았지만 그만 밀물이 들어와 두 사람을 삼켜버리고 말았다.

지금도 노둣길의 흔적은 갯벌 위에 남아있는데 갯벌에 돌무더기로 놓여진 길을 ‘중노둣길’이라 부른다.

반월도와 박지도는 섬 둘레에 바다를 따라 해안산책로가 조성돼 있다. 박지도 둘레길은 2.1㎞(도보 30분), 반월도 둘레길은 4㎞(도보 60분 소요)다. 그냥 걷기도 좋고 자전거를 빌려 하이킹을 할 수도 있다. 작은 섬이라지만, 걸어서 둘러보기엔 생각보다 넓기 때문에 자전거 투어를 추천한다.

/이보람 기자 boram@kwangju.co.kr

/사진=나명주 기자 mjna@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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