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가 ‘의향’으로 불리는 근거 찾고 싶었다”
2020년 06월 03일(수) 00:00
호남 의병 열전 ‘나는 왜 이제야 아는가’ 쓴 황광우 작가
기우만·안규홍 등 의병장 10인 삶 탐구
초·중·고·특수학교·도서관 등에 배부
광주시교육청 교육정책연구소(소장 김준영)가 최근 한말 호남 의병장의 이야기를 담은 ‘나는 왜 이제야 아는가’를 발간하고 광주 지역 초·중·고·특수학교·도서관 등에 배부했다.

책을 집필한 황광우(61·사진) 작가는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전후로 ‘광주 정신’을 헌법 전문에 올리겠다는 다짐을 했지만, 정작 광주 시민들조차도 ‘광주 정신’이 무엇인지 설명할 수 없는 현실이다”며 “이에 대한 성찰과 반성을 담고, 광주가 ‘의향’으로 불리는 근거를 찾고자 썼다”고 소개했다.

광주 출신인 황 작가는 황지우 시인의 동생으로, ‘철학 콘서트’, ‘젊은이여 오래 거기 남아 있거라’ 등 저서로 유명하다.

“지난해 장휘국 교육감을 만나 광주 학생들이 광주를 자랑스럽게 생각할 수 있는 위인전이 필요하다고 제안한 것이 시작이었죠. 역사는 인물을 통해 감정에 들어오게 마련이에요. 학생들이 서양의 플루타르코스 위인전뿐 아니라, 철학적으로 심도 있고 문화적으로 완성된 호남 위인전을 읽고 자라길 바랍니다.”

책에는 1896∼1909년까지 활동한 호남 의병장들의 이야기가 담겼다. ‘호남 성리학의 기둥’ 송사 기우만, 호남 의병 운동을 주도한 성재 기삼연을 비롯해 안규홍, 심남일, 양진여, 전해산, 조경환, 김태원, 양회일, 고광순 등 10인의 삶을 탐구했다.

책은 황 작가를 비롯해 홍영기 순천대 명예교수, 노성태·김보름·신봉수 역사교사, 박전일 연구원 등이 1년에 걸쳐 진행한 연구 결과물이다. 이들은 지난해 (재)한국학호남진흥원이 주관하는 ‘호남한국학 보급을 위한 공모사업’ 지원을 받아 4차례 집담회·대중강좌를 열기도 했다.

황 작가는 “호남 의병이 남긴 원문(한문) 자료를 일일이 찾아 기록했다”며 “이들 자료는 영인본으로 만들고, 제대로 번역해 역사 교사와 학생들에게 나눠줘도 부족하지 않을 소중한 기록들이다. 호남 의병 역사를 찾기가 힘든 현실도 ‘부끄러운 일’이다”고 돌아봤다.

“밀양 의열기념관을 가면, 의열투쟁의 원류로 장성 출신 기산도 선생을 꼽고 있어요. 정작 호남 사람들은 그 이름조차 잘 모르고 있죠. 위인들의 기록을 정리하고, 꼼꼼하게 속살을 키우는데 호남이 많이 부족한 현실입니다.”

황 작가는 일제에 끝까지 항전했던 ‘의향’ 호남의 역사가 100여년 세월 속에서 뿌리를 잃어 왔다고 설명했다. 이에 황 작가는 지난해 4월 (사)인문연구원 동고송을 열고, ‘광주 정신에 대해서 연구하고, 연구 성과를 보고하는 데 힘쓰겠다’는 다짐을 했다.

지난해 시인 김남주, 시민군 대변인 윤상원, 광주 항쟁 최후의 수배자 윤한봉, 극작가 박효선 등 80년 5월에 민주주의를 위해 청춘을 바쳤던 이들을 다룬 책 ‘빛고을의 아름다운 사람들’을 발간한 것도 이같은 다짐이 배경이 됐다.

현재 황 작가는 광주학생독립운동을 이끈 리더였으나 사회주의 계열 독립운동가라는 이유로 유공자 서훈을 받지 못한 장재성 선생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황 작가는 지난 26일 광주학생독립운동 장재성 선생 기념사업회를 창립했으며, 독립유공 미 서훈자 72명의 서훈을 추진하고 이와 관련한 책을 집필할 계획이다.

“페르시아 100만 대군을 물리친 300명의 스파르타 용사들과, 일제에 맞서 싸운 호남 의병들의 정신이 다를 게 하나 없습니다. 지금의 대한민국을 만든 주역이 호남 의병이었다는 사실을 깨닫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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