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음향장비 70년간 2500점…내가 모은건 역사”
[영상·음향·악기자료 1844점 대학·지자체에 기증한 구영웅 사진작가]
수동식 태엽축음기·리드오르간·릴녹음기 등 1950년대 부터 수집
일본 경매 통해 수집품 구하기도…개인 박물관 포기하고 기부 결정
국립광주과학관, 31일까지 특별전…“아이들에게 교육자료 됐으면”
2020년 05월 29일(금) 00:00
구영웅(81) 사진작가가 평생 수집해 온 영상·음향기기, 악기 등 1844점을 광주·전남 대학, 지자체 등에 기증했다.

구 작가는 “영상·음향기기의 역사를 돌아볼 수 있는 물건들이다”며 “광주·전남에 부족한 영상·음향 관련 박물관을 설립하는 계기를 만들고 싶었다”고 기증 의도를 설명했다.

구 작가는 지난 2017년 영암 세한대를 시작으로 기증을 이어왔다. 세한대에 전시자료 393점을 전달하고, 나주시에 368점, 국립광주과학관에 285점, 영광 옥당박물관(원불교 박물관)에 347점 등 1393점을 기증했다.

또 광산구청에 133점, 북구청에 120점, 서구청에 130점, 화순 사진문화관에 68점 등 451점을 추가로 기증하기로 확정했다.

기증한 영상장비는 대형카메라, 주름카메라, 원판필름카메라, 120mm필름카메라, 35mm필름카메라, 즉석카메라, 필름영사, 촬영기 등이며, 음향장비는 수동식 태엽축음기, 전축, 진공관식 라디오, 트랜지스터, 릴녹음기 등이다. 60년대 초등학교나 교회에서 사용한 리드오르간, 바이올린, 기타, 트럼펫, 클라리넷 등도 전달했다.

국립광주과학관은 기증품을 활용해 오는 31일까지 ‘계측·영상장비 특별전’을 연다. 영광 옥당박물관에서는 오는 6월 1일부터 구 작가의 수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세한대도 지난 2017년 ‘인송 영상·음향 전시관’을 열고 구 작가의 수집품을 전시했다.

구 작가는 1950년대, 중학생 때부터 영상·음향장비를 수집했다.

“6·25 한국전쟁이 터지고, 양동시장 고물상에서 미군이 쓰다 버린 무전기 배터리, 라디오, 진공관, 스피커 등을 팔았어요. 전자 분야에 관심이 많아 고물을 사다가 앰프, 라디오 등을 조립하고, 모아 뒀지요.”

70년 세월 동안 모아 온 수집품 개수만 2500여점. 절반 넘게 기증했는데도 구 작가 집에는 찬장과 서랍, 벽장 곳곳에 카메라와 오디오, 악기가 가득하다. 구 작가는 “수년 전만 해도 수집품이 베란다, 방 바닥 할 것 없이 발 디딜 틈 없이 놓여 있었다”며 웃었다.

“국내에는 희귀한 수집품이 많이 없어요. 옛날 사진관 카메라, 학교·교회 풍금(오르간) 등 역사적 가치가 있는 물건들이 모두 버려져 사라졌습니다. 6년여 전부터는 일본 경매를 통해 수집품을 구했어요.”

구 작가는 수집품을 모아 개인 박물관을 만들 계획이었다. 하지만 전시장, 강당, 회의실 등 시설을 갖추고 학예사까지 고용하려면 막대한 비용이 필요하다. 그는 방향을 바꿔 수집품을 잘 보존하고 역사·교육적 가치를 세워 줄 시설을 찾아 나섰다고 한다.

구 작가는 “경매하느라 밤잠 설치는 게 힘들어 수집은 그만두기로 마음먹었다”며 “대신 사진작가 활동과 봉사활동 등 다른 일에 전념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1982년부터 한국사진작가협회 정회원으로 활동한 그는 전국사진작가회 자문위원을 맡기도 했다. 7차례 개인전을 열었으며, 지난 3월에는 5번째 작품집 ‘사진과의 대화 Ⅱ’를 냈다.

다양한 음악 활동도 하고 있다. 그는 광주시 남구 빛고을노인건강타운 ‘은빛합주단’에서 10년째 지휘자를 맡고 있으며, 요양원 25개소에서 음악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제 수집품들이 세월이 지날수록 역사적 가치가 더해지길 바랍니다. 옛 영상·음향기기를 잘 모르는 아이들에게 유용한 교육자료로 활용됐으면 좋겠어요. 저는 앞으로도 사진도 찍고, 봉사도 하며 보람차게 살고 싶습니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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