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력의 늪 속, 반짝임을 잊지 않는 법
2020년 04월 28일(화) 00:00

[허수현 조선대신문 기자]

‘코로나19’ 사태로 행사, 자격증 시험, 채용 일정 등이 대부분 멈춰 섰다. 강의도 온라인 비대면 강의로 진행되고 있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해 집 안에만 머물러야 한다. 가족 외에 사람을 접하기 힘든, 접해서도 안 되는 상황이 되었다.

일상이 파괴된 지금, 우리 도처에 무기력증이 똬리를 틀고 있다.

‘코로나 블루’라는 신조어도 만들어졌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사람들이 자신도 언제 감염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느끼고, 무기력과 불안에 시달리는 감정을 의미한다.

SNS 피드에 우울과 불안, 무기력, 의심, 분노의 말들을 끊임없이 쏟아낸다. 정부와 기관들은 사람들의 ‘코로나 블루’를 완화하기 위한 조치로 각종 비대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

“아무것도 안 하고 싶다. 이미 아무것도 안 하고 있지만, 더욱 격하게 아무것도 안 하고 싶다.” 이런 생각이 든 다면 일단 무기력증을 의심해 봐야 한다.

내가 생각하는 무기력증의 원인은 세 가지다.

첫째, 세세한 일에 열정을 쏟아서 해야 할 일에 의지가 생기지 않는 것이다. 만약 점심 메뉴를 아주 신중하게 골랐거나 별거 아닌 것에 감정을 쏟았다면 그 하루는 정말 피곤할 것이다. 그렇게 지내다 보면 어느 순간 의지가 생기지 않는다. 모든 상황에 지친 것이다.

두 번째는 온 힘을 다했던 일이 실패했을 때다. 실패를 마주하면 허탈함과 두려움이 쏟았던 열정의 배로 밀려온다. 그런 감정들이 몸에 배면 방어적인 태도가 만들어진다. 방어적인 태도는 그 이상의 도전은 불필요하다고 느끼게 만든다. ‘코로나 블루’도 비슷한 맥락이다. 열심히 살았던 일상이 의도치 않게 없어질 때, 열심히 준비했던 자격증 시험이나 취업 활동이 코로나로 인해 좌절될 때 허탈감과 두려움으로 무기력을 느끼게 된다.

세 번째는 자기 생각에 갇힐 때이다. “내가 뭐 하는 거지, 왜 하는 거지?” 답을 찾기 어려운 질문들에 갇혀 답을 찾아 내고 있다. 찾은 답에 의심을 품고 다른 답을 찾으며,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다. 그렇게 빠져나올 수 없는 생각의 늪에 빠져 아무것도 안 하고 싶거나 하기 싫어진다.

무기력의 힘은 강력해서 계속 커지다 보면 우리를 잠식해 버릴지도 모른다. 무기력함이 우리의 주인이 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조심스럽게 추천하고 싶은 방법이 있다.

우선 앉아 있는 시간을 늘려 보자. 책상에 앉으면 언제 꽂아 놨는지 기억 안 나는 책들이 눈에 보이고 한동안 잡지 않았던 펜도 보일 것이다.

전자 기기보다는 종이와 펜을 써보자.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오늘 한번 해 볼까’ 하는 일들을 적는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꾸밈 없는 문장이다. 뭔가를 쓸 때 강박적으로 예쁘게 쓰거나 좋은 문장을 쓰려는 사람들이 많다. 최대한 머릿속에 있는 말을 그대로 써 보도록 하자. 낙서도 곁들여 가며 글이라기 보단 간단한 메모처럼, 꼭 해야 한다는 부담을 갖지 말고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하는 것이다. 그러면 다음 문장을 생각하는 과정이 생각보다 기분을 좋게 만든다. 종이 넘기는 소리와 문장을 되뇌는 자신의 목소리에 괜히 마음에 생기가 돈다. 하루하루 그런 시간을 늘려 가며 졸업 사진도 꺼내보고, 책 머리말도 훑어보고 창문도 열어보는 것이다.

항상 열심히 하자고 부추기고 싶지는 않다. 다만 도전하는 나의 모습, 좋아하는 일을 하며 반짝였던 눈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목표를 향한 오르막길의 산들바람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나도 모르게 찾아온 무기력증에 잠식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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