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목싸목 남도 한바퀴-담양] 인문·자연향기 좇아 대나무숲 사이로 새봄 여행 떠나요
2020년 04월 14일(화) 00:00
죽녹원 울창한 대숲 오솔길 걷고
청량한 공기 마시며 죽림욕
담양천변 관방제림·메타세쿼이아 길서
눈부신 초록의 향연 즐기고

경이로운 새봄 초록의 향연은 ‘코로나 19’의 스트레스를 해소시킨다. 사진은 담양 죽녹원.

◇‘코로나 19’에도 봄은 왔다 = “봄이 와서 꽃피는 게 아니다/ 꽃피어서 봄이 오는 것이다/…(중략) 내가 먼저 꽃피지 않으면/ 내가 먼저 문 열고 나서지 않으면/ 봄은 오지 않는다/ 끝끝내 추운 겨울이다.”

이정하 시인의 ‘봄을 맞이하는 자세2’를 읽다가 문득 봄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 요즘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은 계절을 얼어붙게 만들었다. 봄이 왔지만 여느 봄 같지 않다. 이런 때에 접한 시 한편은 ‘먼저 꽃피라’고, ‘먼저 문 열고 나서라’고 등을 떠민다. 온갖 봄꽃이 만발한 이때에 ‘사회적 거리두기’ 연장 방침에 따라 소박한 봄나들이마저 쉽지 않다.

누구든지 겨우내 그리워했을 색깔은 녹색일 것이다. 생명의 푸른 빛깔을 찾아 담양 죽녹원으로 향한다. 울창한 대나무 숲사이로 난 오솔길을 따라 싸목싸목 걸으며 마스크를 벗고 심호흡을 해본다. 파란 하늘아래 초록 빛깔을 띤 대나무 숲에서 뭔가 생동하는 기운이 폐부로 쏟아져 들어오는 듯 싶다. 몸과 마음이 맑아지는 느낌이다. 이런 청량감은 대숲에서 발산하는 음이온(전기를 띤 눈에 보이지 않는 미립자)과 산소가 혈액을 맑게 하고, 공기를 깨끗하게 만들어 심신을 안정시키기 때문이라고 한다. 대숲에서 즐기는 죽림욕(竹林浴)이다.

죽녹원 면적은 31만238㎡(9만3847평)로 방대하다. ‘운수대통길’과 ‘사랑이 변치 않는 길’, ‘철학자의 길’, ‘선비의 길’, ‘사색의 길’ 등 8가지 주제의 산책로가 마련돼 있다. 전역을 다 돌아보기에는 시간이 부족하기에 적당한 곳에서 돌아서야 한다. 대숲 길을 따라 천천히 걷다보면 대숲을 지나는 바람을 느낀다. 대나무 숲을 몰아치다가 때론 살랑대는 바람에 색깔이 있다면 아마도 연한 녹색을 띠고 있을 것이다. 담양군은 ‘코로나 19’ 확산을 우려해 오는 30일부터 6일간 개최할 예정이던 ‘제22회 담양 대나무축제’를 취소하는 결정을 내렸다.

죽녹원 대나무 숲은 담양천변 관방제림(官防堤林), 메타세쿼이아 길로 이어진다. 담양에 왔다면 꼭 걸어봐야 한다는 ‘삼색(三色) 숲길’이다. 천연기념물 제366호로 지정된 관방제림은 370여 년 전에 수해를 막기 위해 제방을 쌓고 나무를 심은데서 비롯됐다. 1648년(조선 인조 26년)에 담양부사 성이성이, 그리고 1854년(철종 5년)에 부사 황종림이 제방을 다시 늘려 쌓고 숲을 조성했다고 전해진다. 제방에 심어진 나무들은 느티나무와 푸조나무, 팽나무 등 낙엽성 활엽수들이다. ‘제54번 나무’ 팽나무처럼 각 나무마다 번호와 수종(樹種)을 적은 이름표가 걸려있다. 아름드리 나무들은 아무렇지 않게 제방 좌우에 깊은 뿌리를 내렸다.

이어지는 메타세쿼이아 길은 2.1㎞. 총 487그루가 가로수를 이루고 있다. 죽녹원과 메타세쿼이아 길은 2015년과 2018년에 ‘국가산림문화자산’으로 각각 지정됐다. ‘코로나 19’가 일상을 억누르는 요즘, 관방제림과 메타세쿼이아 길은 눈부신 초록의 향연(饗宴)을 펼치고 있다.

담양 용마루 길
◇담양호 벗 삼아 걷는 ‘용마루 길’=담양호는 영산강유역 대단위 농업개발 제1단계 사업으로 1976년 10월 완공된 농업용 댐이다. 추월산(해발 731m) 정상에서 담양호를 내려다보면 여의주를 물고 하늘로 올라가는 용(龍)의 형상을 하고 있다고 한다. 이에 착안한 담양군은 2015년 2월 개통된 담양호 수변 산책 둘레길에 ‘용마루길’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용마루길’은 추월산 입구 주차장 맞은편 목교에서 시작한다. 입구에서 우선 눈에 들어오는 것은 인공 폭포이다. 2015년 열린 ‘담양 세계대나무 박람회’에 맞춰 관광객들에게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설치됐다.

목교를 건너 전망대에 오르면 오른쪽에 폭포, 정면에 추월산, 왼쪽에 담양호가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담양호 수변을 따라 조성된 ‘용마루길’ 길이는 총 3.9㎞. 이 가운데 나무데크 길이 2.2㎞, 흙산책 길이 1.7㎞이다. 코스는 목교에서 출발해 전망대~연리지~옛 마을터~삼거리를 돌아 출발점으로 회귀한다. 왕복하려면 2~3시간 가량 소요된다.

데크길은 유모차를 끌고 갈 수 있을 정도로 계단 없이 완만한 경사로 만들어져 걷기에 편하다. 오른쪽에 담양호를 끼고 데크 길을 따라 걷는다. 수려한 추월산 산세와 수면에 반사돼 반짝이는 물비늘, 하늘로 두 팔을 벌린 고목들이 어우러진 봄 풍경은 서정적이다. 대부분의 나무들은 물가로 기울어져 있다.

걷기시작한지 얼마 안 돼 ‘연리지(連理枝) 나무’를 만났다. 갈참나무 가지가 상수리나무 몸을 뚫고 나와 두 나무가 마치 어깨동무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여 ‘어깨동무 사랑나무’로 불린다. 같은 참나무과 나무이지만 서로 다른 종이 연리지가 된 경우는 드물다고 한다.

목교에서 1㎞가량 가면 갈림길이다. 산 쪽으로 ‘담양호 수행자의 길’이 새로 조성됐다. 안내문에는 ‘인생은 마치 산행과도 같다’면서 이렇게 쓰여 있다.

“‘수행자의 길’을 걸으면서, 인생의 산행중 ‘나는 지금 어디에 있고, 무엇을 하고 있으며, 어디로 가고 있는지’ 세상에 던져진 나의 존재와 삶의 여정을 통해 다시금 나를 발견하고 치유하는 힐링의 시간, 재충전의 시간을 가져보시길 바랍니다.”

‘수행자의 길’은 모두 13개의 능선으로 이뤄져 있고, 각 능선마다 스토리를 품고 있어 마치 ‘인생여정’(旅程)과도 같은 산행코스라고 설명돼 있다.

흙길은 나무데크 길과 또 다른 느낌을 준다. 워낙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로 뒤덮인 세상에 살다보니 자연 그대로의 흙길을 걸어보기란 여간 어렵지 않다. 발바닥에 와 닿는 촉감마저 다르게 느껴진다. 잔잔한 호수 수면을 바라보며 숲길을 걷는 정취는 탐방객의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고 ‘힐링’을 안겨준다.

인터넷에서 담양을 다녀간 어느 여행자의 글을 읽다가 ‘서정적인 담양다움’이라는 표현에 눈길이 멎었다. 죽녹원과 관방제림, ‘용마루길’을 한데 묶는 키워드는 ‘서정’(抒情)이다. 자연과 문화를 벗 삼는 담양이 댓잎처럼 ‘서정적인 담양다움’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담양 경비행기 체험
커피체리 (담양커피농장 제공)
한편 담양에서는 ‘담양산’ 커피를 맛보고, 경비행기를 타고 하늘을 나는 이색체험을 할 수 있다. 중앙일간지 기자출신인 임영주 대표가 고향으로 돌아와 운영하는 ‘담양 커피농장’에서 붉게 익은 커피체리를 견학하고 직접 내리는 핸드드립 커피를 맛볼 수 있다. 이곳은 지난해 11월에 농촌진흥청으로 부터 농촌교육농장 품질인증을 받았다.(담양군 금성면 석현리) 에어로마스터 담양항공은 2인승 레저형 경량항공기를 이용해 담양 읍내와 담양호 일원을 비행하는 체험비행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담양군 금성면 담순로 156-46)

/송기동 기자 song@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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