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부에 언제부터 사람이 살았을까
2020년 04월 06일(월) 00:00 가가
이기길 조선대 교수 ‘보성강 유역의 구석기문화’ 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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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95년 보성군 겸백면 도안리에서 펼쳐졌던 유적 발굴 당시 모습. |
지난 1986년 주암댐 수몰지역에서 뗀석기(타제석기)가 발견됐다. 이후 1990년까지 다섯 개의 유적이 발굴돼 한반도의 구석기인들이 전남에 살았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이로 인해 지역사는 수천 년 전 신석기시대에서 수만 년 전 구석기시대로 거슬러 올라갔다. 보성강이 한국 서남부의 인류거주사 내지는 구석기문화 연구의 시발점이 된 것이다.
한국구석기학회장을 역임한 이기길 조선대 역사문화학과 교수가 펴낸 ‘보성강유역의 구석기문화’(혜안)가 그것. 책은 한국 서남부에 살았던 첫 인류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흥미진진한 시간여행으로 구석기인들의 도구 제작기술, 붉은 안료를 사용한 정신세계 등을 담고 있다.
그 가운데 13개 유적은 지금까지 22회에 걸쳐 발굴 조사가 이루어졌고 이 과정에서 최소 5만 점의 유물이 수집됐다.
저자는 “유물의 대다수는 뗀석기지만 희귀한 간석기를 비롯해 붉은 안료로 쓰인 철석영도 있다”며 “현재 순천 월평유적은 국가사적 제458호, 장흥 신북유적은 전남도기념물 제238호로 지정돼 보성강유역의 구석기문화가 높은 수준이었음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또한 책은 800km가 넘는 원거리 교류망을 보유한 구석기인들의 사회적 역량도 조명한다.
이 교수는 “신북유적에서 발굴된 백두산과 규슈의 고시다케산으로 만든 흑요석기가 이 사실을 분명하게 뒷받침해준다. 최근에는 슴베지르개, 좀돌날몸돌, 흑요석기, 각추상석기와 일본지역 유적 수의 증감 등을 근거로 한반도의 구석기인이 일본열도로 이주했다”고 강조한다.
한편 이 교수는 연세대 사학과를 졸업했으며 동 대학원에서 문학박사학위를 받았다. 1991년부터 2018년까지 조선대 박물관 학예실장, 관장을 역임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