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 수집은 나만의 세계를 만들어가는 행복”
나의 최소 취향 이야기- 신미경 지음
2020년 03월 27일(금) 00:00
그녀의 첫 수집은 열 살 무렵이었다.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 같은 명작 소설을 돈을 모아 구입하기 시작했다. 그 다음에는 만화잡지와 패션잡지를 매달 구입했다. 스무살 즈음 부터는 돈이 생기면 구두를 샀고 신발 상자를 빼곡히 쌓아올렸다. 지금 이 물건들은 모두 어딘가로 사라졌다.

가지고 싶은 물건을 손아귀에 넣는 순간 느끼는 성취감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수집욕망을 느낀 건 그림. 원한다고 덜컥 살 수 있는 것도 아닌 터라 도록, 포스터 등을 모았다. ‘미니멀리스트’를 추구하는 지금 그녀가 수집하는 건 손바닥만한 ‘작은 그림엽서’다. 책갈피로도 사용하고, 책상 앞에 붙여 두며 위안을 얻고, 그 느낌은 나누고 싶을 땐 누군가에게 엽서로 보낸다.

‘뿌리가 튼튼한 사람이 되고 싶어’의 저자인 에세이스트 신미경의 신작 ‘나의 최소 취향 이야기’는 “예전에는 무얼 좋아하는 지 몰랐고, 남들이 욕망하는 모든 것에 관심을 가졌던” 저자가 “무작정 시도한 미니멀 라이프에서 답을 찾으려 오랜 시간을 보냈고, 이제 ‘적게, 바르게’라는 자신만의 기준이 담긴 최소 취향으로 하루를 채우고 있는” 일상을 담담하게 풀어내고 있다. 저자는 “좋아하는 것을 찾아가는 일은 나만의 세계를 만들어가는 행복이자, 흔들리는 나를 지탱하는 힘”이라며 각자가 그 ‘최소 취향’을 찾아가길 권한다.

책은 ‘최소 생활주의자:적게 가지고 바르게 생활하기’,‘하나뿐인 스타일:결국 스타일만 남았다’, ‘조금은 가볍게 일하기:최소한 나를 만족시키는 일’ 등 7장으로 돼 있다. 여느 사람들처럼 사회생활하며 특별한 사람이 되려하고 때론 ‘나대기’도 했던 저자는 북유럽 사람들의 보편적인 일상에 녹아 있는 ‘얀테의 법칙’을 삶의 태도로 받아들이며 평온을 얻는다. 노르웨이 작가 악셀 산데모세의 소설 ‘도망자, 그의 지난 발자취를 따라서 건너다’에 등장하는 가상의 마을 얀테 주민들은 ‘나는 남들보다 좋은 사람이 아니며, 더 똑똑하거나 더 많이 알지 않고, 더 중요한 사람이 아니고, 모든 것을 잘한다고 생각하지 않는 삶’을 산다.

저자의 최소 취향은 이런 것들이다. 겨울에 신는 모직양말의 행복감, 작게 접어 비행기 이코노미석에서 종이 신문을 읽는 것, 알고 싶지만 진입 장벽이 높은 세계가 있다면 그 분야를 다룬 만화책을 찾는 것, 술 대신 탄산수와 마들렌 한 조각으로 성찬을 즐기는 것, 좋아하는 남의 동네의 ‘명예주민’이 되는 것 등등.

저자는 또 ‘소유물(사회적 지위, 재산 등)과 자신을 동일시 여긴느 현대인의 조절을 깊이 사유할 수 있는’ 에리히 프롬의 ‘소유냐 존재냐’의 일독도 권한다.

<상상출판·1만4000원>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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