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도진 정쟁 바이러스
2020년 03월 11일(수) 00:00 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우리네 삶의 풍경을 송두리째 바꿔 놓고 있다. 거리는 한산하다 못해 적막하다. 감염을 우려한 시민들이 바깥출입을 자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치원과 초중고교의 개학은 처음으로 3주나 연기됐다. 도서관이나 박물관 등 문화 시설은 물론이고 취약 계층의 쉼터인 경로당과 사회복지시설들도 문을 닫았다. 예술 행사나 스포츠 경기도 줄줄이 순연됐다. 엊그제만 해도 일상이었던 일들이 한순간 모두 멈춰 선 것이다.
이동과 대면 접촉을 꺼리며 외식 대신 집밥이나 배달 음식을 선호하다 보니 음식점과 상가는 손님이 뜸해 썰렁하다. 최악의 경영난에 휴업이나 폐업을 택하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도 늘고 있다. 대기업이나 중소기업 역시 생산 차질과 수출 감소로 경영 위기에 직면해 있다. 경제적 타격이 본격화하고 있는 것이다. 전시에 준하는 ‘국가 비상사태’라는 말도 결코 과언이 아닌 듯하다.
코로나 확산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총선 풍경도 변화시키고 있다. 전통적인 선거운동은 사실상 중단됐다. 선거사무소 개소 같은 행사도 취소됐으며, 유세는 엄두도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유권자 접촉이 어려워진 후보들은 유튜브나 SNS를 활용한 온라인 선거 운동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출퇴근 인사 모습을 찍은 동영상을 올리거나 코로나 발생 현황과 안전 수칙을 공유하는 식이다. 방역 활동에 힘을 보태기도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현역 의원에 비해 인지도가 낮은 신인들은 발만 동동 구른다. 그렇지 않아도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싸우고 있는 판에 코로나 때문에 주민들을 만나기조차 힘드니 더더욱 불리해졌다는 것이다. 이대로라면 선거운동 없이 치러지는 사상 초유의 선거가 될 듯싶다. 유권자들이 후보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투표소에 가는 ‘깜깜이 선거’에 대한 우려가 현실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일각에서 총선 연기론까지 제기되는 배경이다.
기존의 총선 이슈였던 정권 심판론, 야당 심판론, 검찰 개혁 등은 모두 코로나에 묻혀 버렸다. 각 정당의 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과 공천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지만 그에 따른 ‘컨벤션 효과’는 찾아보기 힘들다. 그야말로 ‘코로나 블랙홀’이다. 민심이 어떻게 움직일지는 예측 불허의 상황이다.
이에 따라 여야 정치권은 코로나 대책을 짜며 전략을 조정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대면 접촉 선거 운동을 전면 중단하고 코로나 극복을 위한 추경 예산과 마스크 공급 대책 등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행여 집권 여당이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올 경우 민심 이반이 가속화할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다. 2015년 여름 메르스 사태가 확산하면서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지율이 역대 최저치를 기록한 것이 반면교사다.
그럼에도 간간이 이어지는 여권 인사들의 말실수나 분별없는 발언이 후폭풍을 일으키기도 한다. 홍익표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대구·경북 최대 봉쇄’ 발언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사퇴했다. “대구는 통합당 지역이니 손절해도 된다”(민주당 청년위원)거나 온라인에 올라온 “코로나가 대구·경북에서만 심각한 이유는 한국당과 그들을 광신하는 지역민들의 무능 때문”(부산 지역 당원)이라는 어처구니없는 글들도 논란을 불렀다.
코로나 대응에 주력하고 있는 것은 보수 통합으로 민주당과 양강 구도를 형성한 미래통합당 역시 마찬가지다. 이들은 현 상황을 ‘초기 대응 실패’로 규정하고 정부·여당을 향해 책임론 공세를 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정부가 코로나 사태 초기부터 중국의 눈치를 보고 있다며 ‘중국인 입국 전면 금지’라는 강경책을 주문하는가 하면 고집스럽게 ‘우한 폐렴’ ‘우한 코로나’라는 용어를 공공연히 사용하며 혐오 정서를 부추기고 있다. 더군다나 대구 지역 한 예비후보는 ‘문재인 폐렴 대구 시민 다 죽인다’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1인 시위를 펼치기까지 했으니 기가 찰 노릇이다.
온 나라가 코로나와 사투를 벌이는 상황에서 거대 양당 관계자들의 이 같은 행태는 참으로 통탄할 일이다. 국론을 분열시켜 재난을 세력 확대의 기회로 삼으려는 저열한 정쟁 아닌가. 급기야 권영진 대구시장이 “대구의 아픔과 국민의 어려움을 정치적 이익에 이용하거나 정쟁의 도구로 삼는 행위를 삼가 달라”며 “차라리 정치권은 침묵하는 것이 도와주는 것”이라고 일침을 놓은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확진자와 사망자가 연일 속출하는 대재앙 앞에서도 빛을 발하는 건 의료진과 시민들의 헌신이다. 의사와 간호사, 보건소 직원, 방역 당당 공무원, 119 구급대원들이 방역의 최전선에서 온몸을 던져 분투하고 있다. 방역 활동에 지쳐 땀에 젖은 방호복을 입은 채 잠시 휴식을 취하거나 장기간 고글과 마스크를 쓰다 이마와 콧등이 헐어 반창고를 붙인 그들의 모습을 보면 가슴이 찡해 온다. 우리나라의 검진과 방역 역량에 대해 해외에서 호평이 쏟아지는 것도 다 그들 덕분일 것이란 생각도 든다.
80년 5월 처절한 고립을 경험했던 광주 시민들은 나눔과 연대, 대동세상의 광주 정신을 앞장서 실천하고 있다. 환자 급증으로 어려움을 겪는 대구에 의료지원단을 파견한 것은 물론 대구 환자들을 위해 기꺼이 병상까지 내놓았다. 기부와 모금으로 마스크와 도시락을 나누고 임대료를 낮춰 상인들을 돕는 ‘착한 임대료 운동’에도 적극 동참하고 있다.
이런 모습을 보면 유권자인 시민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분명해진다. 따라서 정치권도 이젠 책임 공방과 지리한 정쟁을 멈추고 방역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도록 초당적으로 협력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의료 자원 확충과 얼어붙은 소비를 되살리기 위한 추경 예산의 조기 처리가 급선무다. 마스크 하나 구입하기 위해 노약자들이 줄을 서지 않도록 정책을 보완하고, 갈수록 유행 주기가 빨라지는 감염병 관리 체계도 강화해야 한다.
코로나가 지금 우리 모두를 힘들게 하고 있지만, 재난 속에서도 자신보다 공동체의 이익과 안전을 먼저 생각하는 시민들이 있기에, 머지않아 이 시련도 극복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여야 정치권의 잘잘못도 드러나게 될 것이며, 따라서 누가 잘했는지 잘못했는지는 국민이 투표를 통해 심판하면 될 일이다. 단언컨대 이번 총선 성적표는 각 정당이 남은 기간 코로나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기존의 총선 이슈였던 정권 심판론, 야당 심판론, 검찰 개혁 등은 모두 코로나에 묻혀 버렸다. 각 정당의 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과 공천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지만 그에 따른 ‘컨벤션 효과’는 찾아보기 힘들다. 그야말로 ‘코로나 블랙홀’이다. 민심이 어떻게 움직일지는 예측 불허의 상황이다.
이에 따라 여야 정치권은 코로나 대책을 짜며 전략을 조정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대면 접촉 선거 운동을 전면 중단하고 코로나 극복을 위한 추경 예산과 마스크 공급 대책 등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행여 집권 여당이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올 경우 민심 이반이 가속화할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다. 2015년 여름 메르스 사태가 확산하면서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지율이 역대 최저치를 기록한 것이 반면교사다.
그럼에도 간간이 이어지는 여권 인사들의 말실수나 분별없는 발언이 후폭풍을 일으키기도 한다. 홍익표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대구·경북 최대 봉쇄’ 발언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사퇴했다. “대구는 통합당 지역이니 손절해도 된다”(민주당 청년위원)거나 온라인에 올라온 “코로나가 대구·경북에서만 심각한 이유는 한국당과 그들을 광신하는 지역민들의 무능 때문”(부산 지역 당원)이라는 어처구니없는 글들도 논란을 불렀다.
코로나 대응에 주력하고 있는 것은 보수 통합으로 민주당과 양강 구도를 형성한 미래통합당 역시 마찬가지다. 이들은 현 상황을 ‘초기 대응 실패’로 규정하고 정부·여당을 향해 책임론 공세를 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정부가 코로나 사태 초기부터 중국의 눈치를 보고 있다며 ‘중국인 입국 전면 금지’라는 강경책을 주문하는가 하면 고집스럽게 ‘우한 폐렴’ ‘우한 코로나’라는 용어를 공공연히 사용하며 혐오 정서를 부추기고 있다. 더군다나 대구 지역 한 예비후보는 ‘문재인 폐렴 대구 시민 다 죽인다’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1인 시위를 펼치기까지 했으니 기가 찰 노릇이다.
온 나라가 코로나와 사투를 벌이는 상황에서 거대 양당 관계자들의 이 같은 행태는 참으로 통탄할 일이다. 국론을 분열시켜 재난을 세력 확대의 기회로 삼으려는 저열한 정쟁 아닌가. 급기야 권영진 대구시장이 “대구의 아픔과 국민의 어려움을 정치적 이익에 이용하거나 정쟁의 도구로 삼는 행위를 삼가 달라”며 “차라리 정치권은 침묵하는 것이 도와주는 것”이라고 일침을 놓은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확진자와 사망자가 연일 속출하는 대재앙 앞에서도 빛을 발하는 건 의료진과 시민들의 헌신이다. 의사와 간호사, 보건소 직원, 방역 당당 공무원, 119 구급대원들이 방역의 최전선에서 온몸을 던져 분투하고 있다. 방역 활동에 지쳐 땀에 젖은 방호복을 입은 채 잠시 휴식을 취하거나 장기간 고글과 마스크를 쓰다 이마와 콧등이 헐어 반창고를 붙인 그들의 모습을 보면 가슴이 찡해 온다. 우리나라의 검진과 방역 역량에 대해 해외에서 호평이 쏟아지는 것도 다 그들 덕분일 것이란 생각도 든다.
80년 5월 처절한 고립을 경험했던 광주 시민들은 나눔과 연대, 대동세상의 광주 정신을 앞장서 실천하고 있다. 환자 급증으로 어려움을 겪는 대구에 의료지원단을 파견한 것은 물론 대구 환자들을 위해 기꺼이 병상까지 내놓았다. 기부와 모금으로 마스크와 도시락을 나누고 임대료를 낮춰 상인들을 돕는 ‘착한 임대료 운동’에도 적극 동참하고 있다.
이런 모습을 보면 유권자인 시민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분명해진다. 따라서 정치권도 이젠 책임 공방과 지리한 정쟁을 멈추고 방역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도록 초당적으로 협력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의료 자원 확충과 얼어붙은 소비를 되살리기 위한 추경 예산의 조기 처리가 급선무다. 마스크 하나 구입하기 위해 노약자들이 줄을 서지 않도록 정책을 보완하고, 갈수록 유행 주기가 빨라지는 감염병 관리 체계도 강화해야 한다.
코로나가 지금 우리 모두를 힘들게 하고 있지만, 재난 속에서도 자신보다 공동체의 이익과 안전을 먼저 생각하는 시민들이 있기에, 머지않아 이 시련도 극복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여야 정치권의 잘잘못도 드러나게 될 것이며, 따라서 누가 잘했는지 잘못했는지는 국민이 투표를 통해 심판하면 될 일이다. 단언컨대 이번 총선 성적표는 각 정당이 남은 기간 코로나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