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거리 두기
2020년 03월 04일(수) 00:00 가가
알베르 카뮈의 장편소설 ‘페스트’는 1940년대 프랑스의 작은 도시 오랑이 배경이다. 인구 20만 명의 도시에 전염병 ‘페스트’가 발생하고, 외부와 철저히 봉쇄된 도시에서 시민들이 전염병에 맞서 싸우는 이야기다. 전염병이 창궐하면서 맞닥뜨리게 되는 인간들의 이별과 상처, 좌절과 절망을 실감 나게 묘사했다. 시민들 사이에서 인간에 대한 이해와 페스트를 극복하기 위한 연대 의식이 싹트고, 이를 이겨 내는 과정은 더욱 감동적이다. 시민을 중심으로 한 자원봉사대인 ‘보건대’의 활동을 통해 이 시대에 버리지 말아야 할 인간의 소중함도 다시 한 번 되돌아볼 수 있다.
제레드 다이아몬드 교수는 저서 ‘총,균,쇠’를 통해 세균을 통한 대중성 질병들은 농경사회가 시작되고, 대규모 조밀한 인구 집단이 형성되면서 발생한다고 했다. 숙주(宿主)를 통해 전파되는 바이러스 특성상 생물체로 옮겨 다니기 때문에 숙주인 사람들이 많이 모인 곳에서는 활발한 전파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전국이 코로나19와 전쟁을 벌이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방역 현장 최일선에서는 의료진과 공무원 및 자원봉사자들이 감염 위험을 무릅쓰고 헌신적으로 일하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감염을 예방하거나 줄이는 것은 개개인의 역할이다. 소설 ‘페스트’에는 이런 내용도 나온다. “잠시 방심한 사이에 다른 사람 낯짝에 대고 숨을 내뱉어서 그자에게 병균이 들러붙도록 만들지 않으려면 늘 자기 자신을 제대로 단속해야 한다는 겁니다.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이 바로 병균이기 때문입니다.” 개개인의 행동이 감염병 추이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철저한 자기 방역(셀프 방역)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코로나 19 확산을 막기 위해 외출 자제, 모임 제한 등 대면 접촉을 최소화하는 ‘사회적 거리 두기’(social distancing) 캠페인이 대대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시민들의 연대와 동참이 적극적으로 이뤄져야만 코로나 19와의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을 것이다.
/최권일·정치부 부장ck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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