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소설의 저작권을 달라고요?
2020년 03월 03일(화) 00:00

조서희 광주대학교 문예창작과 2학년

한동안 잠잠했던 문학계가 또다시 시끄러워졌다. ‘오직 한 사람의 차지’, ‘너무 한낮의 연애’ 등을 펴낸 김금희 작가는 지난 1월 4일 자신의 SNS에 ‘제44회 이상문학상’ 수상 거부 견해를 밝혔다.

동인문학상, 현대문학상과 함께 한국 3대 문학상이라고 불리는 이상문학상은 작가 이상이 남긴 문학적 업적을 기리는 문학상이다. 수상 기준은 한 해 동안 발표된 중·단편 소설 가운데 심사를 거쳐 대상 한 편과 우수상 대여섯 편을 선정한다. 매해 수상작들은 이상문학상을 주관하는 문학사상사에서 책으로 묶어 출판된다.

문제가 된 저작권 양도 조항은 올해 생겨난 것이 아니다. 문학사상사는 수 해 동안 선정된 작품들의 저작권을 양도받고 작가 본인의 출판물에 표제작으로 쓸 수 없도록 계약서를 작성해 왔다.

김금희 작가가 최초로 문제를 제기한 이후 수상 예정이었던 최은영, 이기호 작가 또한 수상을 거부했다. 작년 제43회 이상문학상 대상을 받은 윤이형 작가는 “수상을 무를 수 없으므로 (중략) 앞으로의 활동을 영구히 중단한다”며 절필 선언을 했다.

수년간 지속해왔던 이상문학상의 불공정 계약에 많은 작가는 해시태그 ‘#문학사상_업무_거부’를 달며 문학사상사에 맞서 연대하고 있다. ‘디디의 우산’를 펴낸 황정은 작가 또한 “문학사상사는 이 수치심과 부끄러움을 더는 작가들에게 떠밀지 마시고 제대로 논의하고 사과하고 대책을 마련해 주십시오”라고 연대의 입장을 밝혔다.

이에 2월 4일 문학사상사는 “이상문학상 진행 과정에서 일어난 문제와 그와 관련해 벌어진 모든 상황에 대해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으며 깊은 책임을 느낀다”며 “이번 사태로 상처와 실망을 드린 모든 분께 먼저 심심한 사의를 표한다”고 입장문을 올렸다.

논란이 된 저작권 양도와 표제작 규제 조항은 대상 수상작 최소 보호를 명목으로 ‘1년 출판권’으로 수정됐다. 올해 제44회 수상작 발표도 하지 않는다.

불공정 계약뿐만 아니라 문단 내 논란은 꾸준히 있었다. 2년 전 현직 판사가 국내에 성폭력과 관련한 미투(Me Too)를 제기하면서부터 여성 작가들은 ‘#문단_내_성폭력’이란 해시태그로 성추행·성폭행 피해 사실을 밝혔다. 그뿐만 아니라 작가 지망생, 신인 작가를 대상으로 한 기성 문인들의 갑질도 미투를 통해 고발됐다.

하지만 미투의 가해자들은 떳떳이 활동하고 있다. 반면 피해 사실을 고백한 피해자들은 낙인이 찍힌 채 가는 곳마다 그에 대한 질문을 받아야 했다. 이것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문단은 등단 경로, 학연, 사제 연으로 오래전부터 ‘그들만의 리그’였다. 문단 내에서 입지를 다진 대선배 혹은 출판사 고위직들이 자신들의 지인인 가해자를 그대로 고용하거나 일자리를 마련해 주는 것이다.

문단 개혁은 뿌리부터 잘라 내야 한다. 그러려면 가장 먼저 작가들을 대표하고, 그들의 권리를 보호해줄 수 있는 단체가 필요하다. 한국소설가협회나 한국작가회의 등 작가들의 대표 집단으로 보일 수 있는 곳들이 있지만, 의무적 가입이 아닌 선택적 가입의 사법 단체일 뿐이다. 비회원인 작가는 그들의 보호마저도 받을 수 없다.

문학은 가장 진보적인 장르다. 때로는 은유적으로, 때로는 직접 사회를 말하고 인간에 대해 말해야 한다. 문학이 제 몫을 다하려면 문학을 창조하는 작가들이 자유로워야 한다. 우리는 더는 재능 있는 작가를 잃으면 안 된다. 하루빨리 문단이 개혁돼야 할 이유다.
오피니언더보기

기사 목록

광주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