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목싸목 남도한바퀴-고흥] 신비한 우주 체험하고 ‘덤벙분청’ 매력에 빠지다
2020년 02월 18일(화) 00:00
2017년 개관 분청문화박물관 가면
타임머신 탄 듯 고흥 역사·문화 한눈에
우주센터·우주과학관·청소년 우주센터
우주선 조정하고 별자리 여행 즐기고
예술의 섬 연홍도, 남포 미술관…
문화공간 역시 여행자 발길 붙잡아

지난 2017년 10월 개관한 ‘고흥 분청문화박물관’.

◇‘덤벙분청’ 매력찾아가는 고흥 분청문화박물관=600여 년 전으로 시계를 되돌려 보자. 조선 전기 세종대인 15세기초 고흥 운암산(해발 484.3m) 서쪽자락에 자리한 운대리 일대는 요즘으로 치면 첨단 산업지구였다. 이곳에서 분청사기가 활발하게 생산됐다. 가마가 활발하게 운영되던 시절의 흔적이 지명에 고스란히 남아있다. 상대와 운곡마을은 오래전부터 ‘사구시’ 또는 ‘사기시’라 불렸는데 이는 ‘사기시장’(沙器市)을 의미한다.

“지금은 간척사업으로 막혀있지만 당시는 마을앞 포구를 통해 배가 들어와 분청사기를 한양으로 운송했고, 일부는 등짐을 지고 운암산을 넘어 해창만 포구에서 부산 쪽으로 보냈다고 합니다.”

고흥 분청문화박물관(이하 분청문화박물관) 이순영 전문해설사의 설명이다. 운대리 가마터는 지난 1980년 미술사학자 정양모 전 국립 중앙박물관장과 일본학자 코우모토 후쿠지(香本不苦治)에 의해서 처음으로 학계에 알려졌다. 이후 2000~2001년 국립 광주박물관의 발굴조사 결과 고려청자 가마터 5기와 분청사기 가마터 25기가 밀집 분포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가운데 5기를 발굴조사했다. 고려청자 가마터는 전남기념물 제80호(1984년)로, 운대리 1·2호 가마터는 역사적·학술적인 가치를 인정받아 국가사적 제519호(2011년)로 각각 지정됐다. 아득하게 잊혀졌던 운대리 가마터가 1980년 첫 보고되고 분청문화박물관이 2017년 10월 개관하기까지 꼬박 37년이 소요됐다.

분청문화박물관은 타임머신에 올라탄 듯 고흥의 유구한 역사와 문화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공간이다. 박물관은 크게 ▲역사문화실 ▲분청사기실 ▲설화문학실로 나눠져있다.

분청사기실은 박물관의 핵심이다. 운대리 5개 가마터에서 발굴한 다양한 스타일의 분청사기가 가마별로 전시돼 있다. 특히 운대리 14호 가마터를 실제 크기의 2분의 1로 축소해 놓아 가마의 구조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오른쪽 벽면은 5개 가마터를 발굴하며 폐기장에서 수습한 3만~4만개 분청사기 사금파리들로 채워져 있다. 운대리 분청사기 도공들의 땀방울과 눈물, 혼이 배어있는 작은 조각들이다.

분청사기는 ‘분장회청사기’(粉粧灰靑沙器)를 줄인 말로, 일제강점기인 1930년대에 미술사학자 우현 고유섭이 처음으로 사용했다. 고려 말~조선초에 주로 만들어진 분청사기는 세종때 절정을 이뤘다.

미술사학자 혜곡 최순우는 ‘분청사기의 멋’이라는 글에서 “고려청자에 바탕을 둔 분청사기의 기법은 한층 대범해지고 민중적이었으며 서민적이었다. 고려청자가 귀족적이었다면 분청사기는 매우 서민적이었다”고 했다.

운대리 분청사기는 7가지 장식기법(상감·인화·박지·조화·철화·귀얄·덤벙) 가운데 붓을 사용해 그릇표면에 분장토를 칠하는 ‘귀얄기법’과 ‘덤벙기법’을 주로 사용했다. 덤벙은 그릇을 백토 물에 ‘덤벙 담갔다’해서 혜곡 최순우 선생이 그러한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겹쳐 굽다가 붙어버리고, 깨진 분청사기 조각들을 보며 이름을 남기지 않은 도공들을 떠올려본다.

한편 분청문화박물관 아래에 ‘조종현·조정래·김초혜 가족문학관’이 자리하고 있다. 고흥출신 시조시인 조종현 선생과 더불어 아들인 조정래 작가와 김초혜 시인의 작품세계를 조명한다. 옛 운대 초등학교 건물을 리모델링한 고흥 갑재 민속전시관은 다양한 민속품을 통해 조선시대부터 근·현대에 이르는 고흥의 민속과 생활문화 등을 보여준다.(고흥군 두원면 두원운석길 9·)

◇우주항공 중심도시로 도약하는 고흥=고흥IC에서 고흥읍을 거쳐 녹동까지 고흥반도를 남북으로 관통하는 국도 15호선 도로명은 ‘우주항공로’이다. 고흥은 ‘우주항공 중심도시’를 표방한다. 지난 2013년 1월 30일 한국 최초의 우주발사체 나로호(KSLV-Ⅰ) 발사를 성공시킨 ‘나로 우주센터’가 봉래면 외나로도에 자리하고 있다. 또한 매년 ‘고흥 우주항공축제’를 개최하고 있고, 고흥 우주천문과학관과 우주테마 체험시설인 국립 청소년 우주센터(NYSC), 나로우주센터 우주과학관 등 3곳의 우주관련 시설을 갖추고 있다. 또한 나로우주센터와 바다건너 직선거리로 17㎞ 떨어진 고흥 우주발사전망대에서 발사광경을 볼 수 있다.

지난 2011년 2월에 개관한 고흥 우주천문과학관은 도양읍 용정리 장기산 꼭대기에 자리하고 있다. 주관측실에 설치된 주경지름 800㎜ 주망원경을 비롯해 9대의 보조망원경과 12대의 교육용 망원경을 보유하고 있다. 낮에는 태양흑점을 볼 수 있고, 밤에는 달과 행성, 성운·성단, 별자리를 관측할 수 있다. 관측에 앞서 천체투영실 10m 크기의 돔 스크린을 통해 가상의 별자리 여행을 즐긴다. 천문과학관 이용시간은 오후 2시부터 밤 10시까지(매주 월요일 휴관)이다.

2010년 7월 문을 연 국립 청소년 우주센터는 청소년들의 우주를 향한 탐구심과 창의력을 키워주는 우주과학 특성화 수련시설이다. 내나로도 동쪽 바닷가(고흥군 동일면 덕흥리)에 위치하고 있다.

공을 반으로 자른 듯한 모양을 한 센터 활동체험관은 미래 우주기지를 연상시킨다. 체험관내에는 무중력 우주적응장비와 1인승 비행 시뮬레이터, 우주선 조종 장비 등 다양한 우주체험 시설을 갖추고 있다.

또한 센터는 개인과 가족을 대상으로 ‘우주과학 캠프’와 ‘특성화 캠프’를 진행하고 있다. 40인 이상 단체를 대상으로 한 당일 체험 프로그램(1시간 과정)으로 3차원 가시화 시스템으로 우주를 배우는 ‘스페이스 투어’와 천체투영관을 활용한 ‘코스모스 투어’를 실시하고 있다.(고흥군 동일면 덕흥양쪽길 200)

이 밖에도 나로우주센터에 우주과학기술을 전시하고 교육하는 우주과학관이 자리하고 있다. 로켓과 인공위성 등을 주제로 한 전시물을 비롯해 4D 돔영상관, 야외 전시장으로 구성돼 있다.(고흥군 봉래면 하반로 490)

한편 올해는 ‘고흥 방문의 해’이다. ‘전남도 민간정원 제1호’로 지정된 쑥섬(애도)과 ‘예술의 섬’ 연홍도, 부자가 이어 지역사랑을 실천하는 ‘남포미술관’ 등 문화공간 역시 여행자들의 발길을 이끌고 있다. 고흥과 여수를 잇는 해상교량이 2월말 개통되면 고흥관광에 촉매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송기동 기자 song@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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