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치홍 떠난 자리 원성만 남았다
입단 첫해부터 활약…KIA 내야서 꾸준한 성적내며 2회 우승 선물
팬들, 10여년간 함께 희로애락…롯데 이적 지켜보며 구단에 배신감
선수들, 주축 타자·캡틴 홀대에 동요…팀에 대한 자부심 상실 우려
2020년 01월 07일(화) 23:35
‘안치홍발’ 후폭풍이 거세다.

8번 하면 안치홍을 떠올렸던 KIA 타이거즈팬들은 6일 ‘추억’을 잃었다.

고교를 갓 졸업한 어린 선수의 당찬 플레이는 팬들을 환호시켰다. 해태 시절 올드팬들의 발길도 다시 잡은 신성(新星)이었다. 안치홍은 KIA 팬들과 두 번의 우승 순간을 함께했고, 3개의 골든 글러브도 타이거즈에 선물했다.

안치홍은 관중석을 ‘오른쪽 왼쪽’으로 단결시킨 대표적인 프랜차이즈 스타이기도 했다. 그가 사연 많은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왔을 때, 우승 도전을 위해 잠실 타석에 섰을 때 팬들은 놀라운 응원을 보내줬다. 선수 자신도 ‘소름 돋았다’고 말할 정도였다.

팬들에게 안치홍은 10여 년의 ‘희로애락’을 안긴 선수였다. 불합리한 대표팀 탈락,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나홀로 활약, 아쉬웠던 2019시즌 등등.

김기태 전 감독은 안치홍이 군복무 하는 동안 8번을 임시 결번해 ‘8번의 가치’를 인정해줬다.

하지만 타이거즈에서의 20년을 이야기했던 선수는 롯데 자이언츠 유니폼을 입은 채 주먹을 쥐었다.

2019시즌 내내 안치홍은 속앓이를 했다. 손바닥을 시작으로 경기 도중 발목, 손가락을 다쳐 제 기량을 발휘하기 힘들었고, 내부 목소리를 통해 ‘2루 불가론’이 튀어나왔다. FA 협상 과정에서도 묵묵히 기다리는 입장이었지만, 시세에 맞지 않는 금액을 부르는 욕심 많은 선수가 됐다.

야수 육성 성적이 신통치 않은 KIA에서 꾸준하고 성실하게 팀 자존심을 지켜줬던 선수는 시간이 갈수록 자존심이 상했다.

해를 넘겨 겨우 계약 조건을 제시받았지만, 일부 언론을 통해 언급된 것에 미치지 못하는 금액이었다. 구단은 금액 변동은 없을 것이라고도 못을 박았다.

‘안치홍, 김선빈에 올인하기 위해 FA시장에 뛰어들지 않았다’, ‘우리에게 꼭 필요한 선수다’, ‘프랜차이즈와 팬들의 관심에 걸맞은 대우를 하겠다’던 구단의 이야기는 결국 다 거짓말이 됐다.

팬들은 수많은 추억을 선물한 프랜차이즈 스타가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진심을 찾아, 고향이라 생각한 광주를 떠나는 모습을 지켜보게 됐다. ‘8번의 추억’을 잃은 팬들은 상실감을 느꼈고, 앞뒤가 다른 구단의 처사에 분노하고 있다.

내부에 후폭풍도 거세다.

안치홍은 지난 6일 오전 라커룸에 두었던 짐을 챙기기 위해 경기장에 갔다. KIA선수로 마지막으로 챔피언스필드를 찾은 그를 보고 개인 훈련을 하러 나온 선수들은 당황했다. 선수들 사이에 돌던 ‘구단이 안치홍, 김선빈 잔류에 관심이 없다’던 소문이 결과적으로 사실이 됐다.

FA인 ‘100억 사나이’ 최형우를 제외하고 가장 꾸준하고 강렬하게 활약했던 주축 타자. 또 처음부터 KIA 유니폼을 입고 뛴 귀한 야수 프랜차이즈이자 ‘캡틴’이 홀대를 받고 짐을 꾸리는 모습에 선수들은 동요했다.

KIA 선수라는 자부심과 팀에 대한 애정은 불확실한 미래 앞에서는 가치가 없다는 것을 선수들은 목도했다. 결국은 팀이 아닌 개인을 위해 뛰어야 한다는 메시지가 전달된 셈이다.

KIA 구단은 지난 10여 년의 가치를 부정하고, 자산 가치를 스스로 깎았다.

구단이 단순 시장가치로만 거론하고 대우하는 것과 달리 ‘8번’은 타이거즈팬에게 각별한 애정의 번호였다. 팬들은 기계적인 경기 결과가 아닌 스타와 추억으로 산다. 팬들은 추억을 뺏겼고, 선수들은 팀에 대한 자부심을 잃었다.

/김여울 기자 wool@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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