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안치홍’ 홈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KIA 떠나는 프랜차이즈 스타]
성실·꾸준함 장점 내야 지킴이 10시즌 타율 0.300·100홈런·586타점 골든글러브 3회 수상·KS 2회 우승
[험준했던 FA협상]
지난해 손바닥·발목 등 잦은 부상에 성적 하락·FA 한파 겹쳐...5~6차례 만남에도 협상 지지부진
[부산갈매기 되다]
롯데 적극적 러브콜에 고심 끝 결정 ‘2+2’ 조항 실행시 4년 최대 56억원...KIA 팬들에 미안함 편지로 남겨
2020년 01월 06일(월) 22:30
‘호랑이 군단’의 프랜차이즈로 사랑을 받았던 안치홍이 광주를 떠난다. 2020시즌 안치홍은 롯데 유니폼을 입고 사직 그라운드에 선다.

롯데 자이언츠는 6일 안치홍과 계약 기간 2년 최대 26억원(계약금 14억 2000만원, 연봉총액 5억8000만원, 옵션 총액 6억원)에 FA 계약을 체결했다.

일반적인 FA 계약과는 다른 ‘2+2’가 이번 계약의 핵심이다.

2020·2021시즌 롯데 선수로 뛰는 안치홍은 2022년 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는다. 상호 계약 연장 조항이 있어 2022년 재계약을 할 경우 2년 최대 31억원을 받게 된다. ‘2+2’가 실현되면 계약 규모는 최대 4년 56억원(바이아웃 1억 제외)이 된다.

2년 뒤 롯데가 연장을 요청할 경우, 안치홍은 계약 연장 또는 자유계약을 선택할 수 있다. 만약 롯데가 2년 계약 연장을 원치 않을 경우에 바이아웃으로 선수 측에 1억원을 지급하고, 안치홍은 자유 계약 선수가 된다.

안치홍에게는 자존심을 건 새로운 도전이다.

2009년 서울고를 졸업하고 KIA 유니폼을 입은 안치홍은 성실함과 꾸준함으로 타이거즈 내야를 지킨 대표적인 프랜차이즈 스타였다. 입단 첫해 KBO리그의 ‘최연소 기록’들을 갈아치운 그는 한국시리즈 7차전에서 결정적인 한방을 쏘아 올리며 우승컵의 향방도 바꿨다.

‘대표팀 불운’으로 두 차례 심한 속앓이를 했던 안치홍은 경찰청 복무를 위해 잠시 팀을 떠났지만, 복귀 후 강렬한 활약을 하면서 2년 연속 골든글러브 단상에 오르기도 했다.

안치홍은 올 시즌 최악의 부진에도 통산 10시즌 1124경기에 나서 타율 0.300, 100홈런, 586타점을 기록했다. 세 차례 골든글러브와 두 번의 한국시리즈 우승도 경험했다.

하지만 인생의 또 다른 중요한 전환점에서도 안치홍은 불운했다.

2019 시즌 초반 손바닥 부상을 시작으로 발목, 손가락 부상을 잇달아 입었고 ‘공인구 효과’까지 안치홍의 성적에 영향을 미쳤다. 매년 제 몫을 해줬던 안치홍에게는 최악의 시즌이 됐고, 설상가상 FA 시장까지 얼어붙었다.

꾸준했던 성적은 물론 입단 첫해부터 기부활동을 이어오고, 지난해 주장으로 역할을 하며 그라운드 안팎에서 모범이 됐던 안치홍에 대한 KIA 구단의 열기는 뜨겁지 않았다.

조계현 단장이 “팀에 꼭 필요한 선수다”고 수차례 언급하고 공개 석상에서도 안치홍 계약 의사를 밝혔지만, 실제 구애는 없었다.

구단은 5~6차례 만남에도 구체적인 금액을 제시하지 않다가 해가 넘긴 뒤에야 뒤늦게 구단안을 전달했다.

이화원 대표이사가 “김선빈과 안치홍은 우리 팀에 필요한 선수들이다. 시장 가치와 함께 두 선수의 앞선 공헌도 등도 생각해야 한다. 두 사람의 마일리지도 고려해서 배려하겠다”고 했지만 공교롭게도 이번 FA 시장의 기준점이 된 오지환의 40억에는 한참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었다.

오지환은 앞서 LG와 4년 총액 40억원(계약금 16억원·연봉 6억원)에 계약을 했다. 옵션이 빠진 순수 보장액이다.

“2019시즌 너무 부족했다. 준비 잘해서 팀에 보탬이 되고 싶다”던 안치홍의 ‘진심’과 달리 구단은 ‘진심’이지 못했다. 외부에 보여준 열정과 달리 선수를 향한 실제 반응은 냉랭했다.

“설 곳이 없다”는 느낌을 받은 안치홍은 ‘필요한 선수’로 존중해준 롯데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2년’은 화려한 부활을 위한 안치홍의 각오이기도 하다. 지난 시즌 부족했던 부분을 실력으로 만회해 2루수로 진짜 평가를 받겠다는 의미다.

그 결과에 따라 안치홍은 2년 뒤 지금과는 다른 위치에서 다양한 선택지를 가지고 자신의 또 다른 야구 인생을 고민할 수도 있다.

KIA에 대한 애정이 강했던 안치홍은 시즌이 끝난 뒤에도 라커룸에 있는 짐을 빼지 않았다. “빨리 계약을 끝내고 챔피언스필드에 나와서 훈련을 하고 싶다”며 안치홍은 2020시즌을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기다렸던 순간은 오지 않았고 안치홍은 6일 오전 익숙했던 경기장에 나가 짐을 챙겨 나왔다.

안치홍은 “정말 많은 고민을 했다. 지난해 좋은 결과를 내지 못했다. 부족했던 만큼 이곳에서 좋은 모습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죄송한 마음이 크다. 나를 필요로 한다는 느낌에 롯데를 선택하게 됐다. 감독님, 단장님께서 진심으로 다가와 주셨고 필요한 선수로 느끼게 해주셨다. 그라운드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는 게 선수로의 역할이고 자부심이다”며 “KIA에서 팬들에게 너무 많은 사랑을 받았다. 늘 감사한 마음 잊지 않고 있겠다. 죄송하고 감사하다”고 언급했다.

안치홍은 또 KIA 팬들을 위해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친필 편지를 남기며 감사함과 미안함을 전했다.

/김여울 기자 wool@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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