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 문화기행 <하> 덴마크 코펜하겐
가장 오래된 또는 가장 현대적인…아름다운 어우러짐
‘새로운 항구’ 뉘하운 운하 투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티볼리 공원’
박물관으로 조성된 ‘로젠보르 궁정’
아름다운 ‘루이지아나 현대미술관’
안데르센 원본 등 보유 ‘왕립도서관’
클래식 전용 ‘DR콘서트홀’ 눈길
2019년 12월 30일(월) 00:00

루이지아나 현대미술관의 트레이드마크인 알렉산더 칼더 작품이 해가 질 무렵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서 있다.

공항에서 도심 한복판 중앙역까지 15분이면 도착하는 덴마크 코펜하겐은 서유럽과 북유럽을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하는 도시다. 중앙역에 도착하면 1843년 세워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놀이공원 ‘티볼리 공원’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코펜하겐의 첫 인상은 경쾌함과 역동성이었다. ‘자전거의 나라’로 불리는 코펜하겐은 스웨덴 스톡홀름이나 핀란드 헬싱키보다 젊은 기운이 넘쳐나는 곳이었다. 물가는 두 지역보다 비싸 선뜻 지갑 열기가 어려웠지만, 전세계에서 가장 먼저 박물관으로 조성된 왕궁인 로젠보르 궁전부터 현대적 디자인의 콘서트홀까지 전통과 현대의 어우러진 아름다운 도시였다.

코펜하겐의 과거를 느낄 수 있는 뉘하운 운하.


코펜하겐 여행은 ‘인증샷’ 장소인 뉘하운(Nyhavn) 운하에서부터 시작했다. ‘새로운 항구’라는 뜻을 가진 이곳은 1637년 조성된 서민적 운하이자 항구다. 알록달록한 여러가지 색깔을 입은 집들이 줄지어 있는 이곳은 한 때 항구 노동자의 선술집이었고, 지금은 관광객들을 위한 음식점과 술집 등이 들어서 있다. 1시간 동안 뉘하운 운하, 인어공주상, 왕립도서관, 오페라하우스 등 코펜하겐 명소를 둘러보는 운하투어는 인기 아이템이다.

코펜하겐은 궁전 등 오래된 역사적 공간들도 좋지만, 미술관·콘서트홀·도서관 등 새롭게 들어선 시설들이 도시의 또 다른 랜드마크로 자리잡으며 문화예술 투어의 정점을 이루고 있다.

검은 화강암으로 만들어진 건물 모습이 다이아몬드를 닮았다고 해 ‘블랙 다이아몬드’라고 불리는 왕립도서관은 ‘핫 스폿’이다. 1906년 현재의 위치로 이전한 도서관은 지난 1999년 신관이 만들어지면서 대표적인 관광명소로 떠올랐다. 덴마크 오덴세 출신인 안데르센의 원본동화, 키에르케고르 수필 원고 등 희귀자료를 보유하고 있는 도서관은 독특한 디자인도 일품이지만, 대형 유리창 사이로 내어다 보이는 바깥 풍경이 일품이다.

도서관 바로 옆에는 올해 문을 연 복합건물 ‘블록스’가 자리하고 있다. 덴마크건축의 어제와 오늘을 한눈에 만날 수 있는 덴마크 건축박물관을 비롯해 주거시설, 상업시설이 함께 들어선 ‘블록스’는 독특한 건물 디자인이 눈길을 끌며 코펜하겐에서 세번째로 개통된 보행자 전용 다리 바로 곁에 자리하고 있어 접근성도 좋다.

2005년 문을 연 왕립오페라하우스는 14층(지하 5층, 지상 9층) 규모의 대형 공연장으로 특히 아름다운 야경을 자랑한다. 로비에는 덴마크 출신 작가들의 다양한 작품이 자리하고 있고, 원통형 구조로 만들어진 공연장 입구는 색다른 느낌을 준다. 인근의 왕립극장은 뛰어난 외관 디자인과 함께 무엇보다 널찍한 로비가 눈에 띄었다. 카페 등이 들어선 이곳에서 바라보는 운하는 더 없이 아름답다.

코펜하겐의 대표 클래식 공연장인 DR콘서트홀.


DR콘서트홀은 현재 덴마크를 대표하는 클래식 공연장이다. 세계적인 건축가인 프랑스의 장 누벨이 디자인한 건물은 현대적인 모습으로 눈길을 끈다. 오페라하우스가 연륜있는 신사의 느낌이라면, DR 콘서트홀은 발랄한 청년의 이미지다. 1700석을 갖춘 메인 공연장은 12월 내한공연을 가졌던 덴마크국립오케스트라의 상주 공연장으로 국내에서 롯데콘서트홀이 처음 도입해 화제가 됐던 ‘빈야드’(Vineyard) 스타일의 연주장이다. 특히 에펠탑, 개선문 등의 조명을 설계한 얀 케르살레가 참여한 ‘짙푸른빛’의 야간 조명은 공연장의 트레이드 마크다.

무엇보다 공연을 ‘만끽하는’ 관객들의 태도가 인상적이었다. 오페라 하우스에서 관람한 덴마크오페라단의 ‘세빌리아의 이발사’ 공연 때나 DR 콘서트홀에서 오케스트라 공연이 끝난 후 터져나온 객석의 환호는 상상 이상으로 마치 대중가수의 공연을 보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돌아오는 전철에서 만난 일본인 단체 관람객들은 놀라움을 표현했다.

루이지아나 현대미술관의 자코메티 작품.


코펜하겐을 여행하는 이들이 빠지지 않고 들르는 곳이있다. 중앙역에서 30분 정도 기차를 타고 가면 만나는 루이지아나 현대미술관이다. 1958년 덴마크 현대미술을 소개하기 위해 지어진 곳으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현대미술관’,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명소’로 불리며 1년에 70만 명 이상의 방문객을 끌어모은다. 한적한 역에서 내려 조용한 주택가를 지나 10여분을 걸으면 보통 주택같은 소박한 입구가 나타난다. 다소 의아하다 싶은데, 표를 끊고 건물 안으로 들어서 정원으로 나가면 ‘반전’이 펼쳐진다.

푸른 잔디가 끝없이 펼쳐진, 해변을 바라보며 조성된 조각공원에는 온갖 유명 작품들이 즐비하다. 리히텐슈타인, 장 뒤 뷔페 등의 작품에 정신을 뺏기며 잔디밭을 지나면 사진에서 본 그 유명한 풍경이 펼쳐진다. 알렉산더 칼더의 설치 작품이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서 있는 모습 말이다. 야외 공간만 눈길이 머무는 건 아니다. 실내로 들어서면 앤디워홀, 헨리 무어 등 세계적인 현대미술가들의 작품이 눈에 띈다. 회랑처럼 이어진 공간을 걷다보면 건물 안과 밖으로 수많은 작품이 관람객을 유혹한다. 무엇보다 조각가 자코메티 컬렉션 앞에서는 발길을 떼기 어렵다. 특히 프란시스 베이컨의 작품 한점과 자코메티의 ‘걷는 사람’ 등 단 세 작품이 걸린 공간은 탁 트인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푸른 나무와 연못, 파란 하늘이 어우러져 잊을 수 없는 풍경을 연출한다.

한여름이면 잔디밭이나 카페 야외 테라스에 앉아 휴식을 취하는 이들이 많지만 늦가을 찾은 이곳에서는 약간의 쓸쓸함도 느껴졌다. 석양이 지는 모습을 바라보니 마음이 차분해진다. 미술관에 들어서면 좀처럼 빠져나오기 힘들다. 밤이 찾아오고, 중앙역으로 가는 막차를 놓치지 않기 위해 역까지 뛰어가는 동안에도 자꾸 미술관이 마음에 남았다.

/코펜하겐=글·사진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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