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합집산
2019년 12월 11일(수) 04:50
내년 제21대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의 ‘이합집산’(離合集散)이 한창이다. 헤어졌다가 만나고 모였다가 흩어지는 ‘이합집산’은 한국 정치의 특징으로 꼽힌다. 특히 선거를 앞두고는 자신의 실익을 좇아 노선과 계파에 따라 흩어지고 다시 뭉치기를 반복한다. 이탈리아에서는 이를 변형주의(Trasformismo)라 하여 정당의 끊임없는 변화와 변형으로 해석하곤 한다. 하지만 정치적 신조에 관계없이 이권에 따라 이리저리 움직이는 정치인들을 빗댄 말일 뿐이다.

변형주의는 자유주의 시대 이탈리아의 정치적 거래와 타협의 관행을 일컫는 말로 일반화됐다. 1850년대 이탈리아 정부의 집권 엘리트들이 의회 내에서 취약한 소수파의 지위를 벗어나 안정적인 다수를 형성하기 위해 야당 의원들을 포섭하는 공작 정치에서 유래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러한 변형주의 관행은 오랫동안 이탈리아 정치의 후진성을 보여주는 것으로 간주됐다.

지난 20대 총선 이후 호남에서 ‘녹색 돌풍’을 일으킨 국민의당은 선거가 끝난 뒤 일부 의원들이 바른미래당으로 발길을 돌렸고, 총선을 1년여 앞둔 시점에 결국 분당의 수순을 밟았다. 국민의당 소속 일부 의원들은 제 21대 총선을 앞두고 대안신당을 창당했다. 바른미래당도 극심한 내홍 속에 사실상 분당이 이뤄지고 있다. 당권파(손학규계)와 유승민계 및 안철수계로 나뉘더니 결국은 비당권파 의원들이 주축이 돼 ‘변화와 혁신’(가칭)이라는 신당 창당에 속도를 내고 있다. 말 그대로 ‘3파(派) 3(色)’의 정치적 이합집산에 나선 것이다.

정치적 철학과 소신 등이 다르다면 언제든 제각각 흩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항상 선거를 코앞에 두고 ‘이합집산’을 꾀하는 것을 보면 그 의도를 순수하게 보아 주기 어렵다. 국내 정치권의 ‘선거용 이합집산’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어서 이제 유권자들이 보기에도 진절머리가 날 정도다. 선거 때만 되면 이리저리 몰려다니는 정치인이 아닌, 정치적 철학과 소신을 지닌 정치인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최권일 정치부 부장 ck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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