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괘
2019년 12월 02일(월) 04:50
나라의 선량을 뽑는 선거가 4개월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용한’ 점쟁이를 찾아갔다는 입후보자들 이야기를 여기저기서 듣게 된다. 총선 출마 의사를 굳혔다는 한 인사는 “지난번 선거 때는 출마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이번엔 ‘출마하면 꼭 당선된다’는 점괘를 받았다”며 흐뭇해했다. 또 다른 후보는 “선거 때마다 측근들이 점을 봐 온다”며 “그동안 출마를 만류했던 측근들이 ‘이번엔 꼭 당선되니 선거에 나가시라’고 종용을 해 온다”며 싫지 않은 내색을 보였다고 한다.

이야기에 나오는 점쟁이들은 예전부터 ‘신통하게 맞힌다’는 소문의 주인공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유명하니까 후보들이 찾겠지만, 그 후보들 역시 매년 입후보자 리스트에 등장하는 인물이 대부분이라는 점에서 ‘점쟁이와 후보는 공생하는 관계’라는 설명이 크게 틀리지는 않을 듯하다.

점이 맞느니 틀리느니, 진짜니 가짜니 말싸움해 봤자 분명한 것은 없고 서로 감정만 틀어지니 ‘백해무익’한 이야기일 뿐이다. 그나마 분명한 것은, 점은 ‘미래가 결정되어 있다’는 믿음을 전제로 한 것이라는 점이다. 조금 업그레이드해서 “어찌어찌하면 미래의 불행을 피할 수 있다”는 해결책도 제시되는데, 역시 ‘미래의 일은 누가 뭐래도 정해져 있다’는 믿음이 기본이다.

요즘 중국에서 ‘현대판 점쟁이’로 인기를 끈다는 자녀 유전자(DNA)검사 역시 ‘잠재 능력을 미리 발견해 아이들이 출발선에 설 때부터 승자가 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라고 홍보된다는 점에서 ‘미래는 사람이 태어나면서부터 어느 정도 정해져 있다’는 믿음이 이어져 오는 것으로 보인다. 봄·여름·가을·겨울 4계절의 순환이 분명하고,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는 속담에 익숙한 우리 아시아문화권에서, 점은 ‘과거와 미래는 이어져 있다’는 평범한 우주의 섭리를 비교적 잘 설명해 주는 가설로 받아들여지는 경향을 부인할 수 없다.

4개월 후 선거에 나서는 후보들도 ‘당선된다’는 점괘를 아전인수식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성실히 살았던 과거가 보답받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아무리 점괘가 좋다고 해도 팥으로 메주를 쑬 수는 없는 것 아니겠는가.

/홍행기 정치부장 redpla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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