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면 놀이
2019년 11월 29일(금) 04:50
인격이란 사람의 됨됨이를 의미한다. 사전에서는 ‘도덕적 판단 능력을 지닌 자율적 의지의 주체’라 규정한다. 사람의 인격은 짧은 시간에 크게 변화되지 않지만 자신의 정체성과 다르게 포장하고 행동할 때가 종종 있다. 처한 상황이나 주변과의 관계를 위해서다.

심리학자 카를 융은 ‘타인에게 파악되는 자아 또는 사회적 지위나 가치관에 의해 투사된 성격’을 페르소나(persona)라는 개념으로 설명했다. 페르소나는 고전극에서 배우가 사용하는 ‘가면’을 뜻한다. 융은 페르소나를 ‘한 사람의 인간이 어떠한 모습을 밖으로 드러내는가에 관한 개인과 사회적 집합체 사이에서 맺어지는 일종의 타협’이라 정의했다. 타인 앞에서 실제 자신의 모습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낸 가면이라는 것이다. 융은 페르소나를 좋고 나쁨의 의미가 아니라 사회생활에 필요한 수단이라 여긴다.

사람들은 가정과 직장 그리고 친구 관계 등 다양한 사회 영역에서 다양한 페르소나를 갖고 살아간다. 그래서 개인의 말과 행동에는 가면과 얼굴의 경계가 애매할 때가 있다. 가정과 직장에서 전혀 다른 성격을 보이는 경우가 그렇다. 특히 자기 정체성이 약한 사람이 특정 이익집단에 소속되면 그 경계는 뚜렷해진다. 우리는 정치인들에게서 이런 모습을 자주 보게 된다. 당리당략에 따라 가면을 쓴 듯 평소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행동을 하는 모습이다. 가면을 쓰고 있어야 하는 상황에서 자신도 모르게 그만 맨얼굴을 노출시키는 경우도 흔히 발생한다.

예전에 비리 정치인들이 자신의 죄가 들통나면 하나같이 하는 말이 있었다. ‘나라가 걱정’이라고. 전 재산 29만 원으로 골프를 즐기는 한 노인은 광주학살 책임을 물으면 오히려 자신이 피해자라며 큰소리치고, 수많은 비리 의혹을 받고 있는 어느 국회의원은 손가락으로 다른 사람을 가리키며 꾸짖는다.

평생을 민주화운동 탄압에 앞장섰던 사람이 지금 소위 ‘민주 투사’ 행세를 하고 있는 모습은 한 편의 코미디를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사람들은 위선에 가득 찬 맨얼굴을 보고 있는데, 자신은 엉뚱한 말과 행동을 하면서도 스스로는 가면이 벗겨진 사실조차 깨닫지 못하고 있으니….

/유제관 편집1부장 jk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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