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영의 그림생각] (270) 골프


골프를 회화 대상으로 끌어들인 ‘제주도 화가’
2019년 06월 06일(목) 04:50

이왈종 작 ‘일출봉’.

미국 LPGA 투어 US여자 오픈에서 이 지역 출신 이정은 선수가 우승하면서 뒤이은 효녀 미담이 화제다. 우승도 이슈이지만 뭐니 뭐니 해도 ‘스토리’가 있는 투어가 감동을 배가시키는 것 같다.

IMF 외환위기로 온 국민이 실의에 빠져있을 때 박세리 선수의 맨발 투혼이 우리 국민에게 희망을 주었듯이 답답한 뉴스 가득한 요즈음 박세리 키즈들의 도전이 모처럼 더 대견하고 반갑게 다가온다.

과문해서이겠지만 회화 작품에 골프가 소재로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제주도 화가’라 불리는 이왈종 작가(1945~ )의 작품들에서부터일 것이다. 이왈종 작가의 ‘일출봉’(2014년 작)은 제주도 성산 일출봉 일대의 풍경을 정말 ‘그림처럼’ 아름답고 평화롭게 묘사한 작품이다.

성산 일출봉 너머 제주의 푸른 바다에는 연락선이 갈매기를 이끌며 어디론가 떠나고 있고 자세히 들여다보면 인근 필드에서 동호인들이 운동을 즐기고 있다. 두께가 2cm넘는 장지에 아크릴과 같은 서양 재료로 채색을 한 화면이어서 거칠고 질긴 물성이 투박한 듯 서정적이다.

작가는 추계예술대 교수로 재직 중 안식년을 맞아 제주에 머무르다가 교수직을 그만두고 제주살이를 시작한 지 30여 년 째. 제주의 한 골프장의 의뢰로 대형작품을 작업하게 된 것을 계기로 골프를 회화의 대상으로 끌어들였다고 한다.

조선시대 대표적 민속놀이가 씨름이어서 김홍도의 풍속화가 그려졌듯이 어느 덧 우리 일상에서 자주 접하게 되는 골프 장면을 제주의 풍경화와 함께 그림으로써 현대적 풍속화가 된 것이다.

2013년 서귀포에 ‘왈종 미술관’을 연 작가는 “제주에 정착하면서 ‘제주생활의 중도(中道)와 연기(緣起)’를 주제로 행복과 불행, 자유와 구속, 사랑과 고통, 외로움 등을 꽃과 새, 물고기, TV, 자동차, 동백꽃, 노루, 골프 등 주변의 소재들로 표현하며 오늘도 그림 속에 빠지고 싶다”는 바람을 밝힌다.

/광주시립미술관학예연구관·미술사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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