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후 生을 말하다] <8> <제2부> 인생 2막 여는 사람들 ⑤ 미디어봉사단 S
2019년 05월 13일(월) 00:00
동영상 편집부터 스마트폰 활용까지 ‘배워서 남주자’
교사·공무원 등 다양한 경력 단원 60여명
시청자미디어센터 ‘편집양성교육’ 수료 후
복지관·소외 계층 찾아 재능 기부
‘1인 1작품 만들기’ 올해 목표

광주시청자미디어센터에서 지난 1월 열린 정기총회에 참여한 미디어봉사단S 회원들이 주먹을 불끈쥐며 파이팅을 하고 있다.

지난 10일 오후 광주시 서구 광주시청자미디어센터의 한 강의실. 10여명의 머리 희끗한 사람들이 반짝이는 눈으로 동영상 편집교육에 집중하고 있었다.

55세가 넘는 시니어들은 칠판에 걸린 대형 프로젝션과 강사의 목소리에 집중하며 수업에 열중했다. 교육 받는 시니어들은 자신들을 보조해주는 멘토와 2인1조가 돼 모니터 앞에 모여 강의를 듣고 있었다.

이들은 동영상 편집 프로그램의 단축키가 적힌 A4와 교재, 모니터를 번갈아보며 더디지만 마우스를 움직였다. 속도는 느렸지만 실력은 웬만한 젊은이를 능가했다.

이날 시니어들은 세상을 떠난 어머니에게 보내는 편지, 남편에게 보내는 편지, 군대를 막 제대한 아들에게 보내는 글이 담긴 동영상을 만들었다.

이들은 젊은이들도 배우기 어려워 한다는 동영상 편집 프로그램인 프리미어 수강생이다. 이들은 프리미어는 물론 포토샵까지 간단하게 사용하는 등 스스로 찍은 사진·동영상을 편집해 간단한 영상물까지 제작해낼 정도다.

시니어들이 동영상를 편집 교육 통해 디지털 라이프를 즐기는‘인싸’(인사이더)로 거듭나고 있다.

이날 수업을 받은 시니어들에게 교육을 진행한 사람은 미디어 봉사단S 회원들이다. 이들은 매월 월례모임(마지막주 금요일)을 갖고 스마트폰 활용 교육에서부터 은퇴자 상담교육 등 다양한 학습 과제로 강의와 토론을 벌인다.

미디어봉사단S는 ‘배워서 남주자’라는 슬로건으로 미디어교육 봉사와 영상 기록 봉사 등 미디어분야 제작 봉사를 펼치고 있다. 55세 이상으로 구성된 이들은 광주시청자미디어센터의 각종 미디어교육을 수료한 후 다시 사회에 자신이 배운 교육 지식을 환원하고 있는 재능기부 봉사단이다. 2008년 송현기 단장을 포함해 60여명의 단원들이 활동하고 있으며, 봉사활동에 필요한 촬영·편집 장비와 작업공간은 시청자미디어센터의 지원을 받고 있다.

지난 2008년 광주시청자미디센터에서 동영상 교육을 이수한 송현기(현 단장)등이 만든 미디어 봉사단S는 1기 교육생인 17명의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조직해 지금은 예비 회원 4명을 포함해 회원이 64명까지 늘어났다.

미디어봉사단S는 특별함을 뜻하는 Special과 재능이 차고 넘치다는 의미의 Spillover, 웃음인 Smile, 자신들을 나타내는 Senior의 약자인 S를 따 지었다.

미디어봉사단은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들이 적극 나설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교사, 금융계, 공무원, 소프라노 ,다문화센터 상담사 등 회원들의 경력도 다양하다.

이들은 광주시청자미디어센터의 각종 미디어교육을 수료한 후 다시 사회에 자신이 배운 교육 지식을 환원하고 있다.

특히 다문화가정이나 장애인 등 미디어 취약(소외)계층이 있는 곳이라면 달려가 촬영을 해주고 있다.

미디어봉사단S는 자신들의 강의 프로그램을 통해 기획, 편집을 배운 시니어들을 대상으로 매년 11월 미디어봉사단 양성 교육을 하고 있다. 양성 교육 강의를 수료한 이들은 미디어 봉사단S 회원 자격을 갖출 수있다.

이후 회원이 되면 본격적인 활동에 나선다. 이들은 스스로의 기획을 통해 시청자참여프로그램(PA)을 만들고 있다.

지난해 경우 ‘학생 독립운동의 근원지 나주를 가다’ 등을 15편을 기획해 KBS 등에서 방영되기도 했다.

미디어봉사단S의 올해 목표는 미디어봉사단 단원 1인 1작품을 만들기다. 이를 위해 봉사단 매월 1회 이상 역량강화 특강과 제작회의 를 갖고 개인 작품반과 모둠별 작품반을 구성 할 계획이다.

송현기(71) 미디어봉사단S 단장은 “우리 시니어에게는 머리 속에 평생의 자료가 있다”면서 “대부분의 시니어들은 이것을 보존하는 하는 방법을 모르기 때문에 우리 미디어봉사단은 이것들은 디지털화 시켜 후손들에게 물려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복임(여·62) 미디어봉사단 10기 회원은 “아무리 멘토라도 반복하지 않으면 배운지식도 금방 잃어 버린다”면서 “반복적으로 강의를 하다보면 내것이 되고 인생 2막을 취미도 공유하며 혼자가 아닌 여럿이서 보람차게 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송 단장은 “ 시청자미디어센터가 전국에 7곳이 있지만, 광주시청자미디어센터의 미디어봉사단이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면서 “현재 자치구에서 하고 있는 스마트폰 강좌 등은 미디어봉사단 S부터 시작됐다. 미디어봉사단 소속 회원들이 그곳으로 넘어가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광주시청자미디어센터는 시청자방송제작 지원과 미디어교육 등 시청자 권익향상을 위해 설립됐다. 대한민국 방송통신위원회 산하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에서 위탁운영하고 있는 광주시청자미디어센터는 2005년 부산시청자미디어센터에 이어 2007년 전국에서 두번째로 설립됐다. 현재 광주·부산·강원·대전·인천·서울·울산 등 7곳에서 운영 중이다.

/김한영 기자 young@kwangju.co.kr

/사진=최현배 기자 cho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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