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후식 칼럼] 대중교통, 진정한 ‘시민의 발’ 되려면
2018년 10월 17일(수) 00:00
평소 이동 수단으로 BMW를 애용한다. 출퇴근은 물론이고 행사나 약속이 있어 도시 내 먼 거리를 갈 때도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최근 잇단 화재로 논란에 휩싸인 외제차 BMW를 몰고 다닐 만큼 생활이 넉넉하진 않다. 버스(Bus)와 지하철(Metro)을 타고 걷기(Walking)를 생활화한 사람들을 언제부턴가 ‘BMW족’이라 부르는데 그 일원인 셈이다.

한 차례의 이동에 하나의 수단만 이용하는 것은 아니다. 집에서 10여 분을 걸어 나와 시내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목적지로 향한다. 경우에 따라 환승도 한다. 요즘엔 대중교통 앱(App)과 버스정보 단말기, 환승 시스템이 발달해 교통카드 하나면 웬만한 곳은 다 찾아갈 수 있다. 게다가 버스나 지하철을 이용하면 주차 걱정할 일이 없다. 그중에서도 지하철은 기다리지 않아도 되고 빠르며 안전하게 갈 수 있어 좋다.

대중교통 이용과 걷기를 병행하면 교통 체증을 피하고 탄소 배출을 줄여 환경 보호에도 한몫할 수 있다. 자투리 독서도 가능하고 사색을 즐기며 건강까지 챙길 수 있다. 정류장에서 최종 목적지를 도보로 오가다 보면 ‘하루 1만보 걷기’도 너끈하다. 90대의 국민 MC 송해나 금융감독원장 윤석헌 같은 이들이 BMW족임을 자처하는 것도 이런 매력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광주에서 시내버스와 지하철을 이용하다 보면 아쉬움이 적지 않다. 시내버스의 경우 배차 간격이 길고, 노선이 구도심에 집중돼 사각지대가 많다. 서비스가 나아지고는 있다지만 승강장을 그냥 지나치거나 승하차 거부, 배차 시간 미 준수, 난폭 운전으로 승객에게 불쾌감을 주는 사례도 여전하다. 하루 평균 이용객이 2000년 50만 5000명에서 지난해에는 36만 9000명으로 급감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미래 광주 위한 현명한 선택을



지하철 역시 도시를 동서로 가로지르는 단일 노선이다. 그나마 유동 인구가 많은 신도심, 버스터미널, 광주시청 등은 직접 연결하지 못한다. 1호선이 순환선인 2호선을 전제로 건설된 탓이다. 이런 시스템 속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해 외곽 택지지구로 이동하려면 환승 시간을 포함해 1시간 30분 이상 걸리기 일쑤다. 그러니 광주가 갈수록 ‘승용차 도시’로 바뀌어 가는 것이다.

현재 교통수단별 수송 분담률은 승용차가 40.9%로 가장 높다. 시내버스(33.5%)

와 지하철(3.6%)을 합쳐도 따라잡지 못할 정도다. 그런데도 광주시가 시내버스 준공영제와 도시철도 1호선에 지원하는 예산은 연간 1000억 원을 훌쩍 넘어선다. 승객 감소로 발생하는 손실뿐만 아니라 인건비와 운영비 증가에 따른 재정 부담이 고스란히 시의 몫으로 돌아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광주 도시철도 2호선 건설에 대한 찬반을 시민들에게 묻는 공론화 절차가 마침내 시작됐다. 공론화위원회는 1차로 오는 23일까지 2주간 시민 2500명을 대상으로 표본 조사를 실시한다. 이어 이들 가운데 찬반 비율과 성별, 연령, 지역 등을 고려해 시민참여단 250명을 선정한다. 시민참여단은 찬반 양측과 전문가 의견을 수렴하는 사전 숙의 과정을 거쳐 다음달 9~10일 집중 토론회와 최종 투표로 결론을 내릴 예정이다.

때문에 찬반 양측의 홍보전도 치열하다. 거리 곳곳에 플래카드가 내걸리는가 하면 홍보 전단을 통한 여론 몰이도 한창이다. 반대 측은 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2호선을 신설하면 열악한 광주시의 재정 부담이 더욱 커져 교육·복지·일자리 등 다른 사업이 어려워진다고 주장한다. 예산 절감을 위한 대안으로는 BRT(급행 간선 버스)나 노면 전차 도입을 제시하고 있다.찬성 측은 2호선 예산 가운데 60%인 1조 2347억 원이 국비로 지원되며 나머지 8232억 원만 광주시의 부담으로 재정 여건상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BRT에 대해서는 도로 중앙 2~3개 차선에 시내버스만 다니게 하면 교통 대란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고 시설 설치와 도로 개선으로 시가 감당해야 할 비용이 더 커진다고 맞서고 있다.

우려스러운 것은 2호선 건설을 둘러싼 논쟁이 가열되면서 검증되지 않은 주장들이 난무하고 있다는 점이다. 찬반 양측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통계 수치와 사례, 논리들을 앞세우다 보니 여론이 왜곡될 소지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인터넷이나 SNS에 찬반 의견을 올렸다가 상대 측으로부터 무참하게 매도당하기도 한다. 따라서 공론화위원회가 시민들에게 정확한 판단 근거를 제공하는 것이 공론화의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제 역할 못하는 버스와 지하철



도시철도 2호선은 시민의 교통 편의와 지속 가능한 도시 발전이라는 관점에서 판단해야 한다. ‘찬성을 위한 찬성’ ‘반대를 위한 반대’로 치닫거나 정책이 아닌 정치적 접근이 되어선 곤란하다는 얘기다. 2호선은 지난 2002년 기본계획 확정 이래 16년 동안이나 건설 여부는 물론 운행 노선, 건설 방식, 차량 형식 등을 둘러싼 논쟁이 반복돼 지역민의 피로감이 적지 않다. 이제 공정하고 투명한 공론화로 결론을 내리고 그에 승복하는 일만 남았다. 아울러 어느 쪽이든 그 결론을 바탕으로 도시 확장과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현행 대중교통 체계를 어떻게 개선하고 혁신할 것인지 함께 고민해야 한다. 시내버스와 도시철도를 유기적으로 연계시키고 걷기 좋은 도시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미래 광주를 위한 길이다. /who@kwangju.co.kr
오피니언더보기

기사 목록

광주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