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크로아티아-김효삼> 전쟁통에 인간 띠로 지켜낸 두브로브니크 황홀경이여…
2018년 09월 06일(목) 00:00

‘아드리아해의 진주’라 불리는 두브로브니크 여행의 주 목적은 바로 성벽 투어다. 적색 지붕의 마을을 보며 모퉁이를 도니 하늘인지 바다인지 구별이 안되는 아드리아해가 눈과 마음을 가득 채운다. 김효삼 작 ‘두브로브니크’.

‘아드리아해의 진주’라 불리는 두브로브니크 여행의 주요 목적은 바로 성벽 투어다. 성벽 안에서는 자동차 통행이 금지돼 있으며, 일부를 제외한 구도심은 대부분 가파르고 구불구불하고 좁은 길들만 있어 도시 전체가 미로처럼 보인다.

유고슬라비아 내전 당시에는 크로아티아를 침공한 세르비아 군대가 성을 포위하고, 포격을 가해 구 시가지의 건물 상당수가 파괴됐는데, 그 소식을 전해들은 세계 각국의 학자들이 모여 인간띠를 두르면서 두브로브니크를 지켜냈다고 한다. 그 후 내전이 끝나고 유네스코의 지원을 통해 파괴됐던 대부분의 유적들을 다시 복원할 수 있었다고 한다. 성벽의 길이는 대략 2㎞로 1~2시간이면 충분히 돌아볼 수 있다. 석회암으로 만들어졌지만 사람들이 다니면서 대리석처럼 반질반질 윤이 나게된 길이 깔린 플라차 광장을 지나 성벽으로 향한다. 처음 오르는 계단이 몹시 가팔라 살짝 겁도 난다. 반질반질한 석회암 길을 한발 한발 내딛으며 유럽의 특징적인 적색 지붕의 마을들을 보며 감탄을 채 하기도 전에 모퉁이를 도니 하늘인지 바다인지 구별이 안될 만큼 하늘색을 가득 담은 아드리아해가 눈과 마음을 가득 채운다.

통일감 있게 밀집돼 있는 적색 지붕과 맑고 청명한 파란 하늘과의 조화 역시 우리의 마음과 발걸음을 느긋하게 한다. 너무 평화롭고 아름다운 풍경이라 이 성벽을 전쟁과 연관지어 생각하기는 어려울 정도다. 좁다란 성벽 길을 오르락 내리락 하다가 손 내밀어 쥐어 짜면 푸른 물이 스며나올 것 같은 그 아름다운 파란 바다를 배경으로 한 카페를 그냥 지나칠 수는 없다. 아름다운 풍경, 서툰 한국말로 호객을 하는 현지인들, 산양이 그려져 있는 시원한 맥주, 무엇보다도 마음에 맞는 여행동료들! 이 모든 것이 우리의 마음을 느슨하고 부드럽게 해 중년의 꿈과 미래에 대한 이야기 보따리를 풀다 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렸다.

아무렇게나 찍어도 뭔가 이야기가 되는 골목길을 누비고, 돌 세공 기술로 유명한 스폰다 궁전과 현재는 박물관으로 사용하는 렉터 궁전, 시민들의 식수원이었던 오노프리오스 샘, 서사시 ‘롤랑의 노래’ 주인공인 기사 롤랑의 동상 등을 빠짐 없이 구경하고, 플라차 거리에 즐비한 선물 코너에 들러 마린 룩도 하나씩 사들고 뿌듯한 마음으로 집결지로 향했다. 우리는 집결지에서 유람선을 타고 바다로 나갔다. 요새들을 비롯하여 멋진 숙소, 별장들… 사람들이 만든 성벽들 사이로 자연의 절벽이 어우러져 천혜의 지리적인 여건을 갖추고 있는 요새가 됐다. 그곳에 누드 해수욕이 허용되는 곳이 있다는 설명을 가이드로부터 들은 후 우리 모두는 약간의 기대감에 사로잡혔다. 하지만 ‘누드비치’에서 우리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어르신’들만 볼 수 있었다. 왠지 허전한 마음을 추스리며 배들이 정박해 있는 항구가 내려 보이는 식당에서 맛난 음식으로 서로 위로하며 다음 목적지로 향했다.

‘스플리트’


디오클레티아누스 궁전이 있는 스플리트는 작은 항구 도시인데 관광객이 많고 작은 소품들을 파는 가게들이 즐비하게 들어서 있다. 심지어 성의 반지하에도 오리지널 페인팅, 판화나 수공예 작품들을 팔고 있다. 궁을 빠져나와 북쪽에 있는 금문으로 나가면 로마시대 복장을 한 병사 두 명이 창을 들고 궁을 지키고 있다. 그 금문 앞쪽 계단에는 커다란 브론즈로 된 동상이 서 있다. 이는 크로아티아 주교였던 그레고리우스 닌의 동상으로 라틴어로만 보던 미사를 크로아티아어로 볼 수 있도록 바티칸에 간청한 업적을 가지고 있다. 그 엄지 발가락을 만지면 행운이 온다는 전설에 그레고리우스 닌의 동상 엄지 발가락은 사람들이 숱하게 만지면서 반질반질 윤이 나고 색이 닳아 있다. 여행지마다 흔히 있는 전설은 여행객에게 추억을 더해주기 위함일까? 우리 일행도 역시 모두 그 엄지 발가락을 만지면서 서로의 건강과 행운을 빌어 봤다.

크로아티아의 모든 곳이 아름답지만 ‘자연이 빚은 최고의 예술작품’,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하는 환상적인 호수 공원’ 등의 화려한 수식어가 붙은 플리트비체 국립 호수 공원은 정말 그 명성 그대로이다. 다시 크로아티아 여행을 온다면 플리트비체 공원에서만 며칠 머무르고 싶을 정도로 인상 깊고 마음에 드는 곳이다.

총 면적이 19.5㏊인 이 곳을 제대로 둘러보려면 3일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단다. 트래킹 출발지 근방은 지표면보다 낮은 곳에 위치한 호수들을 내려다 보게 되는데 이 광경의 아름다움은 시작에 불과하다. 우리는 전체를 보지도 못하였음에도 곳곳에서 보여지는 크고 작은 많은 폭포들과 마치 물이 없는 듯 투명한 호수의 어우러짐에 실제 이런 곳이 있다는 사실에 놀랄 뿐이었다. 오랜 시간 석회암에 물이 흐르며 계속해서 지형을 변형시키는 까닭에 형태변화는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라고 한다.

발길이 닿는 곳마다 수많은 폭포와 호수 소가 인접해 있고, 단풍이 물들면서 수면에 비치는 모습이 너무 아름답다. 물의 빛깔도 가는 곳마다 다르게 보이는 게 신비스러움을 더해준다. 옥빛 찬란한 호수에는 유유자적 송어가 나라의 보호를 받으며 헤엄치고 있다. ‘나 잡으면 벌금!’ 호수는 배를 타고 건너 가는데 자연을 훼손시키지 않기 위해 전기배를 운행하고 있다. 매캐한 기름 냄새가 나지 않고 조용해서 대 자연을 감상하는데 잘 어울린다. 이 곳의 지형은 너무 신비로워 영화 ‘아바타’ 판도라 행성의 모티브가 되었다고 한다. 처음엔 내려갔다가 돌아오는 길은 계속해서 오르막이다. 오르막임에도 불평은커녕 자연에 대한 경외감과 그 아름다움 앞에서 이 광경을 목도하며 이 자리에 이 아름다움과 함께 자연의 일부로 존재함에 감사할 뿐이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플리트비체의 비경’




-조선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 졸업

-개인전 11회, 2인전 3회, 단체전 300여회 개최

-광주·전남 수채화협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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