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기정의 독일이야기 ⑦ 독일경제 지키는 히든챔피언
中企, 기술력 하나로 세계적 성장 가능
2017년 09월 07일(목) 00:00
HB, 2B, 4B 등 우리가 쓰는 연필에 적힌 강도 H와 진하기 B의 등급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연필의 표준길이 18㎝는 또 누가 정했을까. 뉘른베르크에 자리한 독일의 세계적인 연필회사 파버카스텔이다. 동화 속 예쁜 성 같은 공장에 들어서면서 빈센트 반 고흐, 헤르만 헤세 등이 사랑했다는 이 필기구의 제조과정이 너무나 궁금하다.

필자를 맞아준 이는 4명의 경영진 가운데 한분인 롤프 쉬 페렌츠(Rolf Schifferens)씨. 그의 말에 의하면 파버카스텔은 9대째 이어진 250년 역사를 갖고 있다. 1761년에는 수공으로 연필을 100자루 정도 만들어냈는데 지금은 하루에 50만 개, 연간 20억 자루의 필기구를 생산한단다. 목재를 많이 쓰는 회사다보니 파버카스텔 경영원칙의 첫 번째는 친환경이라고 했다. 대규모 숲 조성프로젝트를 통해 생산량보다 더 많은 나무를 심어나가고 있다. 또 전문성과 전통, 고품질을 위해 2008년 금융위기 때도 구조조정은 안했다고 한다. 숙련된 기술자들을 잃지 않으려한 때문이다. 그는 “장사가 잘될 때 돈을 모으고, 어려울 때 투자한다.”라는 생각으로 회사를 경영해왔다고 한다. 다른 어떤 말보다 250년 동안 소멸되지 않고 성장을 거듭해왔다는 사실이 경이롭다. 고유의 기술을 가진 작은 기업이 기술력 하나로 세계적인 성장을 할 수 있는 바탕이 갖춰진 나라, 독일 강소기업의 전형적 사례다.

경영학자 헤르만 지몬이 집계한 바에 의하면, 한 분야에서 독보적 기술력을 갖춰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히든 챔피언은 독일이 1307개, 전 세계 강소기업의 48%를 차지한다. 대체 왜 독일에서는 이런 일이 가능할까. 한국에도 지사가 있는 자동차 부품기업 베바스토에서 만난 위르겐 레이머 이사가 그 답을 준다. 그의 말에 따르면 자신들은 가족기업이지만 경영 전문인이 운영을 하며 설립자의 손자가 대변인으로 활동할 뿐 경영에 직접 참여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와 나눈 대화 가운데 뼈아픈 것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관계다. 그는 1956년부터 벤츠 등 대기업에 스틸 썬루프를 공급하고 있고 폭스바겐, 포드에 히터를 납품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납품을 할 때 가격 후려치기 등의 부당요구는 없다고 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종종 당하는 일이라고 한다.

대기업과 상생이 가능한 환경 속에서 독일의 중소기업은 평균 7%를 R&D에 투자를 한다. 이를 통한 끊임없는 기술혁신으로 유럽의 경제위기 속에서 독일의 안정적인 경제성장을 이끌어낸 주역이 됐다.

파버카스텔 연필공장을 방문하면서 작은 궁금증 하나, 연필 한 가운데 나무기둥에 어떻게 흑심을 넣을까? 하는 것이었다. 답은 명쾌했다. 흑심을 가운데 두고 두 조각의 나무를 붙이는 것이다. 연필심이 흔들리지 않도록 그 나무를 붙이는 기술이 핵심 기술이라는 것이다. 그 간단한 진리를 보고서 그래! 늘 중심이 먼저야,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그렇다면 히든챔피언과 같은 중소기업 성장의 중심은 뭘까? 그 중심은 역시 보호와 지원을 위한 제도와 정책이다. 문재인 정부가 신설한 중소벤처기업부가 지원을 맡고, 공정거래법과 상법이 잘 지켜 질 수 있도록 공정거래위원회가 제대로 서는 것이 시작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함께 살아야 일자리 문제의 답도 나온다.

우리나라도 글로벌 강소기업을 육성한다는 취지로 월드클래스300을 선정해왔다. 2016년 월드클래스 기업은 전국에 266개, 이 가운데 광주에 있는 기업은 4개뿐이다. 우리 지역 중소기업의 척박한 현실이 실감나는 숫자다. 오이솔루션, 남도금형, 성일이노텍과 지오씨 등 지역 강소기업을 매주 방문하고 있다. 어려움을 함께 극복하고 좋은 성장을 할 수 있는 토대, 그 중심을 깊이 고민하려 한다.





*〈강기정의 독일이야기〉는 정치인 강기정이 12년의 의정활동을 잠시 멈추고, 베를린자유대학교(Free University of Berlin)에 방문학자(visiting scholar)로 머물며 기록한 독일의 industry4.0, 에너지, 경제, 정치 현장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총 10회에 걸쳐 매주 목요일에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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