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구의 中國 인물 이야기] 97. 당나라 장수 이정
2017년 08월 29일(화) 00:00
‘음산 야습’ 작전으로 돌궐 정벌
이정(李靖, 571-649)은 현재의 섬서성 함양시에 해당하는 옹주 삼원 출신으로 자는 약사다. 당 고조와 태종 때 돌궐과 토욕혼을 정벌하는데 큰 공을 세웠다. 능연각 24인의 하나로 선정되었다.

그는 수양제 때 과거시험을 합격해 현령에 임명되었다. 양제 말기 산서성 마읍의 태수 보좌관으로 후일 고조가 되는 이연 장군의 휘하에서 돌궐과의 싸움에 참여했다. 이연이 천하를 경영할 큰 뜻이 있음을 일찍이 파악했다. 진양에서 거병한 이연은 장안을 점령하고 이정을 체포해 처형하려 하였다. 그는 큰소리로 “장군이 의병을 일으킨 이유가 천하를 위한 것인데 어찌 대의를 이루지 않고 개인 원한으로 처벌하려 합니까”라고 항의했다. 이세민이 그를 사면토록 건의했다. 그는 세민 휘하에 배속되었다.

621년 고조의 명을 받아 조군왕 효공과 함께 강남 강릉의 소선을 공격했다. 성을 포위해 함락시키고 전함을 많이 노획해 소선이 견디지 못하고 항복했다. 장강의 주요 군사거점이 당의 지배하에 놓이게 되었다. 태종 이세민이 즉위했지만 북방은 여전히 불안했다. 막강한 군사력을 가진 돌궐군이 국경을 자주 침범했다. 626년 힐리가한의 돌궐군이 쳐들어와 고릉현을 침략했다. 측근인 집실사력을 보내 돌궐이 백만 군대를 거느리고 공격해 올 것이라고 위협했다. 그러나 태종은 “우리가 너희와 화친을 맺고 금과 비단을 준 것이 전후로 계산하지 못할 정도다. 어찌 큰 은혜를 전부 잊고 스스로 강성함을 과시하느냐”며 꾸짖었다. 직접 위수로 가서 힐리가한에게 약속을 저버린 것을 꾸짖었다. 힐리가한이 당의 군용이 매우 성대한 것을 보고 겁내 화친을 청했다. 양측은 백마의 목을 베고 맹약을 맺었다.

629년 병사 10만명을 모아 이정의 지휘하에 돌궐을 공격하게 하였다. 이세적, 시소, 설만철 등 주요 장군이 모두 참여했다. 12월에 돌궐의 돌리극한이 입조했다. 630년 정월 날쌘 기병 3천명을 이끌고 마읍으로부터 진격해 정양을 습격해 크게 격파했다. 돌궐은 당의 기습에 크게 놀랐다. 그는 음산에서 돌궐군을 대파했다. 1만명을 목 베고 남녀 10여만명을 포로로 생포했다. “이정이 음산을 야습하다”는 이정야습음산(李靖夜襲陰山)이라는 고사가 탄생하였다. 힐리가한은 부하에게 사로잡혀 장안으로 압송되었고 동돌궐은 멸망했다. 돌궐의 제장들이 태종에게 천가한(天可汗)이 되달라고 청했다. 군신 및 장군들이 모두 만세를 불러 환영했다.

정관 8년(634년) 서북쪽의 토욕혼이 국경을 침략해 변경이 소란해졌다. 이정은 서해도행군대총관에 임명되어 정벌에 나섰다. 토욕혼 가한 모용복윤은 들풀을 다 태워버리고 경무장한 군사들은 사막으로 달아났다. 이정은 군사를 둘로 나누어 자신은 설만철, 이대량과 함께 북도로 진격하고 후군집은 임성왕 이도종과 남도로 나아갔다. 이정군은 토욕혼을 청해성 만두산공, 우심퇴, 적수원에서 패배시켰다. 후군집군은 청해성 파라진곡으로 진격했는데 물이 없어서 사람들은 얼음을 먹고 말은 눈을 먹었다. 5월 모용복윤을 오해에서 대파했다. 결국 모용복윤은 사막 속으로 도망쳤는데 측근에게 살해당했다. 그의 아들 모용순이 새로운 가한으로 세워졌다. 이런 공으로 637년 위국공에 봉해졌다.

그는 일찍이 명장 후군집에게 병법을 가르친 바 있다. 후군집은 태종에게 “이정이 장차 반란을 일으킬 것입니다”고 말하였다. 이유를 묻자 “이정은 신에게 간단한 것을 가르치고 정치한 것을 숨겼습니다”고 답하였다. 이정은 “이는 후군집이 반란을 일으키려고 하는 것입니다. 지금 사방이 평정되었으므로 신이 가르친 것으로도 충분히 오랑캐를 제압할 수 있는데 굳이 신이 가지고 있는 계책을 다 요구하는 것은 반란의 뜻이 있기 때문입니다”고 답하였다. 결국 후군집은 태자 역모사건에 연루되어 주살되었다. 이정의 안목이 이정도로 뛰어났다.

말년에 태종의 요동 정벌에 참여했으나 연로해 크게 활약하지는 못했다. 649년 79세에 세상을 떠나 태종의 소릉에 배장되었다. 간관 왕규는 “나가면 장수가 되고 들어오면 재상이 된다”고 높이 평하였다.
오피니언더보기

기사 목록

광주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