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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부커상과 ‘오월 광주’
박 성 천
문화 2부장

2016. 05.19. 00:00:00

소설가 한강이 세계 3대 문학상 가운데 하나인 맨부커상(Man Booker International Prize)을 수상한 것은 오랜 침체에 빠진 한국문학에 내리는 단비였다. 표절과 문단권력, 독자 감소 등 한동안 한국문학을 둘러싼 뉴스들은 대부분 우울한 소식이었다. 그 뿐 아니라 이웃 나라인 중국과 일본이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배출했지만 한국은 번번이 세계의 벽을 넘지 못한 채 변방에 머물러 있었다. 한류로 대변되는 케이팝(K-POP)과 드라마, 영화 등은 세계무대를 주름잡은 지 오래됐지만 말이다.
그러나 이번 한강의 수상은 우리 문학도 세계무대에서 통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쾌거였다. 즉 좋은 작품이 좋은 번역자를 만나면 문학의 세계화도 가능하다는 얘기다.
바로 이 지점에서, 외부인(세계)의 관점에서 하나의 메시지를 주목하고 싶다. 수상작 ‘채식주의자’는 폭력에 대한 저항과 인간 존엄에 대한 사유가 서정적이면서도 아름답게 형상화된 작품이다. 한 작가의 소설이 반향을 일으킨 것은 세계인들의 감수성이 그의 메시지에 공감했다는 방증이다.
알려진 대로 한강은 광주 출신 작가다. 한 작가의 소설이 일관되게 인간존엄과 모든 폭력의 고발에 초점을 둔 것은 ‘광주의 오월’과 결코 무관치 않다. 한 작가는 어린 시절, 아버지(소설가 한승원)가 보여주었던 사진첩을 보고 80년 5월 광주의 참상을 알게 되었노라고 말한 바 있다. ‘채식주의자’와 함께 주목받는 또 다른 작품 ‘소년이 온다’의 모티브가 ‘광주의 오월’이라는 국가 폭력에 근거한다는 사실은 새삼 놀랄 일이 아니다. 이 소설은 5·18 당시 시위대 속에 있었던 친구의 시신을 찾는 한 소년의 이야기다. 작가는 무자비한 국가 폭력이 어떻게 어린 생명들까지 죽음에 이르게 했는가를 추적한다. 영국 가디언을 비롯한 세계 유수의 언론은 “인간 존엄에 대한 보편적이면서도 근원적인 질문과 사유를 던져준다”고 상찬했다.
이렇듯 세계인들은 폭력이라는 보편적 주제에 대해 동감하며 광주를 주목하고 있다. 그러나 80년 5월, 정작 폭력을 행사했던 가해자들은 어떤가. 그들은 여전히 침묵과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심지어 보훈처는 오월의 노래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마저도 얼토당토 않은 이유로 재갈을 물렸다. 세계인들은 ‘폭력’이라는 보편적 주제에 공감하며 한국문학과 문화를 이야기하는데 말이다. 유행어처럼 거론되는 ‘소통’이라는 말은, 기실 폭력에 희생당한 피해자들의 아픔을 공감하는 감수성이 먼저 전제돼야 진정성을 갖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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