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은 경제가 아니다
2009년 10월 28일(수) 00:00
지난해 해남에서 1년간 파견 근무를 한 경험이 있다. 당시 회사에서 마련해 준 원룸에서 거주하게 됐다. 혼자 사는 터라 간단한 살림만 챙겨갔는데, 살다보니 필요한 게 한 두가지가 아니었다. 음식을 만들 때도 모든 양념류가 필요했다. 또 TV는 기본이고, 다리미부터 쓰레기통, 하물며 욕실용 슬리퍼까지….

이렇게 1년을 지내고 보니 원룸에 일반 4인 기준 가정과 비슷한 종류의 살림살이가 가득 들어찼다. 1인 가구나 4인 가구나 생활하는 데 필요한 도구는 똑같기 때문이다.

생뚱맞은 비유 같지만 교육도 마찬가지다. 학생수가 1명인 학교나 100명인 학교나 교실은 기본이고, 운동장과 각 과목을 가르치는 교사 등 모든 교육 여건이 완비돼야만 제대로 된 교육이 가능하다.

그런데 교과부에서는 최근 교원 정원(교사수)을 학생수와 학급수를 혼합한 방식을 폐지하고, 학생수만을 기준으로 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겉으로는 인원수 대비 인력을 배정하는 것이니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방식처럼 보인다. 교육 예산도 학생수를 기준으로 편성하겠다는 게 교과부의 입장이다.

하지만, 교육 현장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이같은 경제적 잣대만을 적용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게 교육계의 일반적 시각이다.

특히 도서벽지 지역이 많고, 소규모 학교가 산재한 전남의 경우는 더더욱 그렇다. 당장 내년에만 전남에선 714명의 교원 정원이 줄어들게 된다.

현재 전남에는 학생수 100명 이하 소규모 학교가 339개교에 이른다. 전체 학교의 40%에 이르는 숫자다. 소규모 학교의 학생들은 과목별 교원 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특정과목의 수업을 받을 수 없는 지경이다. 한 교사가 여러 과목을 묶어서 가르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교원을 줄일게 아니라 늘려야 할 상황인 것이다.

그러나, 서울에 거주하는 교과부 관료들의 생각은 좀 다른 듯 하다. 경제논리만을 따져 정책을 세우다보니 애꿎은 농산어촌의 교원수는 줄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돌아가게 됐다.

학생수가 적은 농산어촌 학교의 지원은 줄이고, 숫자가 많은 도시 학교의 지원을 확대하자는 게 교과부 관료들의 속내인 듯 하다.

최근 전남도교육청에서 열린 ‘농어촌 교육의 경쟁력 확보’ 세미나에 참석한 교과부의 전우홍 교육복지정책 과장은 교육복지의 정의에 대해 “모든 학생들이 똑같은 조건에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권리”라며 “현 정부는 농산어촌으로 되돌아 오는 학교를 만들기 위해 교육 복지 향상에 주력하고 있다”고 했다.

전 과장의 말대로라면 전남의 소규모 학교 학생도 도시학생과 마찬가지로 최소한 적정 인원의 교사에게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 아닌가.

입으로만 교육 복지 운운하지 말고, 낙후된 교육 환경에서 신음하고 있는 농산어촌 아이들을 위한 정책이 무엇인 지 고민해 보길 바란다.

/박진표 사회1부 기자 lucky@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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