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와 함께하는 책읽기] 정목스님의 '마음밖으로 걸어가라'
2006년 05월 12일(금) 16:38
“달이 두번 바뀔 동안 이웃의 신발을 신고 걸어보기 전에는, 그 이웃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말하지 말라.”
아메리카 인디언의 속담이다. 남의 말을 함부로 하지 말라는 비유를 이렇게 들어놓았다. 남의 말을 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이간질을 하거나 거짓으로 남의 사정을 말하는 것. 불교에서는 이것을 열가지 악행의 한가지인 ‘양설(兩舌)’이라 말하고 있다.
이런 험담을 접하면 마음이 동요되게 마련이다. 왜냐하면 우리의 마음 안에는 ‘원숭이가 산다’고 일러온 까닭이다. 마음은 원숭이와 같아서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이 나무에서 저 나무로 옮겨 다니며 분주하기 때문이다. 바람이 일면 잔잔하던 수면에 큰 물결 잔물결이 일듯 우리의 마음자리도 그렇게 일어나고 흔들리는 ‘파랑’ 같은 것이다.
세상은 바쁘고 따라다닐 것은 많고 그래서 내가 선 자리를 되돌아볼 여유가 없는 분들에게 책 한 권을 권한다. 정목스님이 쓴 ‘마음 밖으로 걸어가라’(랜덤하우스 중앙 펴냄). 이 책은 펼치는 순간부터 덮는 순간까지 잘디잔 생각을 밀쳐내고 시종 평상심을 유지케 한다. 그렇다면 이 책에서는 자기 자신에 대한 험담을 우연히 접하게 되었을 때 어떻게 대처하라고 처방을 내릴까. 한마디로 ‘묵빈 대처’하라고 이른다. 만일 지금 억울하거나 말도 안되는 일을 당하고 있다면 마주쳐 대응하지 말고 묵빈 대처하라고 이른다. 나를 험담하는 그 사람이 만들어낸 부정적인 에너지는 결국 그 자신에게 돌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세속적 관심, 이를테면 우리가 명예라고 부르는 명성의 화려함을 추종하는 사람들은 경각심을 가져야만 한다고 애써 말한다. ‘명예와 이익의 즐거움을 누리고 거기에 빠져 들다보면 자만심에 우쭐거리게 되고,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르듯 정신은 조금씩 조금씩 썩어 들어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 책을 가만히 읽다보면 법화경의 ‘상불경(常不輕) 보살’의 육성을 듣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상불경 보살은 다른 이를 가볍게 보지 않고 예배해 보살의 경지에 이르렀다. 자신을 가장 낮은 계단으로 내려 앉히고 다른 이를 깊이 공경하고 경만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한 상불경 보살의 가르침이 이 책 갈피 갈피에는 향내가 옷에 배어들듯 스며 있다.
저자 정목스님은 내가 누군가에게 적개심이 있다면 눈을 감고 이렇게 속삭여 보라고 말한다. “나와 똑같이 저 사람도 삶에서 행복을 찾고 있다. 나와 똑같이 저 사람도 자기 삶에서 고난을 피해 보려 하고 있다. 나와 똑같이 저 사람도 슬픔과 외로움과 절망을 겪어서 알고 있다. 나와 똑같이 저 사람도 자기의 욕구를 충족시키려 하고 있다.” 이렇게 속삭였더니 나의 마음은 안심되며 무심하고 적멸이 온다.
정목스님은 1997년부터 서울대병원 전문의 신희영 교수의 추천을 받아 백혈병 어린이를 돕고 있는데, 이 책의 출간에서 얻게 되는 인세 수익 전액을 아픈 어린이 돕기 운동에 기부하고 있다. 문 태 준
〈시인〉문태준

실시간 핫뉴스

많이 본 뉴스

오피니언더보기

기사 목록

광주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