옮길까? 자를까?…개인적 판단에 달린 ‘가로수 운명’
2026년 01월 14일(수) 20:15 가가
명확한 기준 없이 주먹구구 관리
도시숲 등 조성·관리 심의위
5년 동안 단 2차례 개최 그쳐
벌목·이식 논의는 한 건도 없어
공사 우선에 이식 환경 보장 안돼
관리 규정도 자치구마다 제각각
마구잡이 벌목에
도시숲 등 조성·관리 심의위
5년 동안 단 2차례 개최 그쳐
벌목·이식 논의는 한 건도 없어
공사 우선에 이식 환경 보장 안돼
관리 규정도 자치구마다 제각각
마구잡이 벌목에


14일 오후 광주시 동구 제봉로 동구청 앞 교차로의 가로수에 가지치기 작업이 진행된 가운데, 가지가 모두 잘려 나간 나무들이 앙상한 모습으로 줄지어 서 있다. /김진수 기자 jeans@kwangju.co.kr
광주시와 5개 자치구의 가로수 조성·관리 실태는 자치구들의 ‘도시숲’에 대한 안이한 인식과 주먹구구식 관리 현황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광주 모든 자치구가 어떠한 기준으로 가로수를 심고 이식하거나 베어내는지에 대한 기준 자체를 제대로 마련하지 않고 있으며 전문가 등의 자문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가 하면, 자문 여부도 자치구 임의적으로 결정하는 무계획·무책임한 도심 가로수 행정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법과 조례는 형식적으로 만들어 놓았을 뿐 정작 가로수 벌목·이식 현장에 제대로 적용하기는 커녕, 생태적 특성을 따져보는 심의나 공론화 과정도 마련하지 않았고 대부분 개인적 판단에 의존해 가로수를 처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14일 광주시에 따르면 광주시가 최근 5년 간 가로수 조성·관리를 심의하기 위해 개최한 ‘도시숲 등의 조성·관리 심의위원회’는 고작 2차례에 불과했다.
도시숲 등의 조성·관리 심의위원회는 광주시 내 연차별 가로수 관리 계획 수립·변동에 관한 사항, 신규 가로수 조성 시 주변 환경에 미치는 영향, 지역성, 수종 선택 등을 검토하는 기구다.
광주시는 도시숲·조경 분야 전문가와 학계, 시민단체, 주민대표 등 외부위원 12명과 시 공무원 내부위원 3명으로 위원회(임기 2년)를 꾸리고 있다.
하지만 심의위원회는 2024년 1회, 2025년 1회 열린 게 전부다. 5년 간 1032그루가 베어나갔고 899그루가 옮겨심어졌는데, 어떤 기준으로 이식되고 벌목해야 하는 지를 대부분 전문가 자문 없이 결정했다는 얘기다.
그나마 광주시가 2차례 연 심의위원회에서도 가로수 이식·벌목과 관련한 논의는 아예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도심 가로수 벌목과 이식 계획 등은 심의위원회에서 하지 않고 자치구별 개별 협의로 처리했다는 것이다.
심의위원회가 한 일은 고작 연차별 가로수 계획 수립을 검토하는 수준에 그쳤다. 이 때문에 가로수 관리 행정이 제대로 이뤄질 지 의문이다. 연차별 가로수 관리 계획에 대한 실효성 논란도 제기된다.
광주시는 심의위원회를 통해 연차별 가로수 관리 계획 등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고 하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가로수에 대한 고민 없이 이식·벌목이 결정된다는 점에서다.
자치구별 검토도 허술하기 짝이 없는 형편이다. 자치구별로 광주시 동·서·북구에서 최근 5년간 1차례씩 전문가 자문을 받은 게 전부다. 대부분 전문가 자문이나 주민 공청회 등은 필수 절차가 아니라는 이유로 제대로 진행하지 않고 있다. 자치구 담당자가 가로수 벌목 여부를 자체 판단하고 있으니 좀처럼 자문 절차를 밟을 일이 없다는 것이 자치구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대형 가로수를 제거하거나 지하철 공사 등 대규모 개발사업이 이뤄질 경우, 자치구가 광주시에 가로수 벌목 여부를 묻는 심의위원회 개최를 요청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절차가 실제로 가동된 사례는 최근 5년 사이 전무했다.
광주시는 자치구가 심의위원회 개최를 요청해도 무시한 사례도 나왔다.
지난해 광주시 동구는 계림4구역 주택재개발 과정에서 가로수 58그루에 대해, 서구는 중앙2지구 개발 과정에서 가로수 70그루에 대해 벌목 여부를 심의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광주시는 “규모가 크지 않으니 자체 판단하라”며 심의위원회 개최를 거부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러니 가로수 이식도 규정을 마련하고 제대로 이뤄지기 쉽지 않다.
벌목이 아닌 이식을 할 경우, 각 자치구는 별도로 정해진 장소 없이 각 구청이 관리하는 공원이나 유휴부지 등지에 무작위로 분산 이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식할 가로수 그루 수와 필요 공간이 매번 다르다 보니, 상황에 맞춰 이식 장소를 그 때 그 때 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빨리빨리’ 식 공사로 이식을 위한 환경이 보장되지 않고 있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제대로 이식하려면 최소 2~3년 전부터 ‘뿌리돌림(이식 전 뿌리를 절단해 잔뿌리를 내리게 한 뒤 일정 기간 후 옮기는 작업)’을 해야 하지만, 대부분의 공사는 단기간에 결정되거나 시행되며 이런 과정은 고려되지 않는 실정이다.
장정원 담양국립정원문화원 운영지원실장은 “공익적 가치가 큰 가로수는 가급적 보존·이식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나무보다 공사에 집중하다 보니 나무를 벨 수밖에 없다”며 “현행 법규와 조례, 규정은 지자체에서 현실적인 여건과 비용 논리를 따질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이라고 지적했다.
/양재희 기자 heestory@kwangju.co.kr
14일 광주시에 따르면 광주시가 최근 5년 간 가로수 조성·관리를 심의하기 위해 개최한 ‘도시숲 등의 조성·관리 심의위원회’는 고작 2차례에 불과했다.
하지만 심의위원회는 2024년 1회, 2025년 1회 열린 게 전부다. 5년 간 1032그루가 베어나갔고 899그루가 옮겨심어졌는데, 어떤 기준으로 이식되고 벌목해야 하는 지를 대부분 전문가 자문 없이 결정했다는 얘기다.
그나마 광주시가 2차례 연 심의위원회에서도 가로수 이식·벌목과 관련한 논의는 아예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도심 가로수 벌목과 이식 계획 등은 심의위원회에서 하지 않고 자치구별 개별 협의로 처리했다는 것이다.
심의위원회가 한 일은 고작 연차별 가로수 계획 수립을 검토하는 수준에 그쳤다. 이 때문에 가로수 관리 행정이 제대로 이뤄질 지 의문이다. 연차별 가로수 관리 계획에 대한 실효성 논란도 제기된다.
광주시는 심의위원회를 통해 연차별 가로수 관리 계획 등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고 하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가로수에 대한 고민 없이 이식·벌목이 결정된다는 점에서다.
자치구별 검토도 허술하기 짝이 없는 형편이다. 자치구별로 광주시 동·서·북구에서 최근 5년간 1차례씩 전문가 자문을 받은 게 전부다. 대부분 전문가 자문이나 주민 공청회 등은 필수 절차가 아니라는 이유로 제대로 진행하지 않고 있다. 자치구 담당자가 가로수 벌목 여부를 자체 판단하고 있으니 좀처럼 자문 절차를 밟을 일이 없다는 것이 자치구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대형 가로수를 제거하거나 지하철 공사 등 대규모 개발사업이 이뤄질 경우, 자치구가 광주시에 가로수 벌목 여부를 묻는 심의위원회 개최를 요청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절차가 실제로 가동된 사례는 최근 5년 사이 전무했다.
광주시는 자치구가 심의위원회 개최를 요청해도 무시한 사례도 나왔다.
지난해 광주시 동구는 계림4구역 주택재개발 과정에서 가로수 58그루에 대해, 서구는 중앙2지구 개발 과정에서 가로수 70그루에 대해 벌목 여부를 심의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광주시는 “규모가 크지 않으니 자체 판단하라”며 심의위원회 개최를 거부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러니 가로수 이식도 규정을 마련하고 제대로 이뤄지기 쉽지 않다.
벌목이 아닌 이식을 할 경우, 각 자치구는 별도로 정해진 장소 없이 각 구청이 관리하는 공원이나 유휴부지 등지에 무작위로 분산 이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식할 가로수 그루 수와 필요 공간이 매번 다르다 보니, 상황에 맞춰 이식 장소를 그 때 그 때 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빨리빨리’ 식 공사로 이식을 위한 환경이 보장되지 않고 있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제대로 이식하려면 최소 2~3년 전부터 ‘뿌리돌림(이식 전 뿌리를 절단해 잔뿌리를 내리게 한 뒤 일정 기간 후 옮기는 작업)’을 해야 하지만, 대부분의 공사는 단기간에 결정되거나 시행되며 이런 과정은 고려되지 않는 실정이다.
장정원 담양국립정원문화원 운영지원실장은 “공익적 가치가 큰 가로수는 가급적 보존·이식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나무보다 공사에 집중하다 보니 나무를 벨 수밖에 없다”며 “현행 법규와 조례, 규정은 지자체에서 현실적인 여건과 비용 논리를 따질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이라고 지적했다.
/양재희 기자 heestory@kwangju.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