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은한 색과 가느다란 선이 맞물려 전하는 울림
2025년 12월 08일(월) 17:05
고미아 작가 ‘호접몽’(胡蝶夢)전 31일까지 광주예술의전당

‘나에게로’

‘소녀-꽃이되어’
장자가 꿈에 나비의 꿈을 꾸었는데 나비가 자신인지 자신이 나비인지 알 수 없었다는 데서 유래한 말이 ‘호접몽’(胡蝶夢)이다.

‘꿈인지 생시인지 분간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는 말이 있다. 호접몽과 같은 상황이 그와 같은 경우다. 예상할 수 없는 일에 직면할 때 그와 같은 표현을 하기도 한다.

‘호접몽’(胡蝶夢)을 주제로 광주예술의전당에서 전시를 진행 중인 고미아 작가.

오는 31일까지 펼치는 이번 전시는 공필화 특유의 선묘에 현대적 감각을 덧입힌 그림을 선보인다. 회화 30여 점은 인물의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한 작품들로 소녀들을 초점화했다.

화면 속 소녀들은 또래의 일반적인 모습과 달리 밝고 명랑한 얼굴이 아니다. 꿈을 꾸는 듯, 눈길은 그 너머를 응시하거나 자신만의 세계에 침잠돼 있다.

‘나에게로’는 초점이 주체에 맞춰진 작품이다. 뭔가를 간절히 원하는 소녀는 두 팔을 감싸 안은 채 꿈을 꾸듯 반쯤 눈을 감고 있다. 소녀 주위로 나비가 날고, 소녀는 커다란 꽃잎을 배경으로 누워 있다.

‘소녀-꽃이 되어’는 꽃과 자신을 동일시하는 소녀의 이미지를 구현했다. 붉은 꽃이 너울거리듯 춤추고 머리 위에는 하얀 나비가 사뿐히 앉아 있다. 쓸쓸하면서도 몽환적인 모습은 소녀가 바라보는 대상이 외부가 아닌 자신의 내부라는 것을 말해준다.

작품 속에서 꽃은 성장과 희망을, 나비는 자유와 변화, 영혼을 상징한다. 전편에 드리워진 은은한 색과 가느다란 선이 맞물려 발하는 울림은 간단치 않다.

고 작가는 “화면 속 꽃과 나비는 순수함과 꿈을 환기한다”며 “관람객들이 작품을 통해 저마다의 마음에 잠재돼 있을 순수함과 꿈을 대면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고 전했다.

한편 고 작가는 영남대와 동 대학원에서 서양화를 전공했다. 조선대 대학원에서 한국화 전공 박사과정을 수료했으며 관선재갤러리 등 다수 초대전과 단체전에 참여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실시간 핫뉴스

많이 본 뉴스

오피니언더보기

기사 목록

광주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