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 키우기 좋은 동네였는데”…흉흉한 소문에 불안 확산
2025년 12월 03일(수) 21:15
‘청소년 패거리’ 활개 광주 북구 신용동 학원가 가보니
학부모·주민·학생 등 “일진 무리 같아 혼자 다니기 무서워”
번화가서도 잇단 목격담…경찰·교육청 ‘지각 대응’ 논란

3일 오후 4시께 기동순찰대가 광주시 북구 신용동 첨단2지구 일대를 순찰하고 있다.

“애들 키우기에도 좋고 살기 좋은 동네라고 이사왔는데, 요새 흉흉한 소문이 도니까 무서워서 애들을 어떻게 학교에 보낼까 걱정돼요.”

3일 오전 10시께 청소년 패거리가 돌아다닌다는 광주시 북구 신용동 일대. 최근 중학생 강도상해 사건이 일어났던 한 카페 인근에서 학생과 학부모 등 주민들은 한 목소리로 불안감을 호소했다.

이곳 일대는 행정복지센터와 근린공원, 큰 대로변에 학교 4곳이 있는데다 학원, 카페 등 건물들이 밀집해 있는 번화가다. 범죄 위험이 큰 동네는 아니지만 최근 무인점포 등을 중심으로 이른바 비행청소년 무리들이 다수 오가면서 ‘청소년 패거리’에 대한 소문이 퍼져나가 주민들은 불안감을 드러냈다.

신용동 일대에서 만난 학생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이곳 일대가 ‘요주의 지역’이 됐다고 입을 모았다.

신용중 학생인 A군은 “예전부터 고등학생 형들이 휴대폰 뺏는다는 소문이 돌았다. 선생님들도 수차례 조심하라고 일러줬다”며 “막상 그 무리를 만나면 무서울 것 같아 되도록 혼자 다니지 않으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빛고을고 B군은 “학교가 끝난 후 중고등학생들로 보이는 무리들이 공원이나 카페에서 자주 돌아다니는 걸 봤다”며 “소위 ‘일진’들 같아 위협을 느끼기도 한다”고 말했다.

학부모들도 불안하기는 매한가지다. 신용동에서 10여년 산 주민 40대 C씨는 “아이 키우기 좋은 동네라고 생각했는데 무섭다”며 “사실 다른 동네 사는 애들이 그런 일을 벌인거라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자영업을 하는 40대 D씨는 “이번주에 버스 경찰차도 돌아다니며 순찰하고 있다”며 “최근 휴대폰 뺏고 폭행건이 있었다고 손님들에게 들어서 알고 있는데, 우리 아이도 학생들이라 학부모로서 너무 불안하다”고 걱정했다.

또 주민들은 과거부터 청소년 무리가 다닌다는 걸 듣고도 해코지를 당할까 신고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곳 일대 빌딩에서 6개월째 가게를 운영하는 사장은 “예전부터 중고생들이 모여 담배를 피고 건물 내에서 시끄럽게 하는 것이 한 두번이 아니라 정말 미칠 노릇인데, 요즘 애들이 무서우니 함부로 건드릴 수도 없다”며 “불과 어제만 하더라도 봉고차 경찰차가 와있더니 밤 9시 퇴근할 때까지 돌고 있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걱정이 된다”고 호소했다.

학부모들은 상황이 이런데도 광주시교육청과 경찰 등은 효과적인 범죄 예방대책을 내놓지 못한 탓에 결국 강도상해 사건까지 발생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경찰은 이곳 일대에 우범지역이나 여성 안심 귀갓길 등 관리구역을 지정한 바는 없다. 다만 매일 2~3시간 간격으로 교대하면서 신용동 일대를 순찰하고 있으며, 행정복지센터 주민자치회와 자율방범대도 매주 1회씩 방범 순찰을 돌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부터는 신용동 일대가 치안 취약지라고 판단하고 주민자치회와 협조해 신용동 일대 순찰 활동을 강화했다는 것이 경찰 설명이다. 순찰 도중 ‘청소년이 다수 모여있어 무섭다’는 신고도 종종 접수돼 귀가·해산 조치도 다수 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경찰의 시선이 닿지 않는 곳에서 사건이 발생하자, 경찰은 뒤늦게 형사기동대를 투입하는 등 순찰을 강화하는 모양새다.

경찰 관계자는 “첨단2지구 근린공원 일대에 기동순찰대를 투입해 주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고 범죄를 예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광주시교육청도 광주 전 지역에서 진행 중인 학교별 학교폭력 예방 캠페인을 제외하고는 뾰족한 예방책을 마련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광주시교육청 관계자는 “지난해에도 신용동 일대에서 학교폭력 예방활동을 한 적 있다. 학교 폭력이 발생했을 시 지역 안전요원 등과 함께 추가적으로 캠페인도 시행할 방침이다”고 말했다.

/글·사진=양재희 기자 heestory@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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