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이 치유한 상처…내란 이후 다시 일어선 공동체
2025년 12월 01일(월) 19:35
5·18 평화전·미술제·음악제 등
광주정신 콘텐츠로 의미 되새겨

광주시립미술관의 민주인권평화전은 5·18, 12·3계엄 등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불렸던 노래와 관련된 자료들을 선보였다. 12·3계엄에 맞선 시민들의 활동 모습을 담은 사진들. <광주일보 자료>

12·3 비상계엄 사태로부터 1년. 그날의 충격은 우리의 일상이 얼마나 취약한 기반 위에 놓여 있는지를 또렷하게 드러냈다. 5·18의 토대 위에서 성장해 온 광주의 문화·예술계는 더 큰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민주주의와 평화의 가치를 다시 바라보는 전시와 공연, 출판물이 잇따라 등장하며 흔들린 시간의 의미를 새로 써 내려갔다.

특히 올해는 5·18을 다룬 작품들이 12·3 비상계엄 사태와 맞물리며 더욱 큰 주목을 받았다.

광주시립미술관은 4월부터 8월까지 민주인권평화전 ‘공명-기억과 연결된 현재’를 열고 1980년대 민주화 시위 현장에서 울려 퍼진 ‘임을 위한 행진곡’, ‘오월의 노래’, ‘광주출정가’ 등을 새롭게 조명했다. 전시는 12·3 비상계엄에 맞서 거리로 나선 2024년의 젊은 세대와 당시의 노래를 음악이라는 매개로 연결시켰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광주민족예술인단체총연합은 올해 ‘예술만장전’의 주제를 ‘빛의 혁명’으로 정하고, 5·18을 추모하는 것을 넘어 민주주의를 지켜가겠다는 새로운 세대의 약속으로 확장했다. 시민 참여 프로그램 ‘빛의 혁명, 색으로 되새기다’도 마련해 참가자들이 직접 만장을 그리고 색을 입히며 5·18의 의미를 스스로 새겨볼 수 있도록 했다.

정진영 총감독은 “이번 만장전은 거리의 응원봉 물결과 ‘키세스 시위대’에서 모티브를 얻었다”며 “올해는 ‘과거가 현재를 구했음’이 분명히 드러난 만큼 더욱 각별했다”고 말했다.

민족미술인협회광주지회와 은암미술관이 주관한 ‘2025 오월미술제’는 ‘생물민주주의, 살아있는 민주주의를 선언하다’를 주제로 끊임없이 변화하는 유기체로서의 민주주의에 초점을 맞췄다. 박태규의 ‘파면불꽃’은 거센 불꽃 사이에 ‘윤석열 파면’, ‘탄핵’ 등의 문구를 배치해 민심의 분노를 시각화했고, 김병택의 ‘다시 만난 세계’, 박철우의 ‘12·3 내란’, 김우성의 ‘유령이 온다’ 등은 민주주의를 다른 각도에서 성찰하도록 이끌었다.

창작국악단 도드리는 음악극 ‘끝나지 않은 오월’을 무대에 올렸다. 평범한 부부가 거대한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비극을 맞는 이야기로, 아픈 역사가 다시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냈다.

연극 ‘사형수 김대중’의 한 장면. <푸른연극마을 제공>
푸른연극마을은 고(故)김대중 전 대통령의 삶과 신념을 조명한 연극 ‘사형수 김대중’을 선보였다. 민주주의를 위해 군사독재와 맞서 싸웠던 김 전 대통령의 정신을 통해 오늘 우리가 지켜야 할 민주주의와 자유의 가치를 다시 되돌아보게 하는 작품이었다.

이당금 푸른연극마을 대표는“시민의 눈으로 시대를 바라보고, 다시는 같은 일을 겪지 않도록 경각심을 일깨우는 것이 예술이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장혜원 기자 hey1@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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