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거슬러 뚜벅뚜벅 … 느림의 미학 가나자와 여행
2025년 11월 11일(화) 21:00 가가
옛 성 등 에도시대 정취 그대로
현대적 건축물 어우러져 매력 물씬
고급 요정 거리, 찻집·과자점 변신
21세기 미술관 등 곳곳 사색의 장소
건축상 받은 이시카와현립도서관
구마겐코 설계 유리 박물관 눈길
수변공원 내 미술관 옥상정원 인기
현대적 건축물 어우러져 매력 물씬
고급 요정 거리, 찻집·과자점 변신
21세기 미술관 등 곳곳 사색의 장소
건축상 받은 이시카와현립도서관
구마겐코 설계 유리 박물관 눈길
수변공원 내 미술관 옥상정원 인기
요즘 관광 트렌드 중 하나가 소도시 여행이다. 크고 화려한 대도시 대신 작은 도시를 여유롭게 여행하며 소소한 즐거움을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대부분의 여행지를 도보로 이동할 수 있다는 것도 소도시 여행의 장점. 일본 이시카와현 가나자와는 과거와 현대가 만나는 매력적인 도시다. 옛성과 오래된 거리 등 에도시대 정취를 그대로 간직한 공간과 현대적인 감각의 건축물이 어우러져 특색있는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과거와 현대의 공존 가나자와
고마츠 공항에 도착한 여행객은 리무진이나 기차를 타고 가나자와 여행의 시작점, 가나자와역에 도착한다. 3000장이 넘는 유리로 덮인 광장을 지나 만나는 대형 설치작품 츠츠미몬(鼓門)은 가나자와의 상징이다. 일본 전통 예능인 노가쿠에서 쓰는 북을 본 떠 만든 작품은 저녁이 되면 다양한 색깔로 변신한다.
에도시대 게이샤들이 손님을 맞던 고급 요정 거리 히가시 차야는 가나자와의 ‘과거’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장소다. 1820년에 조성되기 시작한 거리에 줄지어 들어선, 나무 격자창의 독특한 가게들은 지금도 찻집, 음식점 등으로 운영되며 관광객을 끌어모은다. 기모노 차림으로 사진을 찍는 이들을 만날 수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일본 3대 정원으로 꼽히는 겐로쿠엔 정원, 가나자와 시민들의 휴식공간이기도 한 가나자와성 공원도 옛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곳이다.
가나자와의 ‘현대’를 만나는 공간은 2004년 문을 연 가나자와 21세기 미술관이다. 가나자와대학 부속 중학교 등이 있던 자리에 문을 연 미술관은 독특한 원통형 건물로 이뤄져 사방 어디에서든 쉽게 접근할 수 있다.
미술관의 가장 유명한 작품은 아르헨티나 출신 레안드로 에를리치의 ‘스위밍 풀’이다. 예약 후 입장이 가능한 작품으로 수영장 안에 들어간 관람객과 지상 위 수영장 밖의 관람객이 서로를 바라보게 되는 재미난 경험을 할 수 있다. 그밖에 올라프 엘리아손의 ‘컬러 액티비티 하우스’, 제임스 터렐의 ‘블루 플레닛 스카이’, 얀 파브레의 ‘구름을 재는 남자’ 등 세계적인 작가들의 작품이 곳곳에 포진해 있다.
다양한 박물관과 미술관이 자리한 21세기미술관 인근에서 가장 인상적인 공간은 스즈키 뮤지엄이다. 불교철학자 스즈키 다이세츠의 사상을 전하기 위해 조성된 공간은 건물 자체가 하나의 작품이다. 다이구치 요시오가 설계한 뮤지엄은 건물 안과 밖 어디서든 관람자가 머물며 조용히 사색하기에 좋다. 세 방향으로 터진 작은 문을 통해 잔잔히 흐르는 물과 푸른 하늘, 단풍이 들기 시작한 나무들을 바라보며 사람들은 위로를 받는다.
여행의 즐거움 중 하나는 ‘우연’이 가져다 준다. 호텔로 돌아가는 길에 만난 축음기박물관은 보물 같은 공간이었다. 히로시 요카이치야가 50년 넘게 수집한 540개의 축음기와 2만장의 SP판을 전시하고 있는 박물관에서는 하루 세차례 청음회가 열린다. 일흔이 훌쩍 넘은 듯한 노신사의 해설로 듣는 축음기 변천사는 흥미롭다. 축음기를 발명한 토마스 에디슨이 만든 축음기부터 미국 빅터사의 제품 등 다양한 축음기를 통해 듣는 팝송, 클래식, 재즈 음악은 색다른 감흥을 준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놓치지 말아야할 곳이 있다. 이시카와현립도서관이다. 지난 2022년 문을 연 도서관은 일본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서관으로 꼽히며 2024년 제40회 일본 도서관협회 건축상을 수상했다.
천장 없이 4층까지 툭 터진 중앙의 원형 열람공간은 동서남북 네 구역으로 나눠 소장 도서 30만권 중 7만권을 엄선해 전시중인데 아이를 키우다, 일을 생각하가, 호기심을 품다,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다, 마을의 은혜·문화의 향기-이시카와 컬렉션 등 책을 12가지 테마로 나눠 배치한 점이 눈길을 끈다. 500개의 열람석은 도서관 구석구석에 배치돼 있고 도서관을 360도로 바라볼 수 있는 구름다리에 서면 ‘책의 바다’에 빠져드는기분이다.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재래시장 방문이다. ‘가나자와의 부엌’으로 불리는 오미초 시장은 29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가나자와의 대표 재래시장으로 200여개에 가까운 점포가 운영중이다. 또 골목골목의 오래된 상점과 화려하지는 않지만 세련된 느낌의 작은 찻집을 지나다 보면 문을 열고 들어가 느긋하게 차 한잔 마시고 싶어진다.
◇ 운하공원과 미술관 품은 토야마
신칸센으로 20분, 일반 열차로 1시간 걸리는 토야마는 가나자와와 함께 둘러보기 좋은 도시다. 국내에서는 알펜루트 ‘눈의 대계곡’으로 잘 알려진 도시인데, 특색있는 미술관들을 방문하는 즐거움도 크다.
토야마역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후간운하수변공원은 5.1㎞에 달하는 후간 운하 일부와 3만평의 녹지를 이용해 공원으로 조성했다. 공원의 전망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덴몬쿄 전망대와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하는 스타벅스는 인기 스팟이다.
예술과 다지인을 잇는다는 컨셉의 토야마현립미술관도 수변공원의 핫 플레이스다. 파블로 피카소, 후안 미로 등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 등 컬렉션도 눈길을 끌며 확트인 유리창 밖으로 내다보이는 풍경은 더 없이 아름답다. 특히 일본의 유명 그래픽디자이너 사토 타쿠가 디자인한 놀이시설이 있는 옥상정원(4층)은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인기있다. 사방이 탁 트인 공간에 서서 어른들은 멀리 공원 풍경을 내려다 보며 평온함을 느끼고, 아이들은 환한 웃음을 터트리며 뛰어다니기 바쁘다.
토야마의 또 다른 명소는 유리박물관이다. 세계적인 건축가 구마겐코가 설계한 유리박물관은 건물 자체로도 유명하다. 유리와 알루미늄 등 서로 다른 복합적 소재를 조합한 건물 외관과 토야마산 루바를 활용해 따뜻함과 개방감을 강조한 실내 모두 압도적이다.
1층부터 6층까지 탁 트인 공간으로 미술관과 시립도서관을 한 곳에 배치한 점이 인상적이다. 에스컬레이트를 사이에 두고 2~6층은 미술관, 3~5층은 도서관이 들어서 있다. 현대 유리 공예의 1인자로 꼽히는 데일 치홀리의 대표작 5점을 전시한 글라스 아트가든을 시작으로 유리공예로 유명한 토야마 작가들의 다채로운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장소다.
/가나자와=글·사진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대부분의 여행지를 도보로 이동할 수 있다는 것도 소도시 여행의 장점. 일본 이시카와현 가나자와는 과거와 현대가 만나는 매력적인 도시다. 옛성과 오래된 거리 등 에도시대 정취를 그대로 간직한 공간과 현대적인 감각의 건축물이 어우러져 특색있는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고마츠 공항에 도착한 여행객은 리무진이나 기차를 타고 가나자와 여행의 시작점, 가나자와역에 도착한다. 3000장이 넘는 유리로 덮인 광장을 지나 만나는 대형 설치작품 츠츠미몬(鼓門)은 가나자와의 상징이다. 일본 전통 예능인 노가쿠에서 쓰는 북을 본 떠 만든 작품은 저녁이 되면 다양한 색깔로 변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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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술과 다지인을 잇는다는 컨셉의 토야마현립미술관도 수변공원의 핫 플레이스다. 특히 일본의 유명 그래픽디자이너 사토 타쿠가 디자인한 놀이시설이 있는 옥상정원(4층)은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인기있다. |
미술관의 가장 유명한 작품은 아르헨티나 출신 레안드로 에를리치의 ‘스위밍 풀’이다. 예약 후 입장이 가능한 작품으로 수영장 안에 들어간 관람객과 지상 위 수영장 밖의 관람객이 서로를 바라보게 되는 재미난 경험을 할 수 있다. 그밖에 올라프 엘리아손의 ‘컬러 액티비티 하우스’, 제임스 터렐의 ‘블루 플레닛 스카이’, 얀 파브레의 ‘구름을 재는 남자’ 등 세계적인 작가들의 작품이 곳곳에 포진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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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년 일본도서관협회 건축상을 받은 이시카와현립도서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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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히로시 요카이치야가 50년 넘게 수집한 540개의 축음기와 2만장의 SP판을 전시하고 있는 박물관에서는 하루 세차례 청음회가 열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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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야마 유리박물관을 대표하는 데일 치훌리의 유리 작품. |
천장 없이 4층까지 툭 터진 중앙의 원형 열람공간은 동서남북 네 구역으로 나눠 소장 도서 30만권 중 7만권을 엄선해 전시중인데 아이를 키우다, 일을 생각하가, 호기심을 품다,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다, 마을의 은혜·문화의 향기-이시카와 컬렉션 등 책을 12가지 테마로 나눠 배치한 점이 눈길을 끈다. 500개의 열람석은 도서관 구석구석에 배치돼 있고 도서관을 360도로 바라볼 수 있는 구름다리에 서면 ‘책의 바다’에 빠져드는기분이다.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재래시장 방문이다. ‘가나자와의 부엌’으로 불리는 오미초 시장은 29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가나자와의 대표 재래시장으로 200여개에 가까운 점포가 운영중이다. 또 골목골목의 오래된 상점과 화려하지는 않지만 세련된 느낌의 작은 찻집을 지나다 보면 문을 열고 들어가 느긋하게 차 한잔 마시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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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나자와 21세기미술관의 대표작품인 ‘스위밍 풀. |
신칸센으로 20분, 일반 열차로 1시간 걸리는 토야마는 가나자와와 함께 둘러보기 좋은 도시다. 국내에서는 알펜루트 ‘눈의 대계곡’으로 잘 알려진 도시인데, 특색있는 미술관들을 방문하는 즐거움도 크다.
토야마역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후간운하수변공원은 5.1㎞에 달하는 후간 운하 일부와 3만평의 녹지를 이용해 공원으로 조성했다. 공원의 전망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덴몬쿄 전망대와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하는 스타벅스는 인기 스팟이다.
예술과 다지인을 잇는다는 컨셉의 토야마현립미술관도 수변공원의 핫 플레이스다. 파블로 피카소, 후안 미로 등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 등 컬렉션도 눈길을 끌며 확트인 유리창 밖으로 내다보이는 풍경은 더 없이 아름답다. 특히 일본의 유명 그래픽디자이너 사토 타쿠가 디자인한 놀이시설이 있는 옥상정원(4층)은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인기있다. 사방이 탁 트인 공간에 서서 어른들은 멀리 공원 풍경을 내려다 보며 평온함을 느끼고, 아이들은 환한 웃음을 터트리며 뛰어다니기 바쁘다.
토야마의 또 다른 명소는 유리박물관이다. 세계적인 건축가 구마겐코가 설계한 유리박물관은 건물 자체로도 유명하다. 유리와 알루미늄 등 서로 다른 복합적 소재를 조합한 건물 외관과 토야마산 루바를 활용해 따뜻함과 개방감을 강조한 실내 모두 압도적이다.
1층부터 6층까지 탁 트인 공간으로 미술관과 시립도서관을 한 곳에 배치한 점이 인상적이다. 에스컬레이트를 사이에 두고 2~6층은 미술관, 3~5층은 도서관이 들어서 있다. 현대 유리 공예의 1인자로 꼽히는 데일 치홀리의 대표작 5점을 전시한 글라스 아트가든을 시작으로 유리공예로 유명한 토야마 작가들의 다채로운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장소다.
/가나자와=글·사진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