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과 인생 - 김원명 광주원음방송 교무
2025년 08월 22일(금) 00:00
원불교(圓佛敎)는 8월을 백지혈인(白指血印)의 이적이 나타난 달로써 법인성사(法認聖事) 법계인증을 받은 성스러운 일로 생각하고 있다. 1919년 중앙봉에서 기도를 했던 정산종사(1900-1962)는 원리편 55장의 ‘인연에는 좋은 인연과 낮은 인연이 있나니, 좋은 인연은 나의 전로를 열어주고 향상심과 각성을 주는 인연이요, 낮은 인연은 나의 전로를 막고 나태심과 타락심을 조성하며 선연을 이간하는 인연이니라.’라고 말하였다. 우리는 어머님의 뱃속을 나오는 순간부터 이 세상을 하직하는 순간까지 수없이 많은 만남 가운데 가장 소중한 만남이 혈연이요 법연이다. 혈연은 자기 자신을 중심으로 수직적으로 만나는 부모와 자녀의 만남이며, 수평적으로는 부부와의 만남이다.

이러한 만남이 결국은 이 지구 위에서 가장 소규모의 조직이라 할 수 있는 가정이다. 어떤 부모 자녀 혹은 부부를 만나느냐에 따라 자기 자신의 인생길에 있어서 중요한 바로미터, 곧 사물의 수준이나 상태를 아는 기준이 되는 척도를 마련하기도 하고 자신의 생활환경에 지대한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법연도 수직적으로는 스승과 제자, 수평적으로는 도반의 만남으로 이어진다. 어떤 스승, 제자 혹은 도반을 만나느냐에 따라 인생의 커다란 전환점이 되기도 하고 자기 자신의 영생길을 개척해 나가는데 커다란 보탬이 되기도 한다.

우리는 사회생활을 통하여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인연과 만나고 수없이 많은 책과 접하면서 많은 가르침과 영향을 입게 된다. 거기서 생활의 지혜와 인격의 성장을 도모하는 활력소들을 얻지만 이와 같은 만남이 한결같이 우리에게 결정적으로 어떤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다. 만약에 우리가 인생에서 이러한 결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만 있다면 그것은 참으로 멋진 만남이며 보람된 만남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만나게 될 인연들과는 어떤 만남이 되어야 할까?

첫째, 축복 된 만남이 되었으면 한다. 한평생을 검은 머리 파뿌리 되도록 함께 살아가자고 많은 사람 앞에서 굳은 맹세를 하고서 신혼여행 길에서 결별을 선언하고 각자의 길로 헤어지는 소식을 듣게 된다. 부부가 이혼하는 주된 이유 가운데 46∼49%에 해당하는 것이 성격 차이라는 통계청의 발표를 듣는다. 이와 같은 만남은 참으로 불행한 만남이며 황당한 만남이 아닐 수 없다. 부처님께서 밝혀주신 사고팔고(四苦八苦)가운데 원증회고(怨憎會苦)가 있다. 원수와 함께 살지 아니할 수 없는 괴로움이나 싫은 환경에 살거나 싫은 일을 해야 하는 고통이다. 이 단어처럼 가슴 아프고 슬픈 만남은 만들지 말아야 한다.

두 번째는 창조적인 만남이 되었으면 한다. 예로부터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고 했다. 인생의 길목에서 만나게 되는 수많은 만남 속에서 정말 뇌리에 남는 멋진 작품이 생산되는 창조적인 만남이 된다면 얼마나 행복하겠는가.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Plato, BC 427경∼347경)은 20세의 젊은 나이에 소크라테스를 만나 8년간을 배우고 결국은 그리스의 법이 스승인 소크라테스를 사형에 처한 것까지 주시한다. 그리고는 법관이나 정치가가 되려던 생애의 방향을 바꾸어 스승의 심오한 사상에 몰입하여 그 영향력에 온통 지배를 당했다. 그가 쓴 ‘대화록’ 35편 가운데 상당히 많은 부분에서 소크라테스의 가르침과 사상을 그려내고 있다. 스승과 제자의 만남을 통해 고대 그리스철학을 집대성시키는 존재가 되었던 것이다.

세 번째는 혼과 혼의 만남이 되었으면 한다. 철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에게서 ‘순수이성비판’,‘실천이성비판’,‘판단력비판’을 발표한 독일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1724∼1804)는 피할 수 없는 존재이다. 루소는 교육관이 집약된 ‘에밀’은 자연이라는 개념을 활용하여 기능적 인간이 아닌 자연적 인간 형성을 고취하는 교육에 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칸트 또한 철학적 관심과제가 자연의 문제에서 인생의 문제로 전환되었고, 허식을 좋아하지 않았던 그의 성격에도 불구하고 그의 서재에는 루소의 초상화가 걸릴 정도로 존경하는 단면을 보여주기도 한다.

우리는 일생을 살아가면서 부모와 자식 간의 만남이나, 스승 제자 간의 만남, 부부 간의 만남, 더 나아가 도반들과의 만남 등 수많은 만남을 이룬다. 축복된 만남, 창조적인 만남, 혼과 혼의 만남을 기원하면서 받들어 나간다면 멋있고 보람된 삶이 될 것이다. 그러한 만남, 그렇게 가치 있는 삶이 되도록 법인성사의 달, 정진해 나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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