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힌 이름을 불러내다, 연극 ‘노라의 뽄(本)’
2025년 08월 20일(수) 17:50
극단 깍지, 10주년 기념 공연…오는 9월 5~6일 광주예술의전당 소극장

극단 깍지의 창작탈굿 ‘망대’ 공연 모습.<극단 깍지 제공>

현해탄(玄海灘) 너머로 사라진 남편의 그림자를 좇으며, 자신의 목소리를 잃지 않으려 몸부림친 한 여인의 이야기. 개화기 목포의 새아씨가 끝내 기억되지 못한 이름으로 남기를 거부하며 세상에 다시 서려 한다.

악극 ‘노라의 뽄(本)’이 오는 9월 5일(오후 8시)과 6일(오후 3시) 광주예술의전당 소극장에서 관객과 만난다. 극단 깍지가 창단 10주년을 맞아 선보이는 작품으로, 광주문화재단 지역문화예술육성지원사업의 일환으로 마련됐다.

이번 작품은 제9회 목포문학상 수상작이자 이화경 소설집 ‘하염없이 무엇을 생각합니다’에 실린 동명 단편을 원작으로 한다. 일제강점기 개화기 목포를 배경으로, 문학도 남편의 그늘에 가려진 한 여인이 잊힌 이름을 되찾으려는 여정을 따라간다. 남편이 연인과 함께 현해탄에 몸을 던졌다는 소식을 들은 뒤 주인공은 그의 작품을 따라가며 스스로의 삶을 되짚는다. 극은 ‘나’와 ‘안쪽이’의 대화를 통해 주인공 내면을 다층적으로 드러내며, 단순한 과거 회상을 넘어 오늘의 관객에게 질문을 건넨다.

극작과 연출은 박강의가 맡았으며,뮤지컬·창극·영화음악 등 다양한 장르에서 활동한 김백찬이 음악감독으로 참여했다. 창작곡과 성악, 민요·가요 등 10여 곡이 더해져 극에 풍성함을 더한다. 무대에는 김호준, 김은숙, 이영환, 조혜수, 최윤나 등이 올라 작품의 서사를 이끈다.

극단 깍지는 2015년 창단 이후 창작탈굿 ‘망대’, 인권마당극 ‘인권, GO! 하자’, 성인지감수성 교육극 ‘현재, 먼지 없는 날을 그리다’ 등 시대적 화두를 녹여낸 무대를 꾸준히 선보여왔다. 이번 ‘노라의 뽄(本)’은 그 10년의 궤적을 잇는 기념작으로, 전통과 현대, 문학과 연극을 아우르는 새로운 악극 무대다.

극단 깍지 김호준 대표는 “이번 공연은 단순히 과거를 회상하는 차원이 아니라 지금의 관객들에게 ‘당신은 어떠냐’고 묻는 자리”라며 “10주년을 맞아 올리는 뜻깊은 무대인 만큼 많은 관심을 바란다”고 전했다.



/장혜원 기자 hey1@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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