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상선과 삶의 질 - 양태영 태영21내과 대표원장
2025년 08월 14일(목) 00:20
우리나라 암 발생 1위가 갑상선암이지만 일부는 수술하지 않아도 될 만큼 위협적이지 않다. 갑상선 질환들이 소홀히 다뤄지는 경향이 있지만 갑상선 이상은 자칫 삶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어 가볍게 여겨서는 안된다.

갑상선은 목 앞 부분 가운데 앞으로 튀어나온 물렁뼈(아담의 애플)와 기관지 사이에 존재한다. ‘선’은 한자고 ‘샘’은 순우리말로 갑상선과 갑상샘은 같은 말이지만 대다수 ‘갑상선’으로 부른다. 갑상선은 사람이 살아가는데 반드시 필요한 갑상선 호르몬을 만들어 저장하고 혈액으로 분비해 신체대사를 조절한다. 신체 대사과정을 촉진시켜 장기에 필요한 에너지를 얻게 하고 체온을 유지시켜 주며 신진대사 속도를 조절한다.

자기 몸, 즉 갑상선에 대한 항체가 생겨 스스로 갑상선을 외부 물질(균)로 착각해 공격하는 항체를 자기항체라고 부르고 이런 질환을 자가면역질환이라고 하는데, 갑상선 기능 이상의 대부분이 이 자가면역 때문에 발생하며 이는 유전적 소인이 원인이다.

갑상선기능항진증의 대표 그레이브스, 저하증의 대표인 하시모토 갑상선염이 바로 자가면역질환이고 갑상선 질환의 약 90%를 차지하는 대표적 질환이다.

갑상선 호르몬이 많아지면서 대사 속도가 빨라져 기능항진증이 되는데 땀을 많이 흘리고 신경이 예민해진다. 또 잘 먹는데도 살이 빠지며 심장과 위장운동이 빨라져 대변을 자주 보거나 설사를 한다. 손 떨림도 흔한 증상이다. 반대로 갑상선 호르몬이 적게 분비되면 대사 속도가 느려져 추위를 못 견디고 얼굴과 손발이 붓고 체중이 증가한다. 위장운동이 느려져 변비가 발생하며 기억력도 감퇴한다.

심한 상태의 갑상선 기능 항진이나 저하증이라면 환자의 모습만 슬쩍 봐도 진단할 수 있지만 확진을 위해선 혈액검사와 초음파 검사가 필요하다.

갑상선기능항진증의 치료는 약물요법, 방사성요오드, 수술 등 세 가지가 있는데 서로 보완적이다. 즉 한 가지 방법으로 치료에 실패한 경우 다른 방법으로 성공적으로 치료될 수 있다.

갑상선기능저하증은 원인에 관계없이 갑상선 호르몬을 투여하는 것이 치료의 전부이다. 씬지로이드(혹은 씬지록신)라는 약재인데 용량 조절만 잘하면 평생 복용해도 부작용이 거의 없다.

이제 갑상선에 대해 살펴보겠다. 갑상선 종양, 혹, 결절, 낭종은 비슷한 의미로 사용한다. 갑상선에 혹이 생긴 것을 다양하게 표현하는데 이 혹이 암인지 구분할 때 악성종양과 양성종양이라고 표현한다. 악성이 암이다. 요즘 가이드라인은 암이 의심돼도 혹이 크지 않으면 지켜보는 것인데 전문가 판단이 필요한 부분이다.

산부인과에서 임신이 잘되지 않는 여성에게 제일 먼저 하는 검사가 유즙분비호르몬과 갑상선기능검사이다. 갑상선 질환으로 치료받고 있는 젊은 여성의 고민은 ‘혹시 불임이 되지 않을까’하는 것과 ‘약물복용 중 임신을 해도 되는가’이다. 실제 갑상선질환이 있으면 임신이 잘되지 않지만 치료를 적절히 하면 불임이 되지는 않는다. 또 갑상선 약은 임신 중 복용해도 안전하다.

갑상선에서 호르몬을 만들 때 원료로 사용하는 게 요오드이다. 몸에서 요오드를 필요로 하는 기관은 오직 갑상선이다. 당연히 요오드 섭취가 부족하면 호르몬을 만들지 못해 기능저하증이 발생한다. 우리나라는 해산물을 많이 먹는 편으로 요오드 결핍에 의한 질환은 없지만 갑상선 질환이 있는 경우 필요 이상 많이 먹으면 치료에 지장을 줄 수 있다. 즉 갑상선 질환이 있다고 해서 일부러 안 먹을 필요는 없으며 현재 우리나라 사람들이 먹고 있는 양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갑상선 질환자는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다. 다행스러운 것은 갑상선 때문에 일상생활이 어려울 만큼 고통스러운 경우는 드물다. 다만 방심하면 쉽게 치료할 수 있는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있다. 치료를 소홀히 해 여러 가지 증상을 안고 사는 경우도 많다.

갑상선에 발생하는 질환은 대부분 완치가 가능하다. 갑상선 치료제는 임신 중에 먹어도 안전하다. 요오드 역시 현재 우리나라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먹는 식사만으로도 충분해 따로 보충할 필요는 없다. 갑상선에 특별히 좋고 나쁜 음식은 없으니 입맛에 맞게 먹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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