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8·2 전당대회, 호남 정치인들 후보 공개 지지 왜?
2025년 07월 29일(화) 17:55
다음 총선에 차기 지도부 공천권 영향력 없어 지역 국회의원들 공개 지지
지방의원 및 지방선거 출마 예정자, 내년 지방선거 염두에 두고 ‘올인’
‘극심한 줄서기’만 난무…‘호남 정치 복원’ 등의 목소리는 사라져
더불어민주당 8·2 전당대회을 앞두고 광주·전남 현역 정치인의 공개 지지선언이 잇따르고 있다. 통상 당내 역학 관계가 복잡한데다 공천권을 쥔 대표나 최고위원 경선 과정에 현역 국회의원들은 대부분 ‘물밑 지지’나 조직을 쪼개는 ‘분산 지지’ 등 소극적인 형태를 유지하는 것과 달리 이번 전당대회에서는 공식 지지하는 정치인들이 줄을 잇고 있다.

이는 차기 대표 임기 내 지방선거 공천에만 영향력을 주고 다음 총선 공천은 다른 지도부가 행사하기에 ‘현역 눈치보기’가 사라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22대 총선에서 광주·전남 국회의원이 대폭 물갈이 돼 공천권을 쥔 새 지역위원장(국회의원)과 사이가 좋지 않은 지방 정치권도 ‘동아줄’을 잡기 위해 당권 주자 지지에 ‘올인’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당대회 국면에 ‘호남 정치 복원’ 등 지역 목소리는 사라지고, 극심한 줄서기로 지역 정치권 분열만 가속화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민주당에 따르면 정청래·박찬대 후보가 겨루는 당 대표 호남 경선이 치열해 지면서 단체 문자와 SNS 등을 통한 공개 지지선언이 잇따르고 있다.

과거 전당대회에서 현역 국회의원은 표면적으로 중립을 지키는 경우가 상당했는데 이번 전당대회는 ‘노골적인 지지’가 가장 큰 특징이다. 현역 국회의원들이 이례적으로 공개 지지선언을 하고, 본인들의 조직을 대거 지지 후보의 캠프에 파견하고 있다.

이에 정청래·박찬대 후보의 광주·전남 일정에도 상당수의 당원들이 동원되고 있으며, 호남의 열기를 수도권으로 전달하기 위한 ‘전국 선거운동’에도 광주·전남 조직이 동원되고 있다.

지역 정치권의 사정도 비슷하다. 광주·전남 대다수 광역·기초의원들도 당 대표 선거에 동원돼 개인 SNS 등을 통해 특정 후보 지지를 선언하거나 이들의 지역 내 활동을 돕고 있다. 이들의 지나친 단체문자 발송에 따른 시민 불편도 뒤따르고 있다.

무엇보다도 이번 전당대회가 이재명 대통령의 공석에 따른 임시 전당대회 형태를 띄면서 당 대표와 최고위원 1명만 뽑게 돼 당 대표 경선에 이목이 집중돼 호남 경쟁이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또 당 대표 후보들과 과거 인연 탓에 현역 국회의원들의 공개 지지선언도 잇따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박찬대 후보는 원내대표 시절 광주·전남 국회의원들과 폭넓게 교류해 이들 대다수의 지지를 이끌어 내고 있다. 21대 국회에서 수석최고의원을 맡았던 정청래 후보도 22대 총선 당내 공천 과정에 도움을 준 전남지역 국회의원을 중심으로 지지기반이 형성됐다.

이번 전당대회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인 ‘조직투표’와 ‘자발적 당원 투표’의 팽팽한 기 싸움 탓에 현역 정치인의 공식 입장 발표와 단체 메시지 발송이 더욱 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과거 전당대회에서 지역위원장의 ‘오더’에 따른 일사분란한 투표와 달리, 이번에는 당원 표심이 흔들리고 있어 이를 관리하는 현역 국회의원과 지역 정치권이 공개지지 선언과 단체문자를 쏟아내고 있다.

이 같은 진영 간 극심한 경쟁 탓에 호남의 목소리는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앞서 치러진 전당대회 최고위원 경선에서 광주·전남은 3연패 한 뒤 지도부 내에서 별다른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번 전당대회 이후에도 신임 당 대표가 지명직 최고위원을 교체하면서 호남을 배려하지 않는다면 민주당 내에서 광주·전남 정치권은 더욱 변방으로 내몰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오광록 기자 kroh@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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