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공공형 계절근로제’ 참 좋은데…잠 잘 곳 없어 겉돈다
2025년 07월 21일(월) 20:10
민간보다 비용 낮고 출·퇴근 관리 등 부담 줄어 ‘일석이조’
숙소 인프라 부족에 올해 392명 뿐…전체 인력의 2% 수준
지자체 예산난에 기숙사 건립 난항…국비 등 지원 확대를

/클립아트코리아

전남 농촌에 외국인 계절근로자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정작 이들을 수용할 기숙사가 부족해 ‘공공형 계절근로제’가 빛을 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형 계절근로제는 농협이 외국인 노동자의 한국생활 지원 및 인권 교육, 근무 기록부 관리, 근로기준법 준수 등을 직접 관리하도록 해 노동 착취·열악한 숙소·인권 침해 등 문제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다.

민간 인력보다 하루 일손 비용이 낮고 숙소·출퇴근·식사 등 관리 부담도 농가에 거의 지우지 않아 ‘꿩먹고 알먹는’ 인력 활용 모델로 각광받고 있는데도, 각 시·군, 농협은 외국인노동자들에게 제공할 숙소가 없어 공공형 계절근로자 수를 늘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21일 전남도에 따르면 전남에서는 지난 2023년부터 공공형 계절근로제가 도입돼 올해까지 730명의 외국인 노동자가 배정됐다.

이는 전남에서 계절근로자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 중 2%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남 농가에 배정된 외국인 계절근로자는 지난 2023년 4697명, 2024년 9966명, 총 1만5005명으로 늘고 있다. 반면 공공형 계절근로자 인원은 지난 2023년 71명, 2024년 267명, 2025년 392명 등에 그쳤다.

공공형 계절근로제 활용도가 낮은 원인으로는 ‘숙소 부족’이 첫 손에 꼽히고 있다.

전남도 내 마련된 농업근로자 기숙사는 4곳에 불과하며, 수용 인원은 143명에 불과한 상황이다.

농업근로자 기숙사는 공공형 계절근로자를 비롯해 농업인, 농업법인, 농협 등에 고용된 근로자들이 머물 수 있도록 지자체 등이 지은 기숙사다.

전남에서 국비 공모사업으로 지은 농업근로자 기숙사는 담양(수용인원 35명), 무안(48명) 두 곳이며, 시·군에서 자체 재원을 통해 지은 곳은 함평 월야면(24명), 손불면(36명)에 두 곳이 있다.

또 국비 공모사업으로 해남(92명)과 영암(55명)에도 오는 8월까지 농업근로자 기숙사가 지어질 예정이며, 장성에서도 군 자체 재원으로 50명 규모 기숙사를 세울 계획이다.

기존 숙소나 빈집 등을 리모델링해 만든 농업근로자 기숙사는 2곳이며, 각각 담양(2명), 강진(20명)에 있다. 또 고흥(55명), 장흥(16명), 함평(48명), 영암(20명) 등 리모델링이 진행 중이다.

앞으로 지어질 기숙사 수용 인원을 전부 합치더라도 491명에 그치는 것이다.

일부 지자체는 그나마 만들어진 농업근로자 기숙사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담양군의 농업근로자 기숙사는 지난 2월 준공돼 3월부터 운영을 시작했지만, 4개월여 지난 현재까지 단 1명의 계절근로자만 이용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0월부터 운영을 시작한 무안 기숙사 또한 총원 48명을 채우지 못하고 40명만 이용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지자체에서는 예산 문제가 신규 기숙사 건립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건축자재비 및 인건비 급등, 권익위의 2인 1실 권고, 민원에 따른 부지 변경 및 매입비 증가 등으로 예산이 너무 많이 들어 신축 사업을 추진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이다.

지역에서는 농번기마다 벌어지는 ‘일손 대란’, 가설건축물 등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노동자 등 문제를 해결하려면 국가가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인력 유입을 위해서는 임시·기존 숙박시설 리모델링을 넘어 신규 기숙사를 건립할 필요가 있고, 이를 위해서는 국가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농협 관계자는 “지역에 숙소가 있어야 공공형 계절근로자를 데려올 수 있기 때문에 더 많은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기숙사가 확충된다면 근로자들의 주거 안정과 집단 관리에 유리하고 농가에서도 더 편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길수 전남도의원(더불어민주당·무안1)은 “국비와 도비 지원이 지극히 미미(국비 35억, 도비 10억)해 인력 유치를 위한 필수기반시설인 농업근로자 기숙사 건립이 지자체 재정 부담에 막혀 제대로 추진되지 못하는 실정”이라며 “기숙사 건립이 지속가능한 외국인 고용 정책의 핵심인 만큼 국비 확보와 함께 도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민경 기자 minky@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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