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육성 요람 학교체육이 무너진다
2025년 06월 19일(목) 21:00
위기의 학교체육 <1> 학교 운동부의 현주소
‘1교 1종목’ 광주·전남 운동부
최근 5년 사이 27개 팀 해체
엘리트 체육의 최전선 사라져
초·중·고·대학 연계 육성 안 돼

/클립아트코리아

광주·전남의 학교 체육이 무너지고 있다. 교육당국에서 한 때 1교 1종목 육성을 장려하면서 우후죽순 생겨났던 학교 운동부의 전성기는 옛말이 됐다. 저출생 여파로 스포츠 스타를 꿈꾸는 학생들을 길러내는 엘리트 체육의 최전선이자 선수 육성의 요람이었던 학교 체육이 고사위기에 몰리고 있는 것이다. 광주일보는 존립위기에 내몰린 학교 체육의 현주소를 조명한다.



1988년 전남에서 처음으로 창단한 여수종고중학교 복싱부는 호남 복싱을 대표하는 팀이었다. 2001년부터 2018년까지 전국소년체전에 한번도 빠짐없이 출전한 복싱명문이었다. 2001년 ‘제30회 전국소년체전’에서 이창완이 미들급 1위와 최우수선수(MVP)를 차지한데 이어 2004년 ‘제33회 전국소년체전’에서는 김광종이 미들급 1위와 금메달을 차지하기도 했다. 전국적인 명성을 날리던 종고중학교 복싱부는 2020년 해체되면서 32년 역사를 마감했다. 광주숭의과학기술 고등학교 축구부와 광주남초등학교 축구부도 2024년 팀을 해체했다.

19일 광주시교육청과 전남도교육청에 따르면 최근 5년새(2020~2024년) 광주·전남지역 초중고에서 11개 종목 학교운동부 27개(26개교, 광주 11개, 전남 16개)가 해체됐다. 이 가운데 13곳은 학교 생활체육을 접목한 클럽으로 전환돼 명맥을 잇고 있다.

우후죽순 늘었던 학교 운동부가 쇠락의 길로 접어든 것은 학령(學齡)인구 감소의 영향이다. 선수로 육성할 학생이 줄면서 지도자 영입은 물론 팀 운영까지 힘들어지면서 결국 해체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악순환이 고착화하고 있는 것이다. 학생과 부모의 복싱과 핸드볼 등 비인기 종목 기피 현상도 학교 운동부 몰락을 재촉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최근 해체된 팀도 배구·축구·태권도·육상·소프트테니스·씨름· 롤러· 수영· 복싱 등 비인기 종목이다.

전남도의회에서 학교 체육붕괴 우려가 나온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철 전남도의원은 제397회 1차 정례회 5분 자유발언을 통해 “최근 6년간 전남도교육청 소속 학교 운동부 육성학교는 19.3%, 육성팀은 11.7%, 선수는 21.3%가 급감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지역 내 초등학교에서 중학교로,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로, 나아가 대학교로 이어지는 선수 연계 육성이 되지 않으면 지역 선수 양성이 어렵다는 점이다. 현재 전남에 초등 복싱부는 없다. 중학교는 전남체중, 화순중이, 고등학교는 전남체고와 전남기술과학고 2곳이 있다. 초등학교에서 상급학교 운동부에 진학하는 선수자원이 없다보니 일부 학교 운동부는 일찌감치 타 시도에서 선수를 스카우트하기도 한다. 역으로 대부분 종목에서 실력있는 선수들은 고등학생 때 운동여건이 좋은 타 지역 학교 운동부를 택하기도 한다.

학교 운동부 지도자들은 자신들에게 전적으로 의존하는 학교 체육의 한계를 지적한다.

지난 2020년 임성호 전 여수종고중 전 감독이 맡아온 32년 역사의 복싱부가 폐지됐다. 임 감독이 여수에서 운영하고 있는 체육관에는 여수종고중 선수들이 수십년 간 따낸 상장이 액자에 담겨 걸려있다.
임성호 전 여수종고 복싱부 감독은 “학교체육은 오롯이 지도자에게 기대고 있는 실정”이라며 “운동부의 존폐 여부는 지도자에 달려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지도자 처우 개선 없이는 학교 운동부 운영은 앞으로도 어려울 것이다. 적은 급여와 복지 혜택은 지도자를 포기하게 되는 큰 이유”라며 고개를 저었다.

실제 학교 지도자를 그만둔 이들 중 대다수가 사설 체육관을 운영한다. 학교 운동부 지도자 월급은 200만원 남짓이지만 체육관에서는 최소 300만원, 많게는 1000만원까지 벌 수 있기 때문이다. 임 전 감독 역시 체육관을 운영하고 있다.

체육계에서는 초등학교부터 대학까지 선수연계 육성 시스템이 구축되지 않아 지역 스포츠 기반이 붕괴할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온다.

실제로 광주지역에서 배구나 농구 등 종목에서는 출전 선수 멤버를 꾸리기 힘든 학교도 나오고 있다. 키큰 선수가 필요한 구기 종목의 경우 학생 선수 수급이 더욱 어렵다고 한다.

광주시교육청 학교 체육담당자는 “출생률이 급격히 떨어진데다 대부분 가정이 한, 두명의 자녀를 두고 있기 때문에 부모들이 자녀에게 힘든 운동을 시키지 않는다”면서 “10여년 전만해도 2200여명을 헤아리던 학교 운동부 선수가 현재는 1800여명대로 뚝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학생 선수자원이 고갈되는 탓에 학교 스포츠도 학생들이 생활체육처럼 즐기는 스포츠 클럽 형태로 전환되고 있는 추세”라며 “운동선수가 꿈인 학생을 키우는 학교 운동부는 존폐의 기로에 놓여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여수 글·사진=김다인 기자 kd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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