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립극단 ‘리보와 앤’] 도서관에 고립된 로봇과 소년의 우정
2025년 06월 16일(월) 19:25
29일 문화전당 예술극장 극장2
‘출장연극 시리즈’ 두 번째 작품
어린이문학상 대상 동명 소설 원작
현대 사회에 ‘소통과 연결’ 메시지

광주시립극단의 출장 연극 시리즈2 ‘리보와 앤’ 공연이 오는 29일 오후 3시 ACC 예술극장2에서 시작된다. 공연 출연진의 모습. <광주시립극단 제공>

“출근한 직원 0명, 방문객 0명, 사람과의 소통 0%. 기능에 문제가 없는지 점검하세요”

사람이 사라진 도서관. 안내 로봇 ‘리보’와 책 읽어주는 로봇 ‘앤’만이 그곳에 남아 묵묵히 자리를 지킨다. 한때 북적이던 어린이 자료실은 정적에 잠기고, 깜빡이는 초록색 비상구 유도등만이 그들의 곁을 지킨다.

그러던 어느 날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 아직 이들을 기억하는 소년 도현이 찾아온 것. 리보, 앤 그리고 도현의 우정은 과연 이어질 수 있을까?

광주시립극단이 오는 29일 오후 3시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 예술극장 극장2에서 연극 ‘리보와 앤’을 무대에 올린다. 이번 공연은 시민친화형 기획 ‘출장연극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으로 지난해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호응을 얻은 ‘오스카와 장미할머니’에 이은 작품이다. 연극의 매력을 보다 가까운 곳에서 만날 수 있도록 마련된 이 시리즈는 시민들이 가까운 곳에서 다채로운 문화예술을 즐길 수 있도록 한다.

이번 작품은 제23회 문학동네 어린이문학상 대상을 수상한 어윤정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신종 바이러스의 여파로 폐쇄된 도서관을 배경으로, 외부와 단절된 두 로봇의 이야기를 섬세하게 풀어낸다. 안내 로봇 ‘리보’와 책 읽어주는 로봇 ‘앤’은 소통률이 떨어지며 자신이 자신의 감정 표현 기능이 떨어지고 있음을 감지한다. 사람의 표정과 몸짓을 통해 감정을 배워야 하는데 사람과 만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로봇 친구들을 잊지 않은 소년 ‘유도현’이 찾아오면서 다시 새로운 감정들을 배워나가게 된다.

로봇이지만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존재로 그려지는 리보와 앤은, 명랑하면서도 진실한 대화를 통해 관객의 마음을 서서히 열어간다. 감정을 배워가는 리보의 모습은 설정값과 경험을 더해 사회성을 익혀 나가는 10대 청소년을 떠올리게 하며, 연결의 본능과 그리움의 감정을 되짚게 만든다.

작품은 또 단순한 우정이나 성장담을 넘어, 재난 속 ‘남겨진 존재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게 한다. 특히 코로나19로 고립과 단절을 경험한 아이들에게는 더욱 깊은 공감의 여운을 남길 것으로 기대된다. 어린 관객들은 리보와 앤이 재난 속에서 스스로를 지키고 극복할 수 있었던 힘은 끊임없는 대화와 서로를 도우려는 마음이었음을 자연스럽게 깨닫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공연의 각색과 연출을 맡은 김지훈 연출가는 “이 작품의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소통과 연결”이라며 “리보가 고립 속에서 감정을 익히고 위기를 극복해 나가는 과정을 통해, 우리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한편 공연은 29일 ACC 공연을 시작으로, 7월 4일 북구문화센터, 6일 남구 문화예술회관, 11일 첨단 디자인진흥원 이벤트홀, 16일 서구 서빛마루문화예술회관 등으로 이어진다.

7세 이상 관람 가능. 전석 5000원, 광주예술의전당 누리집 예매.

/장혜원 기자 hey1@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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