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채로운 섬에 대한 단상과 이미지를 보다
2025년 06월 04일(수) 17:25
남포미술관 8월 31일까지 ‘섬, 그 너머의 섬’전
강종래, 고정남, 김상선 등 8명 작가 31점 선봬

강종래 작 ‘다도해의 비경’

이존립 작 ‘island’
이형모 작 ‘백도연가’
조성호 작 ‘남해서정’
어느새 다가온 여름, 머릿속에 짙푸른 바다와 섬의 풍경이 떠오른다. 본격적인 휴가철에 접어들면 푸른 바다와 아름다운 섬의 풍광은 더 사실적으로 다가올 것이다.

남도는 섬의 고장이다. 유인도를 포함해 무인도 등 많은 섬들이 산재한다. 섬은 인문학적, 생태학적, 사회학적 관점에서 중요한 자원의 보고(寶庫)다.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섬을 토대로 예술을 하고 연구를 하는 것은 그런 연유다.

초여름 섬을 주제로 한 전시가 열리고 있어 눈길을 끈다.

남포미술관(관장 곽형수)에서 4일 개막해 오는 8월 31일까지 펼쳐지는 ‘섬, 그 너머의 섬’전. 강종래, 고정남, 김상선, 김은수, 이율배, 이존립, 이형모, 조성호 등 8명 작가가 참여했다. 작가들이 생각하는 섬에 대한 단상과 이미지를 담은 회화와 사진 등 31점이 출품됐다.

예술가들에게 섬은 끊임없는 상상력의 대상이다. 영감의 원천이자 교감의 대상이기도 하다. 작가의 경험이나 사유에 따라 섬은 천의 얼굴을 지닌 매력적인 공간으로 변모된다.

‘섬, 그 너머의 섬’이라는 주제처럼 작가들은 섬을 중심으로 경계를 확장한다. 관람객들은 섬 그 너머에는 무엇이 있을까, 라는 궁금증을 갖기 마련이다. 섬 그 너머에는 섬이 있을 수도, 바다가 있을 수도, 염전이 있을 수도, 우주가 있을 수도 있다.

강종래의 ‘섬’은 신비롭다. 하늘에 떠 있는 갈매기와 갈매기 형상의 구름은 다정하면서도 평화롭기 그지없으며 삼각형으로 단순화된 산들은 미려한 곡선이 특징이다. 그 안에 펼쳐진 잔물결이 일렁이는 파도와 너울 위를 떠다니는 배의 풍경은 전형적인 섬마을의 모습을 담고 있다.

김상선의 ‘바람소리-금오도’는 형형색색의 풍경을 담고 있다. 가을날 바람 부는 해안의 풍경을 붉은 낙엽이 흩날리는 모습으로 치환했다. 이곳에서 바람은 울긋불긋한 색으로 전이돼 소리로도, 눈으로도 감상할 수 있게 한다.

이존립의 ‘island’는 섬의 조형적인 미감을 선사한다. 섬에서 자생하는 식물과 꽃들을 클로즈업해 그 사이로 저편 꽃에 물든 섬을 볼 수 있다. 푸름과 파랑, 빨강과, 흰색의 색감이 주는 선명한 대비가 걸림이 없이 시원하다.

한폭의 수채화 같은 이형모의 ‘백도연가’는 섬의 비경과 물 속의 신비로운 생태를 대조적으로 표현했다. 바다거북의 자유로운 유영, 견고하면서도 아슬아슬하게 솟은 기암괴석은 자연이 부려놓은 이색적인 풍광이다.

아련한 색감과 정조로 구현한 조성호의 ‘남해서정’은 오래도록 바라보고 싶은 풍경이다. 여느 어촌에나 있을 법한 장면이지만 여느 곳의 풍경과 이미지와는 변별된다. 이맘 때 남도의 어느 섬이든 방문하면 볼 수 있을 모습은 오래 알아온 지인처럼 편안하다.

이율배의 ‘Song for Love-Blue Fish’는 파란의 깊은 색감이 사랑을 위한 노래라는 제목과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다. 섬의 생태를 추상적이면서도 은유적으로 표현해, 관객들은 자신들의 시각으로 사유의 범주를 넓힐 수 있다.

한편 곽형수 관장은 “이번 전시는 작가들이 섬을 주제로 각기 다른 감성과 기억 등을 개성적으로 풀어냈다”며 “섬이 내재하고 있는 인문적, 생태적, 사회적 의미 등도 함께 살펴볼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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