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가 좋다, 전라도 외국인] 다문화 가정 애로 해결 척척…“이젠 한국사람 다 됐어요”
2025년 05월 15일(목) 18:00
[ <4> 이주민 돕는 외국인 공무원들]
상주 외국인, 2024년 기준 8만6729명
지자체, 귀화인 채용해 언어 장벽 해결
베트남 출신 전남도 공무원 정민정 씨
결혼이민자 국적 취득·청소년 진로 등
베트남어로 정책 번역해 외국인 지원
수준급 한국어·가족센터 일 경험 큰 도움

베트남 출신으로 지난 2018년 귀화해 전남도청 인구청년이민국 이민정책과 주무관으로 임용된 정민정씨.

전남에 상주하는 외국인은 2024년 기준 8만 6729명이다. 이 통계는 91일 이상 국내에 거주한 외국인근로자·결혼이민자·유학생·외국국적동포, 체류기간을 넘어선 불법체류자, 국적을 취득한 외국인 및 미성년자녀, 국적을 취득하지 않은 결혼이민자의 미성년자녀를 합했다. 8만명이 넘는 전남 내 외국인들은 산업현장, 농촌, 학교 등 전남지역 사회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특히 최근들어 국제결혼의 증가로 다문화가구가 늘어나면서, 지자체가 직접나서 다문화가구를 지원하고 챙기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다문화가구가 많은 전남에서는 지자체가 직접 다문화 전담팀을 만들어 운영 중인데, 국제결혼으로 전남에 정착해 귀화한 이들을 채용해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무엇보다 다문화 정책의 걸림돌이라고 할 수 있는 언어의 장벽을 이들을 통해 극복하고 있다. 우리의 이웃이자, 다문화 가정의 도우미 역할을 자처하고 있는 전남도 공무원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제는 외국인이라는 생각보다 한국 사회에서 함께 살아가는 사람이라는 느낌이 들어요.”

정민정(여·32)씨는 지난해 1월 전남도청 지방임기제 공무원으로 임용됐다. 베트남 까마우성 출신인 정씨는 전남도청 인구청년이민국 이민정책과에서 일하고 있다. 정씨의 업무는 도내 다문화가족과 외국인을 지원하는 일이다. 구체적으로는 결혼이민자의 국적 취득비용 지원, 국제결혼 중개업체 관리 및 감독, 다문화 청소년 진로캠프 운영, 이주여성 네트워크 구축, ‘찾아가는 상담서비스’ 등이다. 이 가운데 찾아가는 상담서비스는 정씨가 공무원으로 임용된 후 직접 추진한 사업으로, 외국인들로부터 가장 큰 반응을 얻고 있다.

정씨는 “처음 한국에 왔을 때 힘들었던 기억이 있어서 그분들 마음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며 “진심으로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정씨의 큰 업무 중 하나는 통번역 업무다. 전남도의 정책을 베트남어로 번역해 베트남 국적의 외국인들이 쉽게 이해하고 지원받을 수 있도록 하는 일이다. 정씨는 전남도와 베트남 사이의 교류업무에서 통역 업무를 맡을 정도로 한국어가 유창하다. 지난 2013년 한국살이를 시작했고, 2018년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한 정씨는 사실상 한국인이 된 지 7년 밖에 되지 않았지만 수준급 한국어 실력을 자랑한다. 정씨는 “베트남과 한국 사이를 연결할 수 있어서 자랑스럽고 감사한 마음”이라고 밝혔다.

정씨는 한국어 실력 배경에는 부단한 노력이 있었다고 했다. “한국어를 잘하고 싶은 욕심이 컸어요. 2년 터울 아이를 낳아 기르느라 시간이 부족했어요. 그래도 새벽시간에 집중이 잘 되는 경향이 있어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서 1~2시간 공부하고 다시 자고 일어나 아침식사를 준비하곤 했습니다.”

정씨가 최종 합격한 7급 상당의 임기제공무원 자리는 채용 당시만 하더라도 꽤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정씨는 수많은 경쟁자를 뒤로하고 합격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한국어능력시험(TOPIK) 최고등급을 받은 것 외에도 다문화 가정을 돕는 가족센터의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고 한다.

정씨는 보성군 가족센터에서 일하며 통번역 업무를 많았는데, 이 곳에서 상담과 행정업무도 도맡았다. 정씨는 “센터에서 다양한 이주여성들을 만나 그들의 고민을 듣고 함께 방법을 찾아가는 과정이 큰 배움이 됐다”며 “그때 경험이 마음의 위로가 되기도 했고, 인생의 방향을 바꾸는 전환점이 됐다”고 말했다.

정씨는 막상 도청 근무를 시작하고 나선 전문적인 업무이다보니 어려움을 겪었지만, 팀 동료들과 팀장, 과장들의 배려로 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다. 자신과 같은 결혼이주여성과 같은 국적의 외국인을 돕는 일이기 때문에 더욱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정씨는 공무원으로 일하면서도 공부를 계속하고 있다. 현장을 다니면서 부족함을 느꼈기 때문이다. 사회복지 관련 학사를 취득한 정씨는 현재 석사과정을 밟고 있다.

정씨의 목표는 주변에 있는 외국인과 이주여성들에게 하나라도 더 도움을 주는 것이다. 정씨는 “처음에 모든 게 낯설엇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한국은 정이 많고 한 데 어울리는 사회라고 느꼈다”며 “특히 전남은 정이 넘치고, 항상 이방인을 따듯하게 대해준 고마운 곳”이라고 말했다.

정씨는 끝으로 “결혼이민자 출신의 인재들이 공직에 더 많이 진출해 우리들의 목소리를 더욱 낼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면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민석 기자 mskim@kwangju.co.kr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실시간 핫뉴스

많이 본 뉴스

오피니언더보기

기사 목록

광주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