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체감경기…광주·전남 모든 업종 악화 전망
2025년 04월 09일(수) 18:45
광주상의 47개사 조사…상반기 회복 전망 기업 한 곳도 없어
미 관세폭탄·조기 대선 정치 불확실성 소비 심리 위축 장기화
광주·전남 취업자·고용률 줄고 실업률 치솟아 ‘고용 한파’ 지속
고물가 지속에 따른 소비 심리 위축 여파로 광주·전남 체감 경기가 얼어붙고 있다. 지역 소매·유통업계에서는 미국의 관세 부과로 수출 감소와 소비 시장 둔화를 예상하고, 조기 대선 등 국내 정치 불확실성으로 소비 심리 위축이 장기화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고용한파’ 역시 지속되고 있다. 취업자 수와 고용률은 1년 전보다 줄었고, 실업률은 치솟았다.

9일 광주상공회의소가 광주지역 소매·유통업체 47개를 대상으로 ‘2025년 2분기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RBSI·Retail Business Survey Index)’를 조사한 결과, 지난 분기(85)보다 하락한 72를 기록했다.

RBSI는 유통 업체의 현장 체감 경기를 수치로 나타낸 지표인데, 지수가 100보다 높으면 다음 분기 경기가 이전 분기보다 호전될 것으로 예상하는 기업이 더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체감 경기는 2022년 3분기(114) 이후 11분기 연속 기준치보다 낮았으며, 고물가·고금리·고환율 장기화와 국내 정치 불확실성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광주지역 소매·유통업계에서는 이번 분기 실적에 가장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고물가 지속에 따른 소비 심리 위축’(57.4%)을 꼽았다. 이어 탄핵, 조기 대선 가능성 등 국내 정치 불확실성(46.8%), 인건비·금융·물류비·전기 등 비용 부담 증가(40.4%), 미국 수입 관세 부과(17%) 등이 뒤를 이었다.

업태별로 대형마트·백화점·편의점·슈퍼마켓 모두 경기가 악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대형마트(75)는 홈플러스 기업 회생 절차,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등을 경기 악화의 주 요인으로 꼽혔다. 백화점(50) 역시 미국의 관세 인상, 내수 경기 부진 등 영향으로 체감 경기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편의점(59)은 내수 침체 장기화로 인한 소비 심리 위축과 다이소 등 경쟁 채널 등장으로, 슈퍼마켓(91)은 고물가 영향으로 소용량·다빈도 구매가 증가했다는 점에서 악화 국면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소비 시장 회복 시점에 대한 질문에는 55.3%가 ‘2026년 이후’라고 답했으며 ‘2028년 이후’는 19.1%, ‘올해 하반기’는 15%, ‘2027년 이후’는 10.6%로 답했다. 국내 소비 시장이 올해 상반기에 회복될 것이라고 전망하는 기업은 한 곳도 없었다.

지난달 광주·전남의 고용지표도 악화됐다. 광주는 모든 산업군에서 일자리가 줄었고, 전남은 전통적인 농림어업마저도 취업자 수가 줄었다.

이날 호남지방통계청이 발표한 ‘2025년 3월 광주·전남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광주시 취업자 수는 77만 2000명으로 전년 동월(79만 1000명) 대비 1만 9000명(2.4%) 감소했다. 경기침체 장기화로 인한 지역 기업들의 채용 위축 등으로 고용률 역시 1.4%포인트(p) 내린 60.4%에 머물렀다.

같은 기간 실업자 수는 2만 3000명에서 2만 5000명으로 2000명(6.0%) 증가했고, 실업률도 0.2%p 오른 3.1%를 기록했다.

산업별로는 사업·개인·공공서비스업(-7000명), 농림어업(-6000명) 등 모든 분야에서 취업자가 줄었다. 이는 지역 내 일자리 수 자체가 줄었다는 점을 시사한다.

일자리 질 악화는 1년이 넘도록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광주시 임금근로자 중 상용근로자는 전년 동월 대비 1만 6000명(-3.6%) 줄었고, 임시근로자와 일용근로자는 각각 7000명(4.8%), 2000명(7.7%) 늘었다.

전남지역도 고용지표 악화 현상이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달 전남지역 내 취업자 수는 100만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1만 2000명 줄었으며, 실업자 수는 2만 4000명으로 1000명 늘었다. 이에 따른 고용률은 65.8%로 전년 대비 0.7%p 하락했고, 실업률은 0.1%p 오른 2.3%를 기록했다.

산업별로는 건설업(3000명), 전기·운수·통신·금융업(3000명) 등은 취업자가 증가했고, 사업·개인·공공서비스업(-1만명), 농림어업(-6000명) 등은 감소했다.

전남지역 상용근로자는 2만 8000명 줄었고, 임시근로자가 5000명 증가하는 등 일자리 질도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광주상의 관계자는 “소매·유통업의 체감 경기는 지속적인 내수 경기 침체와 소비 위축으로 심각한 악영향을 받고 있다”며 “기업의 생존과 성장에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정부는 물가 관리와 소비 촉진을 위한 정책을 강화해 경제 활력을 재생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해나 기자 khn@kwangju.co.kr

/장윤영 기자 zzang@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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