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의 변화와 혁신 농협이 이끈다] 나주 배 원예농협…밀원·수분수 공급
2025년 04월 02일(수) 20:15
배, 자가수분 안돼 인공수분 필수
수분수 등 심어 꽃가루 확보
수입에 의존하던 꽃가루 ‘자급’

본격적인 배꽃 개화기를 앞두고 인공 수분(受粉)작업을 하고 있는 농민들. 나주배원협은 배 농가 생산성 향상을 위해 밀원수, 수분수 공급 사업을 추진중이다. <나주배원협 제공>

나주배 원예농협 직원들은 요즘이 제일 바쁘다. 본격적인 배꽃 개화기를 앞두고 수분(受粉·종자식물에서 수술의 화분을 암술머리에 옮겨 붙는 일)에 나선 나주 지역 배 농가들에게 공급할 밀원수, 꽃가루 확보를 위해 움직이다보면 하루가 어떻게 가는 줄 모를 정도라고 한다.

지난 27일 찾은 나주배원협에서는 공터 한켠에서 수분수 공급을 위한 묘목 접목 작업이 분주히 이뤄졌으며 다른 한 쪽 공터에서는 밀원수 식재 작업이 마무리된 상태였다.

나주는 전국 최대의 배 생산지다. 지난해의 경우 2098개 농가가 전남 전체 배 재배면적(2686㏊)의 절반이 넘는 1642㏊에서 전국 생산량의 20%를 차지하는 3만 6133t의 배를 생산했다.

한 해 수확량을 결정짓는 중요한 시기인 만큼 배꽃 수분이 시작되는 이맘때면 농가도, 원예농협도 인공수분할 인력을 구하고 꽃가루를 확보하느라 비상이 걸린다.

배는 과일나무 특성상 수술의 꽃가루가 암술머리로 옮겨지는 ‘수분(受粉)’ 과정을 통해 열매를 맺는데, 배꽃 개화기에 꽃가루를 옮기는 꿀벌이 사라지다보니 배 농가들이 양봉 농가에서 직접 꿀벌을 사오거나 비싼 인공수분 방식으로 배 재배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국내에서 재배되는 배의 70% 가량을 차지하는 품종인 ‘신고배’는 나주 배 농가의 주 생산 품목으로 자가수분이 되지 않아 인공수분이 필수적인데, 여기에 필요한 꽃가루를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나마 국내에 꽃가루를 공급해온 중국이 지난해 병해 문제 등으로 채집량이 크게 줄었고 검역도 강화되면서 지난해 4만 1000원 수준이던 꽃가루(20g) 단가도 올해는 6만원대로 치솟는 등 농가 부담도 커지고 있다.

나주배원협이 밀원수·수분수 공급 사업을 대표 전략사업으로 선택한 것은 이같은 지역 특성을 감안한 결정이다.

원협측은 애초 벌통임대사업도 추진했다가 자가수분이 되지 않는 신고배 농가가 많은 점을 들어 밀원수·수분수 공급과 꽃가루 보급 쪽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벌이 꿀을 따기 위해 찾아드는 나무, 밀원수(蜜源樹)를 농가에 꾸준히 공급해 꿀벌들이 사계절 내내 찾아와 먹을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하는 한편, 수정을 유도하는 작물로 꽃가루가 많이 날리는 ‘수분수’ 를 심어 자가 수분을 돕고 양질의 꽃가루를 확보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게 장기적으로 농가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에서다.

지자체와 중앙정부의 지원이 절실한 이유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도 양봉업(꿀벌과 뒤영벌 포함)의 화분매개가치가 6조 6001억원(2020년 기준)에 달하고 벌꿀 생산액 1392억원(2020년)의 47.4배에 해당하는 값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벌통 임대에 들어가는 비용 이 만만치않은 상황에서 보다 실효성 있는 농가 지원 방안을 수립했다는 게 나주배원협 이준현 과장 설명이다. 나주배원협은 또 꽃가루 확보에 필요한 건조기 창고 건립을 진행중이라는 점에서 나주시의 관심도 필요하다.

나주배원협 이동희 조합장은 “배 재배 농민들이 한 해 동안 땀을 흘린 보람이 가을 명품배 수확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안정적 밀원수·수분수 공급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을 기자 dok2000@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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