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의 변화와 혁신 농협이 이끈다] 장성 황룡농협…수정벌 생산·유통
2025년 04월 02일(수) 19:45 가가
[<2>기후변화, 극복 이렇게]
호박벌, 꿀벌보다 크고 털 많아
야생 최고 꽃가루 매개 곤충 꼽혀
실내에서 연중 대량 사육 ‘장점’
호박벌, 꿀벌보다 크고 털 많아
야생 최고 꽃가루 매개 곤충 꼽혀
실내에서 연중 대량 사육 ‘장점’


황룡농협 김형중 조합장, 김원일 상임이사, 김희락 상무 등 직원들이 관내 시설 농가를 찾아 직접 키운 호박벌통을 공급했다. 황룡농협은 ‘1농협 1대표사업’으로 호박벌 공급 사업을 통해 농가 생산성 향상을 추진한다. <황룡농협 제공>
‘농민이 잘 되어야 농협도 잘된다.’ 농협 전남본부가 ‘1농협 1대표사업’을 추진하는 이유다. 농협 전남본부는 지역 농·축협의 각 지역 특성에 맞는 전략사업을 지원하면서 농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다른 지역과 차별화된 고품질 농작물을 통해 농민들의 농업 소득을 높이는 데 역할을 하겠다는 각오다.
광주일보는 농업 현장을 찾아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민들의 이야기를 전하며 농협의 지원 활동, 희망찬 전남 농업·농촌의 미래를 모색한다. <편집자주>
장성 황룡농협 직원들은 요즘 부쩍 늘어난 자식(?)들 돌보느라 여간 바쁜 게 아니다. 아프지 않고 잘 지내고 있는 지, 너무 더운 건 아닌 지, 방이 건조한 건 아닌 지 챙기느라 근무 중에도 들락날락하며 살뜰히 챙긴다. 주말에도 사무실에 출근해 건강 상태를 챙길 정도가 됐다.
황룡농협의 자식같은 호박벌 얘기다. 꽃가루를 수술에서 암술로 옮겨 수분을 이루도록 돕는 벌, 나비 등 꽃가루 매개 곤충들이 기후 변화로 감소하면서 어려움을 겪는 지역 농가들에게 도움이 되는 방안을 찾다가 아예 호박벌을 생산하는 엄마(?) 역할을 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대표적 사과 산지인 장성에서는 지난해 이상 기온으로 수분을 하지 못하면서 과수 농가들의 생산량 저하로 이어졌다.
호박벌은 꿀벌보다 더 크고 뚱뚱한 몸의 털에 꽃가루를 잔뜩 묻힌 채 꽃 사이를 날아다녀 야생 최고의 꽃가루 매개 곤충 중 하나로 꼽힌다. 토마토나 고추류 등의 수정에서는 꿀벌마저 압도한다고 한다. 또 꿀벌과 비교해 활동적이어서 저온 및 온실 같은 좁은 공간에서 수분 활동이 더 활발하고 실내에서 연중 대량 사육할 수 있어 언제든지 시설·과채류 농가에 공급할 수 있는 게 장점으로 꼽힌다.
딸기(100%), 수박·참외(93%), 토마토(84%), 멜론(72%), 사과(20%) 등 27개 작물이 꿀벌, 호박벌 등 수정벌에 수분을 의존하고 있을 정도로 중요한데, 지구 온난화로 수요가 급감하면서 발만 동동 구르는 농민들을 매년 현장에서 지켜보던 황룡농협 직원들이 ‘1농협 1대표사업’으로 생각해낸 수익 사업이었다.
황룡농협은 농촌진흥청의 수정벌 생산 기술 개발과 경북 예천군의 호박벌 보급 사례 등을 감안하면 사업 가능성이 충분할 것으로 봤다. 김희락 상무도 “농진청은 지난 2002년 꿀벌 대신 뒤영벌(호박벌)을 사용하는 화분 매개 기술을 개발했고 민간 업체들이 호박벌을 생산해 농가에 유통중”이라며 사업 가능성을 높게 설명했다. 황룡농협은 이같은 점을 들어 직접 생산하면서 높은 공급단가를 낮춰 농가 부담을 줄일 수 있고 건강한 수정벌을 직접 생산·공급해 경쟁력도 갖출 수 있다고 판단했다.
5~7마리의 호박벌과 여왕벌이 담긴 벌통(가로 28·세로 22㎝)을 구입해 3주 정도 100마리로 키워낸 뒤 농가에 보급하는 걸 목표로, 임시로 시범사업장(20평)을 갖췄다. 올해 첫 사업 목표는 5000통. 3년 간 1만 5000통으로 늘리고 이후 대규모 양곡창고를 활용해 사업을 확대하는 구상을 세워놓았다. 벌통 1개의 호박벌이 2㎞ 가량, 하우스 660㎡를 돌아다니며 수분을 할 수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사업 첫해다보니 부족한 게 많다. 예산이 없어 온도·습도를 자동으로 맞추는 시설을 갖추지 못하다보니 신범식 과장 등 직원들이 자식 돌보듯 주말에도 사업장을 나와 온도·습도 등을 점검하는 방식으로 운영중이다. 황룡농협 김원일 상임이사는 “전남도 농업기술원 곤충잠업연구소와도 업무협약을 맺고 기술 지원 등을 받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농협전남본부도 수정벌 사업과 관련하여 지역농업특화사업 등 다각적으로 지원할 예정이다.
황룡농협 김형중 조합장은 “기후변화로 화분 매개 곤충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호박벌 생산·유통 사업을 통해 농가의 생산비 절감을 꾀하며 안정된 과실 생산으로 농가소득에 안정화를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을 기자 dok2000@kwangju.co.kr
장성 황룡농협 직원들은 요즘 부쩍 늘어난 자식(?)들 돌보느라 여간 바쁜 게 아니다. 아프지 않고 잘 지내고 있는 지, 너무 더운 건 아닌 지, 방이 건조한 건 아닌 지 챙기느라 근무 중에도 들락날락하며 살뜰히 챙긴다. 주말에도 사무실에 출근해 건강 상태를 챙길 정도가 됐다.
호박벌은 꿀벌보다 더 크고 뚱뚱한 몸의 털에 꽃가루를 잔뜩 묻힌 채 꽃 사이를 날아다녀 야생 최고의 꽃가루 매개 곤충 중 하나로 꼽힌다. 토마토나 고추류 등의 수정에서는 꿀벌마저 압도한다고 한다. 또 꿀벌과 비교해 활동적이어서 저온 및 온실 같은 좁은 공간에서 수분 활동이 더 활발하고 실내에서 연중 대량 사육할 수 있어 언제든지 시설·과채류 농가에 공급할 수 있는 게 장점으로 꼽힌다.
딸기(100%), 수박·참외(93%), 토마토(84%), 멜론(72%), 사과(20%) 등 27개 작물이 꿀벌, 호박벌 등 수정벌에 수분을 의존하고 있을 정도로 중요한데, 지구 온난화로 수요가 급감하면서 발만 동동 구르는 농민들을 매년 현장에서 지켜보던 황룡농협 직원들이 ‘1농협 1대표사업’으로 생각해낸 수익 사업이었다.
황룡농협은 농촌진흥청의 수정벌 생산 기술 개발과 경북 예천군의 호박벌 보급 사례 등을 감안하면 사업 가능성이 충분할 것으로 봤다. 김희락 상무도 “농진청은 지난 2002년 꿀벌 대신 뒤영벌(호박벌)을 사용하는 화분 매개 기술을 개발했고 민간 업체들이 호박벌을 생산해 농가에 유통중”이라며 사업 가능성을 높게 설명했다. 황룡농협은 이같은 점을 들어 직접 생산하면서 높은 공급단가를 낮춰 농가 부담을 줄일 수 있고 건강한 수정벌을 직접 생산·공급해 경쟁력도 갖출 수 있다고 판단했다.
5~7마리의 호박벌과 여왕벌이 담긴 벌통(가로 28·세로 22㎝)을 구입해 3주 정도 100마리로 키워낸 뒤 농가에 보급하는 걸 목표로, 임시로 시범사업장(20평)을 갖췄다. 올해 첫 사업 목표는 5000통. 3년 간 1만 5000통으로 늘리고 이후 대규모 양곡창고를 활용해 사업을 확대하는 구상을 세워놓았다. 벌통 1개의 호박벌이 2㎞ 가량, 하우스 660㎡를 돌아다니며 수분을 할 수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사업 첫해다보니 부족한 게 많다. 예산이 없어 온도·습도를 자동으로 맞추는 시설을 갖추지 못하다보니 신범식 과장 등 직원들이 자식 돌보듯 주말에도 사업장을 나와 온도·습도 등을 점검하는 방식으로 운영중이다. 황룡농협 김원일 상임이사는 “전남도 농업기술원 곤충잠업연구소와도 업무협약을 맺고 기술 지원 등을 받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농협전남본부도 수정벌 사업과 관련하여 지역농업특화사업 등 다각적으로 지원할 예정이다.
황룡농협 김형중 조합장은 “기후변화로 화분 매개 곤충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호박벌 생산·유통 사업을 통해 농가의 생산비 절감을 꾀하며 안정된 과실 생산으로 농가소득에 안정화를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을 기자 dok2000@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