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강제동원 이춘식씨 ‘변제안 돌연 수용’ 의문 풀리나
2025년 03월 09일(일) 19:30 가가
고인 장남 “부친 요양병원 입원 중 의사 반해 허위 작성”
광주서부경찰, 동생 2명 사문서 위조 혐의 등 수사 진행
광주서부경찰, 동생 2명 사문서 위조 혐의 등 수사 진행
경찰이 일제강제동원 피해자 이춘식(1924~2025년)씨가 돌연 정부의 제3자 변제안을 수용한 배경에 대해 수사에 나섰다.
이씨는 일본 전범기업이 지불해야할 배상금을 우리나라 기업 출연기금으로 대납하는 정부의 ‘제3자 변제안’을 거부해온 대표적 피해자다. 이씨의 아들은 아버지가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조작된 서류에 의해 배상금을 수령했다며 가족을 경찰에 고발했다.
광주서부경찰은 이씨의 딸 A씨와 아들 B씨 등 자녀 2명을 사문서위조와 동행사 혐의로 수사 중이라고 9일 밝혔다.
이씨의 장남 창환씨는 “동생 등이 지난해 10월 아버지가 입원한 요양병원 병실에서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지원재단)으로부터 전달받은 정부의 ‘제3자 변제 판결금’ 지급 신청서를 아버지 의사에 반해 허위 작성했다”는 내용의 고발장을 제출했다.
고발장에는 판결금 지급 신청서 작성 당시 병실에는 A, B씨와 이씨 세 명만 있었으며, 이 때 A씨는 이씨에게 “병원에서 필요한 서류인데 서명이 필요하다”고 말하며 이씨의 손을 잡고 신청서에 서명을 대신했다는 주장이 담겼다.
신청서를 전달받은 정부는 이춘식 명의 계좌로 수억원을 지급했으며, 이 돈은 다시 A씨의 계좌로 이체된 것으로 나타났다.
창환씨는 이같은 이야기를 B씨를 통해 전해듣고 고발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B씨는 경찰 조사에서도 대체로 비슷한 내용의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창환씨 측은 고령이었던 아버지가 알츠하이머(치매의 한 종류) 진단을 받고 투병 중이었던 만큼 신청서 작성 당시에도 의사결정능력이 없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그동안 아버지가 고수해 왔던 제3자 변제안 반대 의사를 뒤집고, 기존 재판을 모두 취하하는 복잡한 법적 문서에 서명하면서도 법률대리인에게 연락 한 통 없었다는 점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경찰은 압수영장을 집행해 지원재단으로부터 신청서 등 문건을 확보했다. 신청서에는 이씨의 이름이 한글로 적히고 도장이 찍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경찰은 이씨를 진료했던 광주보훈병원에 남아 있는 초진 기록 등을 추가 확보해 이씨에게 충분한 의사결정 능력이 있었는지 여부를 조사할 방침이다.
1924년 나주 태생인 이씨는 1940년대 일본제철 일본 사업장으로 강제 동원된 피해자로, 해당 전범기업에 대해 위자료 채권을 갖고 법정 투쟁을 해 오다 지난 1월 27일 향년 102세로 별세했다.
이씨는 근로보국대(일제가 조선인 노동력을 착취하기 위해 만든 조직)를 통해 신일본제철의 가마이시 제철소에서 3년 동안 용광로에서 끓는 철을 가마로 나르는 일을 했으나 임금을 한 푼도 받지 못했다. 이씨는 2005년 동료 3명과 함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내 2018년 대법원의 최종 승소판결을 받아냈지만, 일본기업들은 배상을 거부했다.
지난 2023년 정부는 ‘제3자 변제안’을 제시했으나, 이씨는 “정부가 일본으로부터 사죄를 받고 억울함을 풀어주기는커녕 일본 눈치만 본다”며 변제안을 거부해 오다 지난해 10월 돌연 수용했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이씨는 일본 전범기업이 지불해야할 배상금을 우리나라 기업 출연기금으로 대납하는 정부의 ‘제3자 변제안’을 거부해온 대표적 피해자다. 이씨의 아들은 아버지가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조작된 서류에 의해 배상금을 수령했다며 가족을 경찰에 고발했다.
이씨의 장남 창환씨는 “동생 등이 지난해 10월 아버지가 입원한 요양병원 병실에서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지원재단)으로부터 전달받은 정부의 ‘제3자 변제 판결금’ 지급 신청서를 아버지 의사에 반해 허위 작성했다”는 내용의 고발장을 제출했다.
창환씨는 이같은 이야기를 B씨를 통해 전해듣고 고발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B씨는 경찰 조사에서도 대체로 비슷한 내용의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창환씨 측은 고령이었던 아버지가 알츠하이머(치매의 한 종류) 진단을 받고 투병 중이었던 만큼 신청서 작성 당시에도 의사결정능력이 없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그동안 아버지가 고수해 왔던 제3자 변제안 반대 의사를 뒤집고, 기존 재판을 모두 취하하는 복잡한 법적 문서에 서명하면서도 법률대리인에게 연락 한 통 없었다는 점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경찰은 압수영장을 집행해 지원재단으로부터 신청서 등 문건을 확보했다. 신청서에는 이씨의 이름이 한글로 적히고 도장이 찍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경찰은 이씨를 진료했던 광주보훈병원에 남아 있는 초진 기록 등을 추가 확보해 이씨에게 충분한 의사결정 능력이 있었는지 여부를 조사할 방침이다.
1924년 나주 태생인 이씨는 1940년대 일본제철 일본 사업장으로 강제 동원된 피해자로, 해당 전범기업에 대해 위자료 채권을 갖고 법정 투쟁을 해 오다 지난 1월 27일 향년 102세로 별세했다.
이씨는 근로보국대(일제가 조선인 노동력을 착취하기 위해 만든 조직)를 통해 신일본제철의 가마이시 제철소에서 3년 동안 용광로에서 끓는 철을 가마로 나르는 일을 했으나 임금을 한 푼도 받지 못했다. 이씨는 2005년 동료 3명과 함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내 2018년 대법원의 최종 승소판결을 받아냈지만, 일본기업들은 배상을 거부했다.
지난 2023년 정부는 ‘제3자 변제안’을 제시했으나, 이씨는 “정부가 일본으로부터 사죄를 받고 억울함을 풀어주기는커녕 일본 눈치만 본다”며 변제안을 거부해 오다 지난해 10월 돌연 수용했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