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훈부, ‘尹 구속취소 비판’ 성명 낸 5·18단체 압박 논란
2025년 03월 08일(토) 13:10
공법단체에 위법 거론 공문보내고 심야까지 전화 성명서 원본 요구
비판여론 무마…“윤 대통령 구속 취소 위한 지원” 아니냐 해석도
국가보훈부가 ‘윤석열 대통령 구속취소 비판’ 성명서를 낸 공법단체 5·18민주화운동 3단체를 노골적으로 압박하고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그동안 공법단체가 낸 12·3 비상계엄 비판성명을 묵인해던 보훈부가 돌연 ‘성명서 원본을 보내라’며 공문을 보내 ‘정치활동 등의 금지’ 조항을 위반했다고 오월 단체를 압박한 것이다. 법원의 윤 대통령 구속 취소 인용결정이 내려진 시점과 맞물려 반대 여론 무마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8일 5·18 3단체 등에 따르면 국가보훈부는 전날 밤 10시께 5·18 3단체에게 ‘정치적 중립 의무 준수’를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다.

보훈부는 공문을 통해 공법3단체가 낸 성명문이 5·18유공자법과 각 단체 정관상 ‘정치활동 등의 금지’ 조항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공문에는 특정 정당 정강을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행위, 특정 공직후보자를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행위 등, 회원으로부터 정치자금을 징수하거나 제공받는 행위 등을 열거해 놓기도 했다.

보훈부는 공문 발송에 앞서 부처 내 6급 직원을 통해 공법 3단체 관계자둘에게 수차례 압박성 전화를 걸고 “정치 활동을 하지 말라”, “보도자료 원본을 보내라”고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양재혁 5·18유족회장이 “정치 활동인지 아닌지 여부를 누가 판단하느냐. 누구 지시를 받고 전화했느냐. 장관 지시냐”는 등 반발하자, 보훈부 직원은 5·18유족회 실무자에게 수 차례 전화를 걸며 “상부에 보고해야 하니 보도자료 원문을 달라”고 요구했다.

5·18유족회 실무자는 “ 회장 지시를 받아 보도자료 원문을 발송해 주지 않자, 보훈부 직원은 밤 10시까지 지속적으로 전화를 걸어왔다”고 밝혔다.

5·18부상자회 사무총장과 5·18공로자회 관계자 또한 유사한 내용의 전화를 받았다.

보훈부 직원은 이들에게 “5·18 단체가 정치 활동을 하니 보훈부 입장이 난처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공법3단체는 ‘5·18기념재단을 통해 소통 창구를 일원화하는 안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으나, 보훈부는 “소관 단체도 아닌데 나눌 이야기가 없다”며 재단과 통화를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금까지 5·18 단체는 보훈부의 압박은 이례적인 사태라며 주목하고 있다.

비상 계엄 당시부터 줄곧 비판 성명서를 내지만 보훈부의 이같은 대처는 이번이 처음이라는 것이다.

특히 법원의 윤 대통령 구속 취소 인용결정에 검찰이 즉각 항고 여부 결정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국가보훈부의 오월단체 압박은 윤 대통령 구속 취소를 위한 감싸기 행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5·18유족회는 8일 보훈부에 항의 차원에서 질의와 개선 요청 공문을 보냈다.

5·18유족회는 보훈부 공문이 통상적인 행정 절차를 따르지 않고 밤 10시에 발송된 배경과 필요성이 무엇인지, ‘정치활동 금지’ 공문이 다른 보훈단체에도 동일하게 발송되고 있는지 여부를 질의했다.

또한 공문이 특정 시점이나 사안을 고려해 이뤄진 것이라면, 오히려 행정기관의 공정성과 중립성에 대한 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심야에 절차에 맞지 않는 공문 발송으로 공법단체의 정상적인 업무 수행과 절차를 방해할 우려도 있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5·18 관계자는 “5·18 관계자들은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으로 잊혀져 가던 트라우마를 다시 겪은 사람들인데, 행정기관이 나서 5·18 관계자들의 목소리를 정치 활동이라고 단정하고 압력을 넣는다는 것은 이해 되지 않는다”며 “보훈부 직원의 전화를 받았던 일부 5·18 관계자는 ‘이런 식이면 보조금을 못 받게 될 것’이라는 압박까지 받았다고 한다. 보훈부가 용산의 눈치를 보고 공법단체를 협박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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