잿더미로 변한 송정5일시장…상인들 “어떻게 살라고”
2025년 02월 16일(일) 20:25
14일 새벽 1시께 발생한 불로
점포 204칸 중 38칸 전소돼
샌드위치 패널 지붕 피해 키워
대부분 영세상인들 ‘앞길 막막’
화재 취약 전통시장 대책 시급

16일 오후 광주시 광산구 송정동 송정5일시장 상인들이 화재로 불에 탄 상점들을 바라보고 있다.

“아이고 다 타버렸어 어떡하나….”

16일 광주일보 취재진이 만난 광주시 광산구 송정5일시장 상인들은 잿더미로 변한 점포를 바라보며 한숨만 내쉬었다.

이틀 전인 14일 새벽 화마(火魔)가 덮친 점포를 정리하기 위해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할지 막막했기 때문이다. 장날(18일)을 이틀 앞둔 시장에는 무거운 적막이 흘렀다.

광주대표 전통시장인 송정5일시장에서 지난 14일 새벽 1시께 난 불은 상점 204칸 중 38칸(상점 12곳)을 태우고 30여분만에 진화됐다. 인명피해는 없었으나 4억원의 재산피해가 났다.

불이 난 시장 안쪽으로는 매캐한 연기와 까맣게 탄 재로 가득했다. 가게 셔터는 찢긴 채 불에 그을렸고 앙상하게 뼈대만 남은 지지대와 들보는 무너질 듯 위태로웠다.

불이 난 옷 가게에는 형체를 알 수 없게 타버린 옷들이 널려있고, 옷걸이에 걸린 옷들은 플라스틱과 함께 녹아내리기도 했다.

‘하나라도 살려보려는’ 가게주인은 비교적 상태가 양호한 셔츠 등을 서둘러 밖으로 끄집어냈다. 불에 탄 철물점에서 판매하던 도끼와 낫 등은 열기에 휘어진 상자 속에 담겨있었다.

화재 당시의 급박한 상황을 증명하듯 크고 작은 소화기가 현장 곳곳에 굴러다녔고 일부 화마에 휩쓸리지 않은 상점들도 그을린 채 현수막 등이 찢겨져 있었다. 불이났다는 소식에 현장에 나와 본 상인들은 “아이고 다 타버렸네 어떡하라고….”라며 말 끝을 흐렸다.

인근에서 국밥집을 운영하는 김영자(여·66)씨는 “새벽에 잠이 오지 않아 뜬 눈으로 밤을 새고 있던 중 소방차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시장 안으로 들어왔다. 그 때 처음 불이난 걸 알았다”고 화재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머지않아 ‘펑펑’ 소리가 나고 탄 내가 나서 큰 불이 났다는 사실을 깨닫고 가장 먼저 고령의 상인들 생각이 먼저 났다고 고개를 저었다.

이곳에서 35년간 장사해온 송정국밥 사장 배병석(70)씨는 오랜세월을 함께했던 만큼 불이 난 상점 상인들을 잘 알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배씨는 “(피해 상점 상인들은)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영세한 사람들이었다. 정부, 구청 어디에서 피해 지원을 해줄 지 모르겠지만 화재로 인해 당장 생계에 큰 지장이 없길 바라는 마음이다”라고 소원했다.

주변 상인들과 손님들은 화재에 취약한 전통시장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주민 김모(여·68)씨는 “아무래도 (상점이) 다닥다닥 붙어있고 가연성 물질이 많아 순식간에 불이 붙은 것 같다”며 “요즘 전통시장을 찾는 사람도 많지 않은데 돈없는 상인들이 얼마나 화재 대비를 할 수 있었을까 싶다”고 고개를 저었다.

20년 째 이곳에서 야채를 팔고 있는 신연자(여·74)씨도 “이렇게 큰 불이 난 건 시장에서 처음 있는 일”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신씨는 “같이 장사하는 입장에서 안타까운 마음 뿐이다. 사람이 안다쳐서 다행이지만 스프링클러도 없고 한번 불이 나면 크게 번진다는 점에서 늘 불안하다”고 호소했다.

지난 14일 새벽 1시께 송정5일시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소방관들이 진화 중이다. <광주광산소방 제공>
이번 화재가 빠르게 주변으로 번진 까닭으로는 가연성 물질인 ‘샌드위치 패널’이 시장 내 상점의 지붕을 덮고 있다는 점이 꼽힌다. 직사각형 형태의 대형 샌드위치 패널이 지붕을 덮고 있어 화재 시 불쏘시개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지난 2023년 9월 추석을 앞두고 화재 피해를 입었던 비아5일시장도 샌드위치 패널로 피해가 더욱 컸다.

한편 김성섭 중소벤처기업부 차관은 14일 송정5일시장을 찾아 지자체와 협력해 상점과 공용 구간 시설을 복구하고 안전시설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또 화재공제보상금 지급과 소상공인 긴급경영안전자금, 재해 소상공인 특례보증 지원을 약속했다.

/글·사진=김다인 기자 kdi@kwangju.co.kr

/장혜원 기자 hey1@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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