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짓밟은 보수집회…“민주성지 모독” 광주시민들 분노
2025년 02월 16일(일) 20:10 가가
찬탄·반탄 집회 열린 주말 금남로
5·18표지석 밟고 왜곡·폄훼까지
‘북한 개입 사실’ 현수막도 버젓이
“민주성지에서 계엄옹호라니” 비난
역사강사 전한길-황현필 설전도
5·18표지석 밟고 왜곡·폄훼까지
‘북한 개입 사실’ 현수막도 버젓이
“민주성지에서 계엄옹호라니” 비난
역사강사 전한길-황현필 설전도


‘윤석열 탄핵 반대 집회’가 열린 15일 광주시 동구 금남로 5·18민주화운동 기록관 앞에서 집회 참가자들이 5·18 사적지 표지석을 밟고 표지석에 쓰레기를 끼워넣으며 집회를 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찬·반 집회가 민주화의 성지이자 5·18민주화운동의 역사적 공간인 광주시 동구 금남로에서 열렸다.
‘윤석열 탄핵 반대 집회’ 참가자들이 5·18 왜곡·폄훼를 자행해 “우려가 현실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역사강사 전한길씨를 비롯해 집회 연사로 나선 이들이 잇따라 “5·18을 부정하면 안된다”는 취지로 연설을 했음에도 정작 현장의 집회 참가자들은 그와 반대되는 행보를 보인 것이다.
특히 5·18 당시 광주시민들이 학살당한 현장인 금남로 한복판에서 이같은 일이 발생해 “보수 집회 참가자들이 광주를 모독했다”는 반응이 터져나오고 있다.
◇5·18 부정한 집회 참가자들=보수 계열 종교 단체 ‘세이브코리아’는 지난 15일 광주시 동구 금남로 금남로공원 인근 도로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열었다.
5·18민주화운동 기록관 입구에 자리를 잡은 보수 성향의 집회 참가자들은 5·18사적지 표지석을 밟고 서서 표지석 사이에 쓰레기를 끼워넣고, 표지석과 인근 화단에 침을 뱉기도 했다.
집회가 끝난 이후 표지석 인근에 조성된 화단은 온통 짓밟혀 있었고, 표지석 바로 앞 화단 난간에는 ‘Stop the steal’ 스티커가 붙어 있어 잘 떼어지지도 않았다.
집회 현장에서는 한 언론사에서 제작한 5·18 왜곡·폄훼 인쇄물이 버젓이 배포되고 있었다.
이 인쇄물에는 첫 장부터 ‘5·18은 DJ세력·北이 주도한 내란’이라는 제목 하에 1980년 광주 시민을 내란범이라고 폄훼하는 글이 실려 있었다. 또한 5·18 가짜 유공자설, 북한군 투입설 등 5·18을 왜곡·폄훼하는 내용이 40페이지에 걸쳐 적혀 있었다.
집회 참가자 중 상당수가 해당 인쇄물을 옆구리에 끼고 있었으며, 금남로공원 등 벤치에 앉아 인쇄물을 펼쳐 들고 탐독하는 이도 적지 않았다.
해당 언론사는 과거 5·18민주화운동을 왜곡·폄훼하는 내용의 기사를 써 수차례 5·18기념재단에 5·18왜곡방지법 위반 혐의로 고발당한 바 있다.
집회 도중 금남로공원, 금남로4가역 교차로 등 두 곳에는 ‘북한군 개입설’, ‘가짜유공자설’ 등을 내세워 5·18을 폄훼하는 현수막이 걸리기도 했다.
현수막에는 ‘권영해(전) 안기부장, “5·18에 북한개입은 사실”, “현재 유공자 상당수는 가짜”’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으며, 주최측인 세이브코리아에서 내건 현수막과 나란히 걸려 있었다.
또 현수막 하단에는 ‘자유민주당이 설치한 정당현수막으로, 훼손 및 철거 시 정당법에 의거 처벌받을 수 있다’는 문구를 써 놓기도 했다.
5·18 관계자들은 “보수 단체들이 황당하고 기만적인 집회로 5·18을 욕보였다”고 날을 세웠다.
양재혁 5·18유족회장은 “내란을 옹호하는 자들이 민주주의의 성지이자 계엄으로 피해를 입었던 곳에 와서 광주시민을 자극하려는 의도를 갖고 집회를 연 것 자체가 모욕적이다”며 “말로는 5·18을 존중한다면서 정작 집회 참가자들은 전혀 5·18을 존중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들이 5·18 광주를 점령했다는 마음을 갖고 가지 않았을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박강배 5·18기념재단 상임이사는 “45년 전 광주시민들이 학살당한 금남로에 와서 계엄을 옹호하는 집회를 여는 것도 모자라 버젓이 5·18 왜곡과 폄훼를 자행하고, ‘광주 빨갱이 나와라’, ‘죽여, 죽여’라고 외치며 난동을 부리는 모습은 광주를 모독하기 위해 온 것이라고밖에 해석되지 않는다”며 “현실 정치인을 살리겠다며 세계가 인정하는 5·18을 모욕한 데 대해서는 철저하게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한길 vs 황현필 강사 맞불= 금남로에서 열린 윤 대통령 탄핵 찬·반 집회에서 역사강사들이 출격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 나선 ‘한국사 일타 강사’ 전한길씨는 이날 윤석열 대통령을 옹호하고 나섰다. 전씨는 이날 오후 1시간 40여분 동안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를 옹호하며 윤 대통령의 석방을 주장했다.
전씨는 “지난 12·3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때 저는 처음에 미친 짓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윤 대통령이 왜 극단적인 비상계엄을 선포했는지 깨달았다”면서 “국민에게 이런 민주당의 패악질을 알리기 위해서 비상계엄이라는 특단의 조치를 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씨는 “선포 6시간 만에 국회 의결에 따라 비상계엄을 해제하고 사망자와 부상자가 없어 내란이라고 하기에는 납득이 되지 않는 대통령의 고유한 통치권 행사였다”면서 윤 대통령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윤 대통령 탄핵 찬성 집회의 무대에는 역사강사 황현필 역사바로잡기소장이 올랐다.
황씨는 “내란수괴 지지자들이 민주주의 대표 도시 광주에서 집회를 열었다”면서 “얼마든지 자유를 이야기해도 되지만 내란수괴 옹호 집회를 하는 건 홀로코스트 나치추종자가 집회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탄핵반대 집회참가자들을 비판했다.
1980년 5월 8살로 광주시 서구 농성동에서 살았다는 황씨는 “어른들이 총알을 막으려고 창문에 망치질한 모습이 기억에 있다”며 “군인들이 탱크를 몰고 오자 따라다니며 ‘군인 아저씨 화이팅’이라고 했는데 어머니가 저를 때리면서 눈시울이 붉어진 모습도 떠오른다”고 말했다.
황씨는 “극우는 순혈주의, 자국 우선 주의인데 우리 역사를 통틀어 가장 많은 국민을 학살한 이승만과 전두환을 추종하는 윤석열 지지자들은 극우에도 끼지 못한다”면서 “부인 특검을 막자고 비상계엄한 사람은 윤석열이 처음이고 2시간 만에 해제된 점도 역사상 최초”라고 주장했다.
황씨는 “호남은 나라를 구하려는 유전자가 있다”면서 “동학농민운동을 시작으로 일제강점기 호남의병, 1980년 광주시민 피로 인해 이 땅에 민주주의가 정착했다”고 말했다.
전두환을 광주 법정에 세웠던 고(故) 조비오 신부의 조카 조영대 신부도 이날 “우리 광주가 45년 전 전두환의 만행 때문에 많은 고통을 겪었는데 지금은 윤석열 내란범 때문에 고통을 겪고 있다”면서 “여기가 어디라고 감히 신성한 민주성지 광주 금남로에 더러운 발을 딛고 서 있느냐. 썩 물러가라”고 호통쳤다.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
/글·사진=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윤석열 탄핵 반대 집회’ 참가자들이 5·18 왜곡·폄훼를 자행해 “우려가 현실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5·18 당시 광주시민들이 학살당한 현장인 금남로 한복판에서 이같은 일이 발생해 “보수 집회 참가자들이 광주를 모독했다”는 반응이 터져나오고 있다.
◇5·18 부정한 집회 참가자들=보수 계열 종교 단체 ‘세이브코리아’는 지난 15일 광주시 동구 금남로 금남로공원 인근 도로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열었다.
집회가 끝난 이후 표지석 인근에 조성된 화단은 온통 짓밟혀 있었고, 표지석 바로 앞 화단 난간에는 ‘Stop the steal’ 스티커가 붙어 있어 잘 떼어지지도 않았다.
이 인쇄물에는 첫 장부터 ‘5·18은 DJ세력·北이 주도한 내란’이라는 제목 하에 1980년 광주 시민을 내란범이라고 폄훼하는 글이 실려 있었다. 또한 5·18 가짜 유공자설, 북한군 투입설 등 5·18을 왜곡·폄훼하는 내용이 40페이지에 걸쳐 적혀 있었다.
집회 참가자 중 상당수가 해당 인쇄물을 옆구리에 끼고 있었으며, 금남로공원 등 벤치에 앉아 인쇄물을 펼쳐 들고 탐독하는 이도 적지 않았다.
해당 언론사는 과거 5·18민주화운동을 왜곡·폄훼하는 내용의 기사를 써 수차례 5·18기념재단에 5·18왜곡방지법 위반 혐의로 고발당한 바 있다.
집회 도중 금남로공원, 금남로4가역 교차로 등 두 곳에는 ‘북한군 개입설’, ‘가짜유공자설’ 등을 내세워 5·18을 폄훼하는 현수막이 걸리기도 했다.
현수막에는 ‘권영해(전) 안기부장, “5·18에 북한개입은 사실”, “현재 유공자 상당수는 가짜”’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으며, 주최측인 세이브코리아에서 내건 현수막과 나란히 걸려 있었다.
또 현수막 하단에는 ‘자유민주당이 설치한 정당현수막으로, 훼손 및 철거 시 정당법에 의거 처벌받을 수 있다’는 문구를 써 놓기도 했다.
5·18 관계자들은 “보수 단체들이 황당하고 기만적인 집회로 5·18을 욕보였다”고 날을 세웠다.
양재혁 5·18유족회장은 “내란을 옹호하는 자들이 민주주의의 성지이자 계엄으로 피해를 입었던 곳에 와서 광주시민을 자극하려는 의도를 갖고 집회를 연 것 자체가 모욕적이다”며 “말로는 5·18을 존중한다면서 정작 집회 참가자들은 전혀 5·18을 존중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들이 5·18 광주를 점령했다는 마음을 갖고 가지 않았을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박강배 5·18기념재단 상임이사는 “45년 전 광주시민들이 학살당한 금남로에 와서 계엄을 옹호하는 집회를 여는 것도 모자라 버젓이 5·18 왜곡과 폄훼를 자행하고, ‘광주 빨갱이 나와라’, ‘죽여, 죽여’라고 외치며 난동을 부리는 모습은 광주를 모독하기 위해 온 것이라고밖에 해석되지 않는다”며 “현실 정치인을 살리겠다며 세계가 인정하는 5·18을 모욕한 데 대해서는 철저하게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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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탄핵 반대 집회’가 열린 15일 광주시 동구 금남로공원에 5·18을 왜곡·폄훼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 나선 ‘한국사 일타 강사’ 전한길씨는 이날 윤석열 대통령을 옹호하고 나섰다. 전씨는 이날 오후 1시간 40여분 동안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를 옹호하며 윤 대통령의 석방을 주장했다.
전씨는 “지난 12·3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때 저는 처음에 미친 짓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윤 대통령이 왜 극단적인 비상계엄을 선포했는지 깨달았다”면서 “국민에게 이런 민주당의 패악질을 알리기 위해서 비상계엄이라는 특단의 조치를 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씨는 “선포 6시간 만에 국회 의결에 따라 비상계엄을 해제하고 사망자와 부상자가 없어 내란이라고 하기에는 납득이 되지 않는 대통령의 고유한 통치권 행사였다”면서 윤 대통령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윤 대통령 탄핵 찬성 집회의 무대에는 역사강사 황현필 역사바로잡기소장이 올랐다.
황씨는 “내란수괴 지지자들이 민주주의 대표 도시 광주에서 집회를 열었다”면서 “얼마든지 자유를 이야기해도 되지만 내란수괴 옹호 집회를 하는 건 홀로코스트 나치추종자가 집회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탄핵반대 집회참가자들을 비판했다.
1980년 5월 8살로 광주시 서구 농성동에서 살았다는 황씨는 “어른들이 총알을 막으려고 창문에 망치질한 모습이 기억에 있다”며 “군인들이 탱크를 몰고 오자 따라다니며 ‘군인 아저씨 화이팅’이라고 했는데 어머니가 저를 때리면서 눈시울이 붉어진 모습도 떠오른다”고 말했다.
황씨는 “극우는 순혈주의, 자국 우선 주의인데 우리 역사를 통틀어 가장 많은 국민을 학살한 이승만과 전두환을 추종하는 윤석열 지지자들은 극우에도 끼지 못한다”면서 “부인 특검을 막자고 비상계엄한 사람은 윤석열이 처음이고 2시간 만에 해제된 점도 역사상 최초”라고 주장했다.
황씨는 “호남은 나라를 구하려는 유전자가 있다”면서 “동학농민운동을 시작으로 일제강점기 호남의병, 1980년 광주시민 피로 인해 이 땅에 민주주의가 정착했다”고 말했다.
전두환을 광주 법정에 세웠던 고(故) 조비오 신부의 조카 조영대 신부도 이날 “우리 광주가 45년 전 전두환의 만행 때문에 많은 고통을 겪었는데 지금은 윤석열 내란범 때문에 고통을 겪고 있다”면서 “여기가 어디라고 감히 신성한 민주성지 광주 금남로에 더러운 발을 딛고 서 있느냐. 썩 물러가라”고 호통쳤다.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
/글·사진=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