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월대보름 아침에- 옥영석 ㈜농협홍삼 대표이사
2025년 02월 12일(수) 00:00 가가
오늘 아침만은 상사나 어른이 부르시더라도 대답하지 말자. 여차하면 올여름 더위는 온통 나만의 몫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신 별 생각이 없는 친구나 동료의 이름을 불러 그가 대답하기 무섭게 “내 더위 사가”라고 외친다면, 한여름 쾌적함은 선조들이 보장하실 것이다.
연중 가장 큰 달이 뜨는 날은 정월대보름일까. 팔월대보름일까. 달 크기로 보면 팔월대보름 같고, 대기가 맑은 겨울은 사물이 가까워 보이니 정월대보름 같기도 하지만 둘 다 정답이 아니라, 해마다 다르다고 한다.
한국천문연구원에 의하면 지구를 기준으로 태양과 달이 정반대편에 일직선으로 위치할 때 보름달을 볼 수 있는데 타원궤도를 도는 달이 지구와 가장 가까운 지점을 통과할 때 달이 가장 커 보인다고 한다. 지난 해엔 추석이 지난 음력 구월보름에, 23년엔 칠월보름, 22년엔 유월보름에 뜬 달이 가장 큰 달이었다.
해와 달이 뜨는 시각은 어떤 기준일까. 축구에서는 공이 골라인을 완전히 넘어가야 골로 인정되지만 해와 달이 뜨고 지는 시각은 해발고도 0m를 기준으로 달의 윗부분이 지평선이나 수평선상에 보이거나 사라지는 순간이다.
달의 움직임을 표준으로 삼는 음력을 사용하던 농경사회에서는 설날이 새로운 해의 시작이니 당연히 큰 의미가 있었지만 첫 보름달이 뜨는 정월대보름의 비중이 설보다 작지 않았다. 농사력에 맞춰 해마다 관례처럼 행해지는 일들을 기록한 ‘동국세시기’에는 세시풍속의 절반이 정월에 몰려있고 대보름과 관련된 것이 4분의 1을 넘는다고 한다. 둥글고 가득 찬 보름달을 풍요와 다산의 상징으로 생각했으니 새해를 맞아 보름에 이르는 동안 건강과 평안을 기원하는 행사가 많았던 것은 당연한 일이었을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동제(洞祭), 달맞이 소원빌기, 지신밟기, 더위팔기, 쥐불놀이, 용알뜨기 등이다. 동제는 수호신에게 마을의 안녕과 농사가 잘 되도록 기원하는 제사를 지내며 서로 화합하는 기회의 장이었다. 지신밟기는 꽹과리, 북, 날라리, 장구 등을 두드리며 양반, 포수, 머슴, 각시 등으로 구성된 놀이패들이 마을 당산과 집집마다의 지신을 밟으면서 귀신을 물리치고 경사를 끌어들이는 마을행사이자 놀이였다. 놀이패가 집에 들어오면 주인은 고사상을 차리고 술과 음식을 대접하는 것은 물론 마을경비로 사용할 곡식을 내놓는데 이때 성의가 부족하다 싶으면 포수가 겁을 주기도하고 각시가 앙탈을 부리며 더 보태게 해 구경꾼들을 즐겁게 하기도 한다.
쥐불놀이는 병해충예방을 위해 논두렁을 태우고 마을 앞 빈들에서 온 동네 아이들이 불깡통을 돌리다 하늘에 던지면 불꽃놀이 못지않은 장관이었다. 용알뜨기는 정월대보름 전날 하늘의 용이 육지로 내려와 우물에 알을 낳는다고 믿던 부녀자들이 대보름날 새벽닭이 울 때를 기다렸다가 앞을 다투어 우물 물을 길어 오던 것이다. 용의 알을 가장 먼저 가져감으로써 집안에 복을 들이고 그 물로 밥을 해먹으면 무병장수한다고 믿었다.
정월대보름 먹을거리로는 약밥, 귀밝이술, 부럼, 오곡밥, 묵은 나물, 팥죽 등이 있다. 찹쌀에 참기름, 꿀, 간장, 대추,밤, 잣 등을 넣고 쪄서 익힌 약밥은 비싸고 좋은 재료가 들어갔다 하여 약식(藥食)이라 불렸지만 서민들은 잣, 대추, 밤 등을 구하기 어려워 오곡밥을 지어먹었다. 쌀, 조, 수수, 팥, 콩으로 지은 오곡밥은 대보름 즈음에 먹는다 해서 보름밥이라고도 했다. 나물반찬으로는 호박고지, 무고지, 가지나물, 도라지, 고사리 등을 말리고 묵혀 두었다 먹었는데 묵은 나물 또는 묵나물이라고도 한다.
대보름날 이른 아침 데우지 않은 청주 한 잔을 마시는 귀밝이술은 귀가 밝아지는 것은 물론 한 해 동안 좋은 소식을 들을 수 있게 해준다고 여겼다. 부럼깨기는 잣, 호두, 밤, 은행 등의 견과류를 깨물어 처음 깬 것을 마당이나 지붕에 던지며 “부럼 나가라”고 외쳐 부스럼이 나지 않기를 바랬다.
정월대보름이 설과 추석처럼 큰 명절은 아니라 해도 오늘만은 부럼을 깨고 오곡밥에 나물 몇 가지 정도는 먹어볼 일이다. 액운을 쫓고 좋은 기운을 불러들이고자 했던 조상들의 바람과 지혜를 기리며 떠오르는 보름달에 모두의 건강과 안녕을 기원한다면 내 가정과 직장, 지역사회 모두가 평안하고 풍요로운 한 해가 되지 않을까 싶다.
한국천문연구원에 의하면 지구를 기준으로 태양과 달이 정반대편에 일직선으로 위치할 때 보름달을 볼 수 있는데 타원궤도를 도는 달이 지구와 가장 가까운 지점을 통과할 때 달이 가장 커 보인다고 한다. 지난 해엔 추석이 지난 음력 구월보름에, 23년엔 칠월보름, 22년엔 유월보름에 뜬 달이 가장 큰 달이었다.
대표적인 것이 동제(洞祭), 달맞이 소원빌기, 지신밟기, 더위팔기, 쥐불놀이, 용알뜨기 등이다. 동제는 수호신에게 마을의 안녕과 농사가 잘 되도록 기원하는 제사를 지내며 서로 화합하는 기회의 장이었다. 지신밟기는 꽹과리, 북, 날라리, 장구 등을 두드리며 양반, 포수, 머슴, 각시 등으로 구성된 놀이패들이 마을 당산과 집집마다의 지신을 밟으면서 귀신을 물리치고 경사를 끌어들이는 마을행사이자 놀이였다. 놀이패가 집에 들어오면 주인은 고사상을 차리고 술과 음식을 대접하는 것은 물론 마을경비로 사용할 곡식을 내놓는데 이때 성의가 부족하다 싶으면 포수가 겁을 주기도하고 각시가 앙탈을 부리며 더 보태게 해 구경꾼들을 즐겁게 하기도 한다.
쥐불놀이는 병해충예방을 위해 논두렁을 태우고 마을 앞 빈들에서 온 동네 아이들이 불깡통을 돌리다 하늘에 던지면 불꽃놀이 못지않은 장관이었다. 용알뜨기는 정월대보름 전날 하늘의 용이 육지로 내려와 우물에 알을 낳는다고 믿던 부녀자들이 대보름날 새벽닭이 울 때를 기다렸다가 앞을 다투어 우물 물을 길어 오던 것이다. 용의 알을 가장 먼저 가져감으로써 집안에 복을 들이고 그 물로 밥을 해먹으면 무병장수한다고 믿었다.
정월대보름 먹을거리로는 약밥, 귀밝이술, 부럼, 오곡밥, 묵은 나물, 팥죽 등이 있다. 찹쌀에 참기름, 꿀, 간장, 대추,밤, 잣 등을 넣고 쪄서 익힌 약밥은 비싸고 좋은 재료가 들어갔다 하여 약식(藥食)이라 불렸지만 서민들은 잣, 대추, 밤 등을 구하기 어려워 오곡밥을 지어먹었다. 쌀, 조, 수수, 팥, 콩으로 지은 오곡밥은 대보름 즈음에 먹는다 해서 보름밥이라고도 했다. 나물반찬으로는 호박고지, 무고지, 가지나물, 도라지, 고사리 등을 말리고 묵혀 두었다 먹었는데 묵은 나물 또는 묵나물이라고도 한다.
대보름날 이른 아침 데우지 않은 청주 한 잔을 마시는 귀밝이술은 귀가 밝아지는 것은 물론 한 해 동안 좋은 소식을 들을 수 있게 해준다고 여겼다. 부럼깨기는 잣, 호두, 밤, 은행 등의 견과류를 깨물어 처음 깬 것을 마당이나 지붕에 던지며 “부럼 나가라”고 외쳐 부스럼이 나지 않기를 바랬다.
정월대보름이 설과 추석처럼 큰 명절은 아니라 해도 오늘만은 부럼을 깨고 오곡밥에 나물 몇 가지 정도는 먹어볼 일이다. 액운을 쫓고 좋은 기운을 불러들이고자 했던 조상들의 바람과 지혜를 기리며 떠오르는 보름달에 모두의 건강과 안녕을 기원한다면 내 가정과 직장, 지역사회 모두가 평안하고 풍요로운 한 해가 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