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천의 아마존’ 방송서 전하지 못한 무삭제 버전의 감동
2025년 02월 07일(금) 00:00 가가
양심-최재천과 팀최마존 지음
“그동안 제가 관찰해 온 자연계에는 호주제도라는 것이 없더군요. 만일 있다면 호주는 당연히 암컷일 겁니다.”
지난 2000년 과학자 최재천은 한 강의에서 이렇게 말했다. 후폭풍은 대단했다. 1년 가까이 연구실로 전화 테러가 이어졌고, 여권 신장 관련 토론회에선 도포 차림의 어른에게 낭패를 당하기도 했다. 이후 그는 호주제 폐지운동에 참여했다.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를 맡았을 땐 이명박 전 대통령이 후보 당시 추진했던 한반도 대운하 건립과 이후의 4대강 살리기 사업에 적극 반대했다.
“본디 태생적으로 비겁한 사람인데다 그리 용감한 성품의 소유자도 아니었기”에 처음에는 다치고 싶지 않아 숨어 있었지만, 결국 전면에 나섰다. “그 놈의 얼어 죽을 양심” 때문이었다. 그는 “차마 외면할 수 없고 어차피 할 일이라면 차라리 온몸으로 덤벼들자”고 생각했다.
최재천 교수는 약 74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브 채널 ‘최재천의 아마존’을 통해 인간과 자연이 공생하며 함께 살아가는 지혜를 나누고 있다. 최교수가 공생을 의미하는 단어 ‘Symbious’에서 착안한 ‘호모심비우스’는 바로 동료 인간들은 물론 다른 생물종과도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는 인간을 말한다.
최교수와 채널 제작자 ‘팀최마존’이 함께 쓴 신간 ‘양심’은 유튜브 채널에 실린 300여편의 영상 중 ‘양심’이라는 키워드로 연결된 7편을 선별, 방송에서 다 풀어놓지 못한 내용을 글로 새롭게 쓴 책이다.
‘양심’(良心)은 사전적 정의에 따르면 ‘사물의 가치를 변별하고 자기의 행위에 대하여 옳고 그름의 판단을 내리는 도덕적 의식’을 말한다. 철학에서는 ‘인간이 사회적 맥락에서 자신의 행위에 대하여 도덕적 책임을 느끼는 감정’이라고 규정한다. 최 교수는 한강의 ‘소년이 온다’의 한 대목을 인용해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게 ‘내 안의 깨끗한 무엇’ 바로 양심”이라고 말한다.
농민사상가인 전우익의 책 ‘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에서 제목을 따온 지난 2023년의 서울대 졸업 축사에서는 “공평이 양심을 만나면 비로소 공정이 된다”며 “치졸한 공평이 아니라 고결한 공정을 추구하는 따뜻한 리더가 되라”고 이야기한다.
불법 포획 돼 동물원에서 쇼를 하던 남방큰돌고래 제돌이와 그의 친구들을 원래 고향인 제주도 바다로 돌려보낸 일을 기록한 ‘고향, 제주 바다는 어때?’에는 방류가 결정되기까지의 지난함, 결정 후 악화된 여론, 방류 경비 등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 등이 생생히 기록돼 있다.
책에는 그밖에 동물 복제에 대한 윤리적 고찰을 다룬 ‘복제한 반려견은 진짜 반려견일까’,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전 세계 1000여명이 넘는 과학자가 동시에 시위에 나선 사연을 소개한 ‘실험실을 떠난 과학자들’, 호주제 폐지 운동에 앞장 선 이야기를 풀어낸 ‘누구에겐 빼앗긴 무엇이지만 누군가에겐 삶의 굴레였다’ 등이 실려 있다. <더클래스·1만8000원>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지난 2000년 과학자 최재천은 한 강의에서 이렇게 말했다. 후폭풍은 대단했다. 1년 가까이 연구실로 전화 테러가 이어졌고, 여권 신장 관련 토론회에선 도포 차림의 어른에게 낭패를 당하기도 했다. 이후 그는 호주제 폐지운동에 참여했다.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를 맡았을 땐 이명박 전 대통령이 후보 당시 추진했던 한반도 대운하 건립과 이후의 4대강 살리기 사업에 적극 반대했다.
‘양심’(良心)은 사전적 정의에 따르면 ‘사물의 가치를 변별하고 자기의 행위에 대하여 옳고 그름의 판단을 내리는 도덕적 의식’을 말한다. 철학에서는 ‘인간이 사회적 맥락에서 자신의 행위에 대하여 도덕적 책임을 느끼는 감정’이라고 규정한다. 최 교수는 한강의 ‘소년이 온다’의 한 대목을 인용해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게 ‘내 안의 깨끗한 무엇’ 바로 양심”이라고 말한다.
농민사상가인 전우익의 책 ‘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에서 제목을 따온 지난 2023년의 서울대 졸업 축사에서는 “공평이 양심을 만나면 비로소 공정이 된다”며 “치졸한 공평이 아니라 고결한 공정을 추구하는 따뜻한 리더가 되라”고 이야기한다.
불법 포획 돼 동물원에서 쇼를 하던 남방큰돌고래 제돌이와 그의 친구들을 원래 고향인 제주도 바다로 돌려보낸 일을 기록한 ‘고향, 제주 바다는 어때?’에는 방류가 결정되기까지의 지난함, 결정 후 악화된 여론, 방류 경비 등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 등이 생생히 기록돼 있다.
책에는 그밖에 동물 복제에 대한 윤리적 고찰을 다룬 ‘복제한 반려견은 진짜 반려견일까’,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전 세계 1000여명이 넘는 과학자가 동시에 시위에 나선 사연을 소개한 ‘실험실을 떠난 과학자들’, 호주제 폐지 운동에 앞장 선 이야기를 풀어낸 ‘누구에겐 빼앗긴 무엇이지만 누군가에겐 삶의 굴레였다’ 등이 실려 있다. <더클래스·1만8000원>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