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을 하나하나 벗어던진’ 나무들 모습에서 삶의 겨울을 보네
2025년 02월 03일(월) 19:05 가가
시인인 백수인 조선대 명예교수 시집 ‘겨울 언덕의 백양나무숲’ 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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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자 문학평론가인 백수인 조선대 명예교수가 최근 신작 시집 ‘겨울 언덕의 백양나무숲’(문학들)을 펴냈다.
“삶의 환경이 도회에서 시골로 바뀌며 자연과 더 친근하게 됐다”는 말에서 작품집이 포괄하는 자연의 서정성이 느껴진다. 뿐만 아니라 “고희를 넘어가는 삶의 과정에서 자연의 의미를 관조해보고 싶었다”는 뜻도 어느 정도 가늠이 됐다.
그는 문림의향(文林義鄕) 장흥에 대한 자부심이 남다르다. 예로부터 장흥은 바다와 인접한 데다 해안선이 길어 왜구들 침략이 잦았다. 임진왜란, 정유재란 등의 전쟁을 겪었지만 그때마다 의병들이 분연히 일어나 싸웠다. 또한 고향 사람들은 의로움과 아울러 ‘문학특구’라는 자부심이 강하다.
장흥의 문림의 맥은 지난해 더욱 빛을 발했다. 한승원 작가의 딸 한강이 한국 최초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면서 장흥 문학의 저력을 전 세계에 과시한 것.
이 같은 결실은 장흥의 자연 환경, 역사적 환경 등이 토대가 됐다. 문학적 DNA는 예술가를 키운 자연적, 인문적 환경과 떼려야 뗄 수 없기 때문이다.
백 시인의 이번 시집은 장흥의 자연에 대한 헌사로 읽힌다. 물론 자연을 상찬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시심은 시인의 깊은 내면으로 향한다.
“겨울날 백양나무 숲으로 걸어 들어가네/ 찬바람이 나무 사이사이를 휘저을 때/ 그들은 호흡을 멈추고 하얀 피부를 드러낸 채 서 있네/ 나도 그 곁에 나란히 서네//(중략)// 내가 그 숲에 머무르며/ 한 그루 백양나무로 꼿꼿하게 서 있는 동안/ 백양나무들은 모두 이 숲을 건너/ 하나하나 저 언덕으로 뚜벅뚜벅 걸어가고 있네// 이제야 멀리 바라보이는 저 언덕의 백양나무 숲”
표제시 제목으로 차용된 ‘삭발하는 마음’은 화자가 겨울날 백양나무 숲으로 들어가 겨울을 풍경을 바라보고 사유하는 내용을 읊었다. ‘옷을 하나하나 벗어던진’ 나무들의 모습에서 화자는 “작은 사념의 잎사귀까지 아낌없이 버리는 일 그것이 내 삶의 겨울을 건너는 몸짓이네”라고 되뇌인다.
백 교수는 장흥으로 낙향 이후, 송기숙기념사업회에도 힘을 보태고 있다. ‘장흥송기숙선생기념사업회’ 이사장과 광주에 본부를 둔 ‘(사)송기숙선생기념사업회’ 부이사장직을 맡아 ‘행동하는 지식인’이자 ‘민중문학의 거장’ 송기숙의 삶과 문학을 알리는 데도 앞장서고 있다.
그는 시도 쓰고, 평론도 쓰고, 강연도 하고, 선배 문인 현창사업에도 참여하며 현직 때보다 더 바쁘게 생활한다. 그럼에도 항상 시의 자리로 돌아온다. “고등학교 때부터 시인을 인생의 목표로 삼아” 살아왔기에 결과적으로 평생 시와 함께 살아온 삶이었다. 시단에 늦게 등단해 자칭 ‘게으른 과작의 시인’이었지만 “시를 쓰는 일은 바로 제가 살아가는 일”이라고 본다.
대학에서 오랫동안 시를 가르쳤던 만큼, 시를 쓰고자 하는 이들에 대한 애정의 말도 빼놓지 않았다.
“시를 음악에 비유하자면 시인은 작곡가라고 볼 수 있지요. 노래 한 곡을 만들려면 작곡에 대한 기초 이론을 다져야 하듯, 시작에도 기본적인 문장의 이론을 익히지 않으면 좋은 시를 창작할 수 없다고 봅니다. 또한 시는 결국 마음과 사유를 글로 표현해 내는 것이기에 마음을 잘 다스리는 수행이 선행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편 백 시인은 ‘시와 시학’으로 등단했으며 시집 ‘바람을 전송하다’, 저서 ‘현대시와 지역문학’, ‘기봉 백광홍의 생애와 문학’ 등을 펴냈다. ‘시와 시학’, ‘원탁시’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